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원톱 폭격기’ vs 설기현 ‘측면 어태커’

입력 2011-11-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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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이동국(왼쪽)은 최근 부상에서 회복돼 정상의 컨디션을 찾았다. 다만 실전 감각이 떨어진 것이 우려된다. 울산 설기현(오른쪽)은 챔피언십에서 팀의 상승세를 이끈 일등공신이다.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과제다. 스포츠동아 DB

■ 전북 vs 울산 오늘 챔피언 결정 1차전…양팀 대표 공격수 전문가 입체분석

1. 공격|몸싸움 즐기는 킬러(이)/ 사이드 돌파 주무기(설)
2. 도움킬패스로 찬스 제공(이)/ 호쾌한 크로스 연결(설)
3. 약점회복안된 실전 감각 (이)/ 약점 바닥에 떨어진 체력(설)
4. 비중전북 닥공축구 선봉 (이)/ 울산 득점공식 키맨(설)

‘이동국 vs 설기현’ 과연 누가 먼저 웃을까.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가 30일 오후 6시10분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챔피언십’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치른다. 2차전은 12월4일 오후 1시30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전북 이동국과 울산 설기현의 맞대결이다. 같은 1979년생이지만 설기현이 생일이 빨라 1년 선배다. 한동안 스타에 목말랐던 K리그는 결승 무대에서 오랜만에 대형 공격수 격돌이 성사돼 한껏 고무돼 있다. 팬들의 관심도 그만큼 크다. 둘은 지난 10년 동안 한국을 대표하는 공격수였다. 그러나 플레이스타일에는 차이가 있다. 이동국이 전형적인 타깃형 스트라이커라면 설기현은 활동량과 폭이 큰 측면 공격수에 가깝다. 전문가를 통해 이동국과 설기현을 입체적으로 분석, 비교해 본다.


● 전후 vs 좌우

이동국은 전북이 주로 쓰는 4-2-3-1 포메이션의 최전방 원 톱이다. 울산은 4-4-2 포메이션인데 설기현은 김신욱 아래 처진 스트라이커로 출전한다. 둘은 일단 활동 범위가 다르다. 이영진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은 “이동국은 전후 움직임이 많고 설기현은 좌우 움직임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동국은 상대 골문 앞에서 포스트플레이를 즐겨 한다. 몸싸움과 볼 키핑력이 좋아 수비수들이 막기 힘들다. 전북에는 빠른 측면 자원들이 많다. 좌우에서 계속 크로스를 올리면 결정력 좋은 이동국이 마무리한다. 또한 이동국은 최전방에 있다가 수비수를 끌고 중앙선 쪽으로 나오기도 한다. 그 때는 김동찬과 에닝요, 이승현 등 작고 빠른 공격수들이 그 공간을 파고들어 찬스를 포착한다.

반면 설기현은 몸싸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문전 앞에 머물지 않고 수시로 좌우로 크게 빠진다. 측면에 있던 고슬기나 박승일은 설기현이 움직이며 만들어 준 공간에서 슛을 노린다. 만약 고슬기나 박승일이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설기현이 측면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로 김신욱의 제공권을 활용한다.


킬패스 vs 크로스

이동국은 올 시즌 16골15도움을 올렸고, 설기현은 6골10도움을 기록했다. 둘 다 특급 도우미로 손색이 없다.

그러나 도움을 기록하는 과정에는 차이가 있다.

이동국은 동료가 빠져 들어가는 순간 킬 패스로 도움을 하는 반면 설기현은 호쾌한 크로스로 헤딩 골을 이끌어내는 경우가 많다. 이용수 KBS해설위원은 “측면 공격수가 중앙으로 들어올 때 이동국이 타이밍을 맞춰 속도와 강도가 적절한 패스를 찔러 주면 좋은 찬스가 난다. 반면 설기현은 수비수가 붙어도 먼 쪽으로 볼을 쳐 놓고 스핀을 걸어서 크로스를 올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고 평했다.

도움이 많다는 건 동료들을 잘 활용할 줄 안다는 것이고, 그 만큼 노련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는 뜻이다. 제주 박경훈 감독은 “둘 다 나이가 들면서 완숙한 기량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득점도 좋지만 이렇게 동료가 득점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플레이를 하면 팀 분위기가 훨씬 상승세를 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감각 vs 체력

둘의 아킬레스건은 팀의 약점과 비슷하다.

