[Culture]영화 ‘퀵’ 아이돌 가수역 강예원 “꽥꽥 비명 질러가며 제대로 망가졌죠”

입력 2011-07-22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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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자 아이돌 가수 역할인데 상황이 암담해서…. 몰골이 참담하네요.”

영화 ‘퀵’의 주연배우 강예원(31)의 표정은 밝았다.

강예원은 “영화배우 말고 다른 길을 갔다면 오페라 가수가 됐을 것”이라며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제 모습을 그려본 적도 있지만 이제는 노래가 안 된다”고 말했다.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투덜거리는 말투였지만 촬영을 떠올리니 즐거웠던 모양이다. 그는 “최대한 해맑게 연기했다”며 “열심히 하는 모습을 예쁘게 봐달라”고 당부했다.

전작에서 차가운 간호사 연수(헬로우 고스트·2010년), 아버지를 죽인 복역수 유미(하모니·2010년), 천방지축 재수생 희미(해운대·2008년) 등 범상치 않은 역을 연기한 그는 20일 개봉 영화 ‘퀵’에선 작정하고 제대로 망가진다.

생방송 스케줄에 쫓겨 퀵서비스를 이용하려다가 엉겁결에 폭탄을 배달하게 된 퀵서비스맨 기주(이민기)를 만나 생사의 기로에서 질주한다.

눈물로 번진 마스카라, 먼지와 땀으로 번들번들해진 얼굴, 헬멧에 눌려 꾀죄죄한 머리카락까지…. 멋지게 오토바이를 타는 이민기와는 달리, 강예원은 꽥꽥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기 일쑤다.

“힘들었던 일은 금방 잊어요. 이번 영화 찍으며 고생한 건 맞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즐거운 일만 기억나요. 실은 여자 스태프와 매우 친해졌거든요. 만나면 반가워서 ‘꺅’ 하고 소리부터 지르고. 이민기 씨가 절 질투했어요.”

그는 현장의 밝은 분위기를 전하려 했지만 실제론 위험했던 순간도 있었다.

연쇄 폭발 장면을 촬영하던 중 도망쳐야 하는 강예원이 넘어진 것. 다행히 이민기가 그를 안아 올려 구해내 얼굴에 상처가 약간 나는 정도로 그쳤다.

그래도 강예원은 ‘헤헤’거리며 영화 자랑을 멈추지 않았다.

“조범구 감독님은 배우들이 자유롭게 연기하도록 배려하는 편이에요. 특히 홍일점이라 저에게 더 신경을 많이 썼어요. ‘괜찮아?’ ‘더워?’ 등 아이 어르듯이 물어봐서 오히려 ‘괜찮다’고 답할 수밖에요.”

지금은 영화배우지만 강예원은 한양대 성악과를 나온 재원이다. 세계적인 소프라노인 조수미의 스승으로부터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성악을 배웠다.

얼굴이 예쁜데 노래까지 잘하니, 중고교 시절 대형 연예기획사의 명함을 받은 적도 꽤 있었다고 한다.

성악도인 강예원이 영화배우의 길로 들어선 이유는 뭘까.

“연기를 꼭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고집을 부렸죠. 그때 가수를 했으면 더 빨리 성공할 수도 있었을 텐데….(웃음) 아쉽긴 하죠. 그 대신 이번 영화에서 아이돌로 출연했으니 괜찮아요.”

10년차 배우 강예원의 연예계 생활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시트콤 ‘세 친구’(MBC·2000년) ‘허니허니’(SBS·2001년) 등에 조연으로 출연했지만 육감적인 몸매로만 주목받았다. 영화 ‘마법의 성’(2002년)으로 단박에 여주인공 자리까지 꿰찼지만 역시 ‘파격 노출’로만 이슈가 됐다. 그후에는 활동마저 끊겼다. 그는 ‘김지은’이란 본명 대신 ‘강예원’이란 예명을 만들었다.

그리고 ‘1번가의 기적’(2007년)으로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그는 “당시엔 여유가 없어 내 눈앞의 상황만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강예원은 매 작품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줬다.

“다양한 역할을 해온 것처럼 저도 밝고 어두운 양면을 다 갖고 있어요. 하지만 평소엔 절대 힘든 점을 내색하지 않으려고 해요. 큰 아픔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죠. 항상 밝게 지내려고 노력합니다. 행복도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요?”

다시 웃는 얼굴로 돌아간 그는 “윤여정 선배처럼 오래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관객과 신뢰를 쌓을 시간도 필요하고, 작품 수도 아직 부족해요. ‘퀵’부터가 시작인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이 가장 행복하고 중요합니다.”

김윤지 동아닷컴 기자 jayla30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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