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3D 인터뷰] 한화 박정진 “난 119 독수리 불러만 주면 언제든지 콜!”

입력 2011-10-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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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박정진은 리그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슬라이더를 앞세워 철벽 좌완 불펜으로 자리를 굳혔다. 그의 내년 목표는 팀 4강 진출과 홀드오아 등극이다. 올시즌 전 다짐헀던 것들을 모두 이뤘기에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스포츠동아DB

올해 63경기 85.2이닝 91K
서른다섯 살 불펜 이닝이터

바티스타와 동시출격
15G서 무패 ‘환상 승리조’

내년 목표는 30홀드
마운드 출격, 언제나 즐거워


한화 박정진(35)은 불펜의 이닝이터다. 올시즌 그는 63경기에 나가 85.2이닝을 던졌다. 3일까지 7승5패 7세이브, 16홀드, 방어율 2.94를 기록하며 한화를 5위로 끌어올렸다. 35세의 나이에 85이닝을 넘게 던진 불펜투수는 박정진이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이다.

오승환 없는 삼성을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지금 박정진 없는 한화는 상상할 수 없다. 박정진의 폼은 독특하다. 높은 릴리스포인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의 직구와 슬라이더는 타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그는 방출위기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투수다. 어깨부상과 군복무로 2005년부터 5년 동안 불과 12이닝밖에 던지지 못했다. 그는 마운드에서 던지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잘 알고 있다. “저는 마운드에 자주 나가는 게 좋아요. 팬과 팀을 위해 제가 할 일이 있다는 게 항상 고맙습니다.” 박정진은 올시즌 팀과 팬을 위해 85이닝을 넘게 던졌다. 그는 한화의 수호신이다. 그리고 진정한 불펜의 이닝이터다.


바티스타와 최강 불펜 만든다

데니 바티스타는 9월 25일 롯데전에서 4이닝을 던졌다. 3-3 동점인 8회부터 나가 11회까지 던졌다.

“처음엔 2이닝을 던지기로 했는데 1이닝을 더 던지겠다고 하더라구요. 3이닝을 던지더니 또 나간대요.” 결국 4이닝 동안 바티스타는 79개의 공을 던지고 승리투수가 됐다. “공도 잘 던지지만 사람 바티스타가 좋아지더라구요. 내년에 둘이 한번 최강불펜을 만들고 싶어요.”

한화는 8월 6일 LG전부터 박정진과 바티스타가 함께 출전한 경기에서 14승1무로 무패행진 중이다. 둘은 15경기에서 무려 45.1이닝을 합작했다. 평균 3이닝을 책임졌고, 함께 출전한 15경기에서 0.60이라는 환상적인 방어율을 기록했다.

85.2이닝, 91탈삼진의 박정진과 35이닝에서 61개의 삼진을 잡은 바티스타가 시즌초반부터 뭉친다면 어떻게 될까? 환상적인 승리조가 탄생한다. 선발투수들은 여유가 생기고 야수들은 집중력이 강화된다. 투수력과 공격력 전반에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면서 한화의 격이 달라지게 된다.


● 서클체인지업과 밸런스

박정진은 리그 최고 수준의 슬라이더를 던진다. 높은 릴리스포인트에서 예리하게 꺾여 들어가는 슬라이더는 좌우타자 모두를 압도한다. 올 시즌 그는 슬라이더에 서클체인지업을 가미했다. 직구와 슬라이더에 체인지업을 섞으면 더 완벽할 것 같았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체인지업을 던지면서 시즌 초반 밸런스가 나빠졌고 투구내용도 흡족하지 않았다. 4월에 팀은 6승16패로 추락했다. 체인지업을 포기했다. 다시 직구와 슬라이더로 전력투구했다.

터닝포인트는 5월 18일 두산전이었다. 9-7로 앞선 8회말 1사 2·3루의 위기에서 김동주와 최준석을 연거푸 삼진으로 잡았다. 김동주는 직구를, 최준석은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썼다. 서클체인지업은 류현진과 상의한 뒤 내년에 다시 도전할 계획이다.


● 완벽하게 준비한다

지난 겨울 박정진은 쉬지 않고 공을 던졌다. 12월에도 야구장에 나가 이틀에 한번씩 150개를 던졌다. 가볍게 팔에 자극을 주면서 올시즌을 준비했다. “저는 일찍 페이스를 올리고 서서히 조절해 나가는 게 좋더라구요.” 나이에 맞는 훈련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민철, 한용덕, 송진우 코치 같은 선배들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됩니다.”

