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핫이슈] 리드 잡아야 이긴다…닥치고 번트!

입력 2011-10-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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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시즌 때는 베테랑 심판들도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한다. 한국시리즈 1차전 4회초 2사 1루. SK 1루주자 김강민(오른쪽)이 2루 도루 후 포수 송구 실책을 틈타 3루까지 파고들자 문승훈 3루심(왼쪽)이 송구를 피해 펄쩍 뛰어오르면서도 끝까지 눈을 떼지 않고 주자와 3루수 박석민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 대구|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

■ ‘빅볼 전문’ 류중일·이만수 스몰볼 전환 왜?

삼성-SK 막강불펜…1∼2점차 승부
양 감독 “초반부터 희생번트 대겠다”

“뒤집기 보다 초반 선취점 뽑자” 전략
SK 1회부터 번트, 삼성 5회 번트동작


“초반부터 번트도 대겠다.”

삼성 류중일 감독과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웬만해서는 5회 이전까지는 희생번트를 대지 않는다. 작전에 의해 1점씩을 짜내는 스몰볼(small ball)보다 찬스를 잡은 이닝에 더 많은 득점을 추구하는 야구, 즉 ‘빅이닝볼(big inning ball)’을 선호한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1차전에 앞서 “초반부터 희생번트를 댈 수 있으면 대겠다”고 선언했다.

류 감독은 “1회부터 희생번트를 할 생각은 없지만 3회 정도부터는 희생번트 작전도 낼 생각이다”고 밝혔다. 이 대행은 한술 더 떠 “1회부터라도 희생번트를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둘 다 한국시리즈에 한해서는 ‘스몰볼’도 불사하겠다는 뜻이다. 이들은 갑자기 왜 그동안 추구해온 야구 스타일에 변화를 주려는 것일까.


● 스몰볼을 꺼리던 류중일과 이만수

류중일 감독은 올시즌에 앞서 삼성 지휘봉을 잡은 뒤 “경기 초반에 희생번트를 대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말을 지켜나가며 공격적인 야구를 지향했다. 정규시즌 삼성의 희생번트는 73개에 불과했다. 롯데(61개)에 이어 가장 적은 수치. 경기당 0.55개 수준이다. 선동열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지난해에는 111개로 8개구단 중 두 번째로 많았다는 점에서 크나큰 변화라 할 수 있다.

이만수 대행도 벤치 작전을 최대한 자제하는 스타일이다. SK는 올시즌까지 최근 3년 연속 최다 희생번트 팀이었지만, 김성근 전 감독 시절과 이만수 대행 시절은 대조된다. 올시즌 김성근 감독이 이끌었던 8월 17일까지 93경기에서 109개였지만, 이만수 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40경기에선 38개에 불과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준플레이오프 4경기와 플레이오프 5경기를 치르며 각각 4개씩의 희생번트만 기록됐다.


● 한국시리즈 스몰볼 전환 왜?

이만수 대행은 “이철성 수석코치에게 한국시리즈에서는 1회부터 번트사인이 나갈 수 있으니 사인미스가 없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회초 선두타자 정근우가 좌전안타로 출루하자 곧바로 2번타자 박재상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는 1회는 물론 3회까지 한번도 희생번트가 없었던 SK였다.

삼성은 1차전에서 4회까지 선두타자가 출루하지 못했다. 그런데 2-0으로 앞선 5회말 선두타자 9번 배영섭이 우전안타로 출루하자 1번 김상수가 연속 번트동작을 취했다. 3구째에 김상수가 번트에 실패해 1루주자 배영섭이 2루에서 아웃됐지만 류 감독 역시 움직였다.

양팀 감독은 경기 전 “우리팀이나 상대팀이나 불펜이 강하다. 리드를 빼앗기면 뒤집기가 쉽지 않다. 대신 리드를 잡고 나가면 승산이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과 SK는 팀방어율도 각각 3.35와 3.59로 1·2위를 다퉜지만, 구원투수 방어율도 2.44와 2.78로 1·2위에 올랐다. 나머지 팀들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결국 투수전으로 1∼2점차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선취점의 중요성을 더 크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2차전 이후도 양팀은 초반부터 스몰볼로 나올 공산이 크다.

대구|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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