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는 세종대왕? ㅎㅎ 그거 재밌네

입력 2011-10-15 0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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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의 사극 열풍이 거세다.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해 드라마의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위에서부터 ‘공주의 남자’, ‘뿌리 깊은 나무’, ‘계백’. 사진제공|KBS·SBS·MBC

■ SBS ‘뿌리 깊은 나무’ 초반 강세 왜?

4회만에 시청률 19.1% 거침없는 질주
퓨전·장르 사극을 넘어 팩션사극 대세
역사적 사실보다 허구 가미된 재미 선호
일부선 “역사 왜곡” 곱지 않은 눈초리


‘팩션 사극’이 안방극장의 새로운 인기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종영한 KBS 2TV ‘공주의 남자’ SBS ‘무사 백동수’에 이어 현재 방송 중인 SBS ‘뿌리 깊은 나무’까지 모두 시청률이 강세다. 특히 최근 시작한 한석규 장혁 주연의 ‘뿌리 깊은 나무’는 방송 3회 만에 시청률 8.5%(AGB닐슨미디어 집계·이하 동일)나 상승하더니, 13일 4회에서는 19.1%를 기록했다.

# ‘팩션 사극’의 재미 극대화

‘뿌리 깊은 나무’는 이정명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한글창제 일주일 전 벌어지는 집현전 학사 연쇄살인 사건이 주된 스토리다. 세종(한석규)과 한 명의 백성(장혁)이 연합하여, 한글창제를 막고 집현전을 철폐하려는 세력에 맞서는 과정을 담았다.

방송 전에는 ‘바람의 화원’ ‘쩐의 전쟁’ 등을 연출한 장태유 PD와 ‘선덕여왕’의 대본을 쓴 김영현·박상연 콤비 등 ‘스타’ 제작진이 화제가 됐지만, 지금은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와 ‘욕하는 왕’이라는 신선한 캐릭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초반부터 거칠 것 없는 기세를 보여주는 ‘뿌리 깊은 나무’는 최근 안방극장의 새로운 사극 트렌드인 ‘팩션 사극’이다. ‘팩션’이란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였다는 의미로 ‘팩트(Fact)’과 ‘픽션(Fiction)’를 합성한 신조어이다. ‘공주의 남자’와 ‘뿌리 깊은 나무’처럼 수양대군과 세종이라는 실존 인물에 야사와 작가적 상상력을 곁들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극이다.


# 전통→장르→팩션…사극의 진화

‘팩션 사극’의 급부상은 현재 방송중인 MBC 월화드라마 ‘계백’의 부진과 비교되며 더욱 눈길을 끈다. 32부작인 ‘계백’은 큰 제작비를 투입한 정통 사극이다. 하지만 11일까지 24부작이 방송됐지만 아직 시청률이 10%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이서진 송지효 조재현 오연수 등 연기자들의 면면이 화려하고, 드라마 스케일도 큰 ‘계백’의 부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주의 남자’와 ‘뿌리 깊은 나무’에는 있고, ‘계백’에 없는 것은 무엇일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제는 퓨전 사극도 유행이 지나갔고, 최근에는 장르사극까지 왔다”며 “‘성균스캔들’과 ‘공주의 남자’가 멜로사극이고 ‘추노’는 액션사극이다. 사극은 이제 역사의 틀에서 벗어나 장르적인 재미를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중들은 인기 있었던 정통사극을 반복해 보고 싶어 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기대한다”며 “‘공주의 남자’와 ‘뿌리 깊은 나무’를 보면 팩션이 전면으로 나온 것을 볼 수 있다. 눈이 높아진 시청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사극은 도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 사극에 역사적 사실보다 허구가 많이 가미되는 것을 우려해 ‘역사의 왜곡’이라는 비난의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해 정덕현 씨는 “사극을 역사 기록 자체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재미를 추구하면서 사실과 다른 부분에 우려가 크겟지만, 시청자의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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