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구! 마무리 용병투수를 찾습니다

입력 2011-12-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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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 같은 마무리 투수만 있다면 10승 투수가 없어도 우승할 수 있지만 확실한 마무리 없이는 정상에 오르기가 매우 힘들다. 극심한 마무리투수 가뭄, 각 구단이 외국인 클로저에게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이유다. 스포츠동아DB

“아이고, 아무리 찾아봐도 국내엔 제2의 오승환이 없네…”

■ 국내 프로야구, 외국인 마무리투수 영입 바람…왜?

영입 초기엔 타자 위주의 거포 맹활약
2009년 KIA 우승후 투수영입 전환점
KIA 두산 한화 용병 마무리 찾기 나서

“외국인 소방수 구하기 힘들다” 의견도

홈런타자를 시작으로 선발투수, 그리고 이제는 마무리까지. 한국프로야구의 외국인선수 구성에 새 바람이 일고 있다. 극심한 마무리투수 가뭄 속에 용병 클로저가 새로운 유행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프로야구에 외국인선수 제도가 처음 도입된 1998년, 총 11명의 용병이 국내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 중 투수는 스트롱(현대), 앤더슨(LG), 파라(삼성) 등 3명뿐이었다. 대신 거포 내야수와 발 빠른 외야수가 주를 이뤘다. 이중 두산 우즈는 홈런과 타점 1위에 오르는 등 역대 최고의 외국인선수 중 한명으로 꼽히며 2002년까지 맹활약했다. 13년이 흐른 2011년 겨울, 8개 구단의 내년 시즌 계획을 살펴보면 총 16명의 용병 중 야수는 단 1명도 없다.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선수 전원이 투수로 구성돼 