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 이성한 감독 "이야기, 최선보단 열심으로"

입력 2011-10-21 16:4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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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한 감독. 스포츠동아DB

거칠어서 좌충우돌하는 10대의 성장통을 그린 영화 ‘바람’. 정우가 주연한 영화는 ‘스페어’
이성한 감독이 연출한 두 작품은 대중적 흥행을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았다.

최근 개봉한 영화 ‘히트’(제작 부영엔터테인먼트)는 바로 그 호평이 발판이 됐다. 이성한 감독은 ‘바람’에 기대 ‘히트’를 연출하고 제작할 수 있었고 한재석, 이하늬, 송영창, 정성화, 박성웅 등 출연배우들도 ‘바람’을 보고 의기투합했다. 그만큼 ‘히트’에 대한 기대감도 남다른 것이었다.

‘히트’는 사설격투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간군상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사설격투장을 둘러싸고 거액의 판돈을 차지하려는 이들의 이야기는 세상사를 비틀어보는 풍자의 시선으로 가득하다. 또 마치 ‘오션스 일레븐’을 들여다보는 듯, 다양한 캐릭터의 생생함도 작업 과정에서 겪었을 숱한 고민의 흔적을 느끼게 한다.

영화의 상당 분량은 바로 이 사설격투장에서 벌어지는 격투기 경기. 많게는 모두 7대의 카메라를 동원해 경기 장면과 400여 엑스트라의 환호와 안타까움, 돈을 향한 욕망의 표정을 담아냈다.

이를 위해 콘티 작업에만 무려 석 달이 걸렸다. 철저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군더더기 없는 장면이 완성됐다. 대전의 넓은 한 폐공장에서 촬영한 이 장면들은 사설격투장이라는 배경이 드러내는 특유의 비릿한 욕망을 제대로 담아냈다.

이 ‘폐공장=사설격투장’이라는 공간이 주는 매력에서부터 이성한 감독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연출과 제작은 물론 직접 각본을 쓴 이성한 감독은 그러나 아쉬움의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음악과 음향 등 후반작업의 중요한 부분을 50% 밖에 진행하지 못한 상태에서 언론시사회를 해야 했다.”

개봉 일정에 맞춰야 했기 때문이다. 흥행작이 아니면 오랜 시간 극장에 간판을 내걸기 힘든 현실 속에서 짜여진 개봉 일정을 바꾸기도 쉽지 않았고 공개 직전까지 후반작업에 매달려야 했다. 덜 완성된 영화가 호평을 받기란 만무한 일.

대신 현재 극장에 내걸린 ‘히트’는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버전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어서 이젠 관객들의 입소문에 기댈 뿐이다.

이성한 감독은 “최선을 다했다는 말 대신 열심히 만들었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선을 다했다는 건 더 이상 할 것이 없다는 말이다. 대신 열심히 했다는 건 그것이 나의 선택이었고 내가 가야 하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그리고 길을 나서기 전에 ‘바람’이 얻은 호평에 취했던 건 아니었는지, “결국 내가 옳다”는 독선 아닌 독선에 빠졌던 건 아니었는지 다시 되돌아보고 있다.

그런 고민이 결국 “약이 될 것”이라고 믿는 그는 이제 내년 여름까지 또 다른 작업에 몰두할 생각이다. ‘스페어’와 ‘바람’에서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준 배우 정우가 쓴 원작을 바탕으로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펼쳐낼 계획이다.

“정우와는 함께 시작한 입장이었다. 충무로에서 아무도 날 몰라줄 때 내 손을 잡아준 배우이다. 그와 함께 성장해가는 모습도 의미가 있지 않겠나.”

스포츠동아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tadada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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