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간섭보다 믿고 맡긴다”

입력 2011-08-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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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SK 감독. 스포츠동아DB

‘이만수식 야구’ 들여다보니…

□1 선발은 길게…투수코치와 교감 중시
□2 “이호준 끝까지 4번” 주력타자에 믿음
□3 자율훈련…훈련량보다 훈련방식 중시
□4 벤치 통제력 줄이고 선수 개성 살리기
SK 이만수 감독 대행은 20일 롯데전에서 프로 첫 승을 거뒀다. 눈에 보이는 점만 열거하면 감독석에 앉지 않고, 시종일관 서서 지휘를 했다. 덕아웃 바깥까지 나가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 독려를 아끼지 않았다. 투수교체 시 직접 마운드로 올라갔다. “계속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이 대행은 “배우기를 그렇게 배웠다”고 했다.

10년간 체험했던 메이저리그 스타일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들렸다. 이 대행의 롤모델이라 할 아지 기옌 시카고 화이트삭스 감독을 떠올리게 하는 액션들이다. 그렇다면 보이지 않는 지점에서 이 대행의 ‘컬러’는 무엇일까. 나아가 ‘이만수 야구’가 향하고 싶은 목적지는 어디일까.


○투수=20일 SK 선발 고든은 7이닝(99구)을 던졌다. 고든의 약점이 스태미너인 점을 고려하면 길게 끌고 갔다. 다음에 송은범∼정우람이 0.1이닝만 던지고 마무리 정대현이 1.1이닝을 던졌다. 단 2구만 던진 송은범은 “시구하고 온 것 같다”고 농담을 했다. 이 대행은 “중간이 피로한 것 같아서 선발을 길게 갔다. 상황 봐서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상황 봐서’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향후 선발의 투구이닝이 길어질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이에 따라 김상진 투수코치의 조언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 이 대행은 “아무래도 급박한 상황이 오면 내가 일본어를 잘 모르니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는 말로 김 코치를 메인 투수코치로 곁에 두고, 가토 코치를 불펜코치로 이동시킨 배경을 설명했다.

○타자=투수와 달리 포수 출신인 이 대행이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다. 타순에 대해 이 대행은 “(타격코치의 조언에 의존하지 않고) 내가 짠다”고 밝혔다. 다만 20일과 21일의 타순을 보면 거의 고정적이다. 이 대행은 주장이자 베테랑인 이호준에 대해 “시즌 끝까지 4번”이라고 선언했다. 주력 타자들의 자신감을 심어주겠다는 의도다.


○훈련=포인트는 훈련량이 아니라 훈련방식이다. 문학으로 돌아가면 새 시스템이 본격 가동될 예정인데 가장 큰 특징은 자율훈련의 증가다. SK의 한 선수는 “전에는 특타조, 12시조, 1시조, 2시조 이런 식으로 팀별로 분할해서 훈련이 진행됐는데 이제부터는 1시30분 구장 소집, 3시부터 팀 전체훈련 시작의 방식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20일 뛰었던 주전 포수 정상호가 21일 쉬고, 허웅이 대신 나선 것도 체력안배를 강조하는 패턴으로 볼 수 있다.


○케미스트리=이 대행의 성패를 가를 요소다. 일단 이 대행의 노선은 ‘맨투맨 스킨십 강화와 자율 부여’로 큰 방향을 잡았다. 야수진부터 선수 개개인과의 면담을 통해 의중을 전달했다. 수석코치를 맡았을 때 지적됐던 시어머니 스타일을 자제하려는 기류다. 이 대행은 “2군이야 하나에서 열까지 가르쳐야겠지만 여기는 1군이다. 야구를 뭔가 아는 선수들이다”라는 말로 간섭보다는 믿고 맡기는 야구를 꾸릴 뜻을 비쳤다.


○목적=SK의 다른 선수는 “사인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SK의 브랜드처럼 각인됐던 강력한 벤치통제력에 의한 디테일 야구에서 개성과 역동성을 중시하는 ‘선수의 야구’로의 전환이 시작된 셈이다. 또한 ‘어린 선수들이 갈수록 중용되지 않겠냐?’라는 선수단 내부의 예측에서 드러나듯 이 대행 앞에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지 세대교체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

사직 | 김영준 기자 (트위터@matsri21)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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