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정해성감독 “사흘 휴가 취소야”

입력 2011-07-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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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7시30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2011 하나은행 FA컵 8강전’ 수원과 전남의 경기에 앞서 벤치에 들어선 전남 정해성 감독이 땀을 훔치고 있다. 수원 | 임진환 기자 (트위터@binyfafa) photolim@donga.com

FA컵 8강 수원전 느슨한 플레이 분노
“나부터 정신 차려야지” 특단의 채찍
전남 드래곤즈 정해성 감독(사진)은 27일 수원 삼성과 FA컵 8강전이 끝나면 선수단에 3일 휴가를 줄 생각이었다.

선수들은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정 감독도 오랜 만에 서울 집으로 가서 가족들과 지인들을 만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 감독은 수원과 경기 후 휴가를 전격 취소했다. 정 감독을 포함한 선수단 모두가 바로 광양으로 내려갔다.

0-1 패배 때문이 아니다. 정 감독은 2002한일월드컵과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코치로 4강 신화와 원정월드컵 16강을 이끈 베테랑 지도자다. 경기 결과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정 감독을 분노케 한 건 결과가 아닌 경기 내용이었다. 볼을 빼앗았을 때, 빼앗겼을 때 혹은 경합 직후에 제2동작이 늘 수원 선수들보다 늦었다. 기량이 모자라서가 아니었다. 정신력과 자세의 문제였다.

정 감독은 전남 사령탑에 부임하자마자 작년 시즌 전남의 모든 경기를 동영상으로 꼼꼼하게 분석했다. 작년 전남이 부진했던 가장 큰 원인이 선수들의 태도라는 결론을 내렸다. 선제골을 내 준 경기에서 뒤집으려는 의지가 전혀 안 보였다.

정 감독은 올 시즌 앞두고 선수들에게 “경기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하지만 끈끈함만은 우리가 K리그 최고가 되자”고 주문했고 실제로 지금까지 잘 해 왔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수원과의 경기에서는 모든 게 실종됐다.

극약처방이 필요했다. 정 감독은 “나부터 정신을 다시 차려야겠다고 생각해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수원에 집이 있는 최고참 이운재도 정 감독 지적에 수긍하고 두 말 없이 광양으로 가는 선수단 버스에 올라탔다.

윤태석 기자 (트위터@Bergkamp08)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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