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wn Team is Down :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시즌초반 가장 먼저 30승 고지 1위 돌풍
주전 줄부상으로 주춤하자 마음 급해져
PS 부담감 변칙작전 무리수 결국 탈 나
LG가 사상 최초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좌절이라는 암울한 새 역사를 썼다. 24일 잠실 SK전에서 패하면서 수치상의 4강진출 가능성이 완전히 소멸됐다. 지난해 이미 종전 롯데(2001∼2007년)의 7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 기록을 갈아치운 LG다. 올시즌 중반까지 선두싸움을 벌였기에 LG의 이같은 비극적인 결말은 더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충격의 자이로드롭
LG는 시즌 초반부터 돌풍을 일으켰다. 4월 10일에 무려 14년(5018일) 만에 정규시즌 1위에 올랐다. 또한 30승에 가장 먼저 도달했다. 6월 11일에는 34승24패(승률 0.586)로 승수가 패수보다 10개나 많았다. 당시 1위 SK와 게임차 없는 2위. 그러나 장마철부터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추락을 거듭했다. 6월 12일부터 따지면 29승46패1무(승률 0.387)로 8개구단 중 최하위. 8월 2일까지는 그래도 4위를 유지했지만 이후 하위권으로 내려앉아 반전의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롤러코스터가 아니라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자이로드롭 시즌이다.
○조급증과 부담감
시즌 중반까지는 4강에 대한 희망이 컸지만 작전은 조급하게 이뤄졌고, 선수기용마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변칙과 무리수가 튀어나왔다. 1회 수비부터 주자가 3루에만 있으면 1점도 주지 않기 위해 전진수비를 하다 오히려 대량실점으로 경기를 망치는 일이 잦았다. 5인 선발 로테이션이 아니라 4인으로 돌리다보니 부하가 걸리고, 5번째 선발투수는 오랜 만의 등판에서 감을 찾지 못해 난타를 당했다. 선발투수의 불펜투입도 결과적으로 시즌 후반 부메랑이 됐다. 긴 호흡의 마라톤 운영이 아니라 눈앞의 1승만을 보고 전력질주를 한 까닭이다. 8년 연속 4강진출에 실패한 탓에 패수가 하나둘씩 늘어나자 벤치부터 조급해졌고, 그 분위기는 선수들에게 그대로 부담감으로 전이됐다.
○꿰지 못한 서말의 구슬
외국인투수 주키치와 리즈는 LG 역사상 최초로 외국인투수 동반 10승을 기록했다. 새로운 에이스 박현준까지 8개구단 중 롯데와 함께 가장 많은 3명의 10승투수를 보유했다. 시즌 중반에는 마무리투수 송신영을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했다. 최근 수년간 FA 선수의 대거 영입과 맞물려 구슬은 서말이나 됐다. 다른 구단에서는 “LG가 저 전력으로 4강을 못 간다는 건 말도 안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LG 주력선수들은 잇따라 부상에 덫에 걸렸다. 운이 없었지만, 부상을 너무 가볍게 다루다 공백을 장기화하는 등 부상선수 관리에 허점도 드러났다. 지난해 시즌 종료부터 스프링캠프까지 쉼없이 장기 훈련을 소화했다. 강한 훈련으로 기량을 향상시키고, 선수단의 정신개조 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2년간 선수들을 휴식없이 무리하게 돌리다보니 부상이 줄을 이었고, 힘을 내야할 후반기에 페이스를 올리지 못한 측면도 있다. 팀방어율 3위, 팀타율 4위의 전력으로 4강진출에 실패했고, 사상 최초로 30승 선착팀의 4강 탈락 새 역사를 썼다.
○와해된 혼·창·통
지난해 LG는 우리 사회에 화두를 던진 혼(魂)·창(創)·통(通)을 선수단에 이식하려고 했다. 그러나 현재 LG 모습은 이도 저도 아니다. 성적이 내리막길을 타면서 ‘혼’이 사라졌다. 비전과 꿈이 사라진 비극의 시작이었다. 돈으로도 ‘창’을 살 수 없었다. 상위권에 있었던 시즌 중반부터 선수단에는 웃음이 사라졌고, 굳어진 몸과 마음으로는 창의적 플레이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선수단은 물론 프런트도 소통에 소홀했다. 리더십은 먹혀들지 않았고, 개인간과 부서간의 유기적 협력도 이뤄지지 않았다. 후반에 한번쯤은 반전 기회가 있을 법도 했지만 그걸 잡아내지 못한 이유다. 9년간의 인고의 세월보다 더 서글픈 건 혼도, 창도, 통도 잃어버린 암울한 현실이다.
잠실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