이동국은 약 한 달 전인 11월5일 알 사드(카타르)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마지막 공식 경기였다. 그나마 당시에도 부상으로 몸이 정상이 아니었다. 이동국 이외에 다른 선수들의 컨디션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박태하 수석코치는 “이동국은 에닝요, 루이스의 지원을 많이 받는다. 이 선수들의 활약이 좋지 않으면 그만큼 이동국이 골 찬스를 잡을 확률도 낮아진다. 선수들 전체가 얼마나 경기감각을 빨리 찾는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설기현은 떨어진 체력이 걱정이다. 최근 2∼3일 간격으로 계속 경기를 소화했다. 팀이 잘 풀릴 때는 괜찮지만 열세에 처했을 때는 피로도가 훨씬 크게 느껴질 수도 있다. 박경훈 감독은 “설기현의 역할이 생각보다 크다. 설기현이 많이 움직이지 못하면 울산 공격 전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팀 공격 비중 절대적

대부분 전문가들이 이동국과 설기현이 팀 공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 “절반 이상이다”고 답했다. 그 만큼 핵심적이다. 이동국과 설기현의 비중은 전북과 울산이 챔프전에서 펼칠 전술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전북은 과감하게 경기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 울산은 이호와 에스티벤의 수비형 미드필더 그리고 최재수-곽태휘-이재성-이용이 버티는 포백 수비가 탄탄하다. 수비를 안정되게 한 뒤 빠른 템포로 역습을 노리는 패턴에 서울, 수원, 포항 모두 당했다. 처음에 조심스러운 경기운영으로 울산이 잘 하는 플레이를 방치하다가 끌려 다녔다. 이용수 위원은 “전북은 울산의 역습을 두려워 말고 1골 내주면 2골을 넣는다는 생각으로 계속 몰아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때 이동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결정적인 찬스를 골이나 도움으로 연결하면 울산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울산도 마찬가지다. 전북의 막강 화력은 이미 검증됐다. 탄탄한 수비는 필수다. 울산은 수비나 미드필드 지역에서 볼을 뺏으면 번개 같은 공격 전환으로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많지 않은 이 찬스를 결정적인 크로스나 골로 연결하는 게 설기현의 임무다. 박문성 위원은 “설기현이 측면으로 빠졌을 때, 설기현의 크로스에 의한 김신욱의 헤딩, 세트피스 등 울산은 몇 가지 고정된 공격패턴을 가지고 있다. 이 패턴이 9월 이후 몸에 익으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고 챔피언십에 와서 빛을 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울산이 이 페이스대로 경기를 이끌면 전북이 고전할 수도 있다.


이동국?
▶ 생년월일:
1979년 4월29일

▶ 신체조건: 185cm, 80kg

▶ 학력: 포철중-포철공고-위덕대

▶ 경력: 포항(98∼2002년, 89경기 33골 11도움), 베르더 브레멘(2001∼2002 임대, 7경기 0골), 광주 상무(2003∼2005, 61경기 15골 11도움), 포항(2005∼2006, 34경기 14골 5도움), 미들즈브러(2007, 29경기 2골), 성남(2008, 13경기 2골 2도움), 전북(2009∼현재, 89경기 51골 18도움)


● 설기현?
▶ 생년월일:
1979년 1월 8일

▶ 신체조건: 187cm, 82kg

▶ 학력: 주문진중-강릉상고-광운대

▶ 경력: 로열앤트워프(2000∼2001, 25경기 12골), 안더레흐트(2001∼2004, 72경기 18골), 울버햄턴(2004∼2006, 69경기 8골), 레딩(2006∼2007, 30경기 4골), 풀럼(2007∼2010, 18경기 1골), 알 힐랄(2009 임대, 7경기 1골), 포항(2010, 16경기 7골 3도움), 울산(2011∼현재, 39경기 6골 10도움)


* 도움 주신 전문가 : 이용수 KBS해설위원, 제주 박경훈 감독, 이영진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박태하 대표팀 수석코치, 박문성 SBS 해설위원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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