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율화의 더 팬] 정말 끝내줬던 97년 ‘타격방해 끝내기’

입력 2011-09-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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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는 원년 출발부터 끝내기로 시작했다. MBC 청룡과 삼성 라이온즈의 개막전에서 MBC 이종도의 끝내기 만루홈런으로 화려하게 막을 올렸고, 성공예감은 어쩌면 그 순간부터였는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600만 관중을 구가하는 현재 프로야구의 인기는 그 끝내기 홈런이 촉매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30년이 흐르는 동안 프로야구에는 수많은 끝내기가 있었다. 물론 끝내기 홈런이나 끝내기 안타도 많았지만 끝내기 밀어내기, 끝내기 폭투, 끝내기 실책, 끝내기 패스트볼 등등의 웃지 못할 기록도 야구팬들을 어이없게 만들었다. 그 중 내가 본 가장 잊을 수 없는 끝내기는 바로 끝내기 보크. 1996년 9월 4일 LG와 현대의 경기, 2-2로 맞선 9회말 2사 주자 3루에서 현대 투수 정명원이 유지현의 타석 때 끝내기 보크를 범한 것이다. 며칠 후 정명원은 그 상황이 보크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펄쩍 펄쩍 뛰며 좋아하는 유지현을 보고는 영문 몰라 했다는 인터뷰를 한 바 있다.

이보다 더 어이없는 끝내기 기록은 바로 전무후무한 끝내기 타격방해다. 97년 6월27일 대구 한화-삼성전. 6-6으로 맞선 9회말 1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정경배가 구대성의 3구째에 힘차게 방망이를 휘두르는 순간, 배트가 포수 강인권의 미트에 걸린 것. 끝내기 타격 방해로 인한 삼성의 역전승이었다. 1년 전 끝내기 보크를 보며 “그래도 우린 저건 안 해봤다”고 흐뭇하게 웃었던 나는 그 장면을 보며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망연자실했다.

끝내기 하면 고의4구 폭투도 빼놓을 수 없다. 고의4구 폭투가 무엇인지 감이 안 잡히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투수가 타자를 일부러 1루에 보내기 위해 포수를 세워 놓고 던지는 그 고의4구를 던지다가 폭투를 범했으며 그게 결승점이 되었다. 그게 가능하냐고 물으신다면…. 가능하다. 주인공은 한화 이글스의 박정진. 그때 그 경기를 직관(직접 관전)한 나로서는 훗날 박정진이 한화 불펜의 핵심이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으니…. “야구 몰라요”라는 말을 응용하자면 “야구 선수 앞날 몰라요” 쯤 될까.

수많은 끝내기. 때로는 나를 울리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으나 그 이후로도 프로야구는 계속되었고 선수들은 그 자리에서 여전히 던지고 잡고 뛰고 구르고 있다. 그래. 그 유명한 격언대로 역시 야구는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여성 열혈 아구팬·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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