박정진은 러닝을 많이 하는 선수다. 시즌 내내 60m를 매일 12번씩 뛰었다. “체력은 아직도 자신 있어요. 올해 많이 던졌지만 크게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완벽하게 준비하려고 노력하는 선수다. 그래야 팬들 앞에서 팀을 위해 열심히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 홀드왕과 4강진출

올해 그의 목표는 팀의 탈꼴찌와 인정받는 투수가 되는 것이었다. 그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이뤘다. 한화는 정규리그 5위가 유력하고 그는 리그 최고의 불펜투수로 꼽힌다. “지난해는 멋모르고 그냥 정신없이 던졌어요. 올시즌 부담이 많았는데 다행입니다.”

그의 내년 목표는 팀의 4강진출과 홀드왕이다. “김태균도 돌아오고 바티스타와 함께 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올해보다 현진이가 더 잘 던질 테고요.” 내년 시즌 목표를 일찌감치 30홀드로 잡았다.

“4강에 가려면 제가 30홀드하고 바티스타가 30세이브 이상 해야죠.” 위기에서 박정진이 가장 먼저 하는 것은 돌파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 다음은 그의 공격적인 피칭이 이어진다. 박정진과 30홀드! 잘 어울리는 친구같다.


● 오늘 최선을 다하는 투수

올해 박정진은 85이닝을 넘게 던졌다. 35세의 나이에도 그는 묵묵히 맡은 책임을 다했다. 마운드에 나가는 게 즐겁다고 했다. “1군에서 내 공을 한번만 제대로 던졌으면 하는 게 소원이었던 때가 있었죠.”

그는 앞으로 몇 년을 더 뛰겠다는 말보다 앞으로 1년에 전념하겠다고 했다. 내일을 걱정하기보다는 오늘 후회없이 던지겠다는 것이다. 박정진은 참 멋진 투수다. 팬과 팀을 위해 언제든지 마운드에 오르겠다는 그의 마음이 참 아름답다. 불펜의 이닝이터 박정진! 적어도 40세까지는 그가 한화 마운드를 지켜주기를 바란다.


■ 한대화 감독이 말하는 박정진

● 고맙고 미안하다= 올해 우리 팀 MVP는 박정진이다. 좀 더 보호해 줬어야 했는데 팀 사정상 많은 이닝을 던지게 했다. 시즌 내내 잘해줘서 고맙고 미안하다.
최고의 공을 던진다= 박정진의 직구와 슬라이더는 타자가 치기 힘든 공이다. 좌타자, 우타자 모두에게 위력적이다. 나이가 있기 때문에 올해처럼 계속 기용할 수는 없다. 내년에는 이닝을 좀 더 줄일 생각이다.
바티스타와 함께 하면서 더 좋아졌다= 바티스타가 온 이후 편하게 던진다. 삼성에서 느꼈던 강한 불펜의 힘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박정진-바티스타를 지원할 한명이 더 필요하다.

정민철 투수코치가 말하는 박정진

훈련을 못하게 했다= 훈련을 스스로 찾아서 하는 선수다. 항상 체력이 걱정인데 여름에는 러닝을 못하게 했다. 코치하면서 훈련을 못하게 한 선수는 박정진이 처음이다.
서클체인지업은 필요하다= 정진이가 체인지업을 던지려고 하는 이유는 긴 이닝을 소화하기 위함이다. 체인지업을 던지면 체력도 세이브가 된다. 지금은 직구와 슬라이더로 충분하지만 2년 후에는 체인지업이 필요하다.
박정진의 왼팔이 다했다= 올시즌을 통해 박정진 위치는 확실해졌다. 박정진 왼팔이 큰일을 했다. 기술적으로나 멘탈적으로 믿음이 가는 투수다.

● 박정진은?

▲ 생년월일=1976년 5월 27일
▲ 출신교=청주중앙초∼청주중∼세광고∼연세대
▲ 키·몸무게=183cm·82kg(좌투우타)
▲ 프로 데뷔=1999년 한화 1차 지명
▲ 2011년 연봉=7500만원
▲ 2011년 성적=3일 현재 63경기 7승5패,16홀드,7세이브, 85.2이닝 28자책점(방어율 2.94)

이효봉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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