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이 만난 사람] 황보관 축구협회 기술교육국장 “A급 해외파, 벤치만 지킨다면…”

입력 2011-10-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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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황보관 기술교육국장이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A대표팀과 올림픽팀의 본선행에 대한 전망을 내놓았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경기감각 떨어지면 대표팀도 악영향 미쳐
컨디션 절정의 선수들 그라운드서 뛰어야
조직력 극대화해야 WC·올림픽 진출 가능

‘0-3 日쇼크’ 후 정신 번쩍…큰 교훈 됐죠


2011년 한국축구의 지상 과제는 중동축구를 뛰어넘는 것이다.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상대(레바논 쿠웨이트 UAE)와 2012런던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경쟁국(오만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의 공통점은 상대가 모두 ‘중동’이라는 점이다. 이동거리나 시차, 날씨, 음식 등 모든 것이 불리하다. 상대는 단 한번만 동아시아로 오면 되지만, 한국은 3번씩이나 중동으로 가야한다. 모래바람이 두려운 이유 중 하나다.

대표팀 조광래 감독이나 올림픽팀 홍명보 감독이 치밀한 구상을 하고 있겠지만, 주위의 도움도 절실하다. 축구협회 기술교육국의 지원 사격이 그 중 하나다.

기술교육국은 각급 대표팀의 기술지원은 물론 연령별 상비군 관리, 교육 등 막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달 대표팀의 쿠웨이트 원정 때 단장 자격으로 다녀온 기술교육국 황보관(46)국장을 만나 한국축구의 앞날에 대해 들어봤다.


-공교롭게도 상대가 모두 중동 팀인데.

“중동은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현대 축구와 거리가 멀죠. 다만 개인기는 대단히 뛰어난 편이에요. 무시할 수 없죠. 그러나 우리 특유의 조직력을 발휘하면 무리는 없다고 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그들의 국민성은 너무 여유롭죠. 워낙 덥다보니 조금은 게으를 수밖에 없고. 바로 그런 게 중동축구의 요즘을 만든 게 아닌가 싶네요. 국제무대에만 나가면 약해지잖아요. 중동은 오일달러를 앞세워 브라질 용병을 사들여 국적을 바꾸는 등 어느 정도 발전한 게 사실이죠. 하지만 그 이후 정체돼 있어요.”


-기술국 차원에서 상대 팀 분석이 필요할 텐데.

“기술위원회에서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경기 후 따로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사후 브리핑을 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먼저 영상이나 상대 선수들에 대한 장단점을 두루 녹인 파일을 정리해 코칭스태프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2014브라질월드컵 출전에 대한 전망은.

“아시아 3차 예선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지만 최종예선은 분명 다를 것으로 봅니다. 요즘 한국 축구의 문제점으로 대두되는 게 바로 해외파들의 경기력인데요, 이는 기술국이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에요. 결국 선수 본인이 타파해야할 부분이죠. 그래도 걱정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게임을 제대로 뛰지 못한다면 (해외파) 비중을 줄이는 방안도 조심스레 모색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고요.” (여름이적시장 때 프리미어리그 아스널로 이적한 대표팀 주장 박주영이 아직 정규리그 데뷔전을 갖지 못한 데 대한 코칭스태프의 불안감을 대변하는 듯 했다.)


-소속팀 경기에서 뛰지 못하고 대표팀에 오면 어느 정도 힘듭니까.

“아주 좋은 선수들이, 소속 팀 경기를 잘 뛰고 있더라도 클럽과 대표팀을 오가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죠. 긴 여정으로 오는 피로감은 의외로 큽니다. 이런 상황인데 소속 팀에서 경기를 제대로 뛰지 못한다면 더욱 심각한거죠. 자신감에도 차이가 있을 것이고요. 제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감각이란 부분은 결코 무시할 수 없죠.”


-올림픽팀 전망은.

“솔직히 걱정스럽긴 해요. 성인대표팀과 교집합에 놓인 선수들이 원체 많다보니 그때그때 매번 새로운 멤버들을 구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나 싶네요. 월드컵과 올림픽 모두 중요하다는 게 기본 원칙이니까요. 개인적으로는 11월 중동 2연전이 마무리된 후 월드컵대표팀이 긍정적인 방향(최종예선 진출 확정)으로 나아간다면 그 이후에는 협회 차원에서 올림픽 체제로 전환시키는 방안도 조심스레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조광래 감독님과 먼저 상의가 필요하겠지만.”

올해 한국축구에는 몇 차례 충격파가 전해졌다. 그 중 하나가 한일전(8월10일) 참패다. 제대로 힘 한번 못 쓰고 0-3으로 깨졌다. 한국이 못한 것도 있지만, 일본 축구의 급성장을 보여준 경기이기도 했다. 일본 축구에 정통한 황보관 국장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일본전 패배의 충격이 대단했죠.

“한일전이 끝난 뒤 여러 가지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좋은 쪽으로 보면 발전을 위한 도약대가 됐다고 봐요. 일본을 배우자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일본을 알자는 뜻이죠. 그간 일본은 한국을 알기 위해 많은 한국 선수들을 데려갔고, 지도자들을 영입했습니다. 우리도 보다 열린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죠.”


-한국축구가 나아가야할 방향은 어디입니까.

“우리의 저변은 넓지 않습니다. 얼마 전 한국과 일본의 U-14 대표팀이 경기하는 걸 봤어요. 양 국의 특성이 고스란히 나오더라고요. 한국의 체력과 정신력, 선 굵은 플레이에 일본식 세밀한 기술을 접목시킨다면 가장 우수한 축구가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일본은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재미있는 건 항상 일본은 한국을 배워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에요. 인프라 측면에서 보면 분명 일본이 우리보다 앞서지만 항상 일본은 ‘한국에 약하다’는 생각을 해왔고, 배우려고 하고 있죠. 그런 고민을 했기에 우리와 근접하게 왔고, 이번 한일전까지 이어졌다는 점을 무시하면 안 됩니다. 우리 역시 일본을 알아야 합니다.”


● 황보관은?


생년월일: 1965년 3월 1일(대구)

학력: 서울대 체육교육학과

선수 경력: 1988∼1995 유공(1990이탈리아월드컵), 1995∼1997 오이타 트리니타

주요 경력
- 2000∼2003 오이타 유소년 감독
- 2004 오이타 코치, 2005 오이타 감독,
- 2006 오이타 강화부장
- 2007∼2009. 12 오이타 부사장
- 2009. 12∼2010. 11 오이타 감독
- 2010. 12∼2011. 4 FC서울 감독
- 2011. 5∼현재 대한축구협회 기술교육국 국장

최현길 스포츠2부 부장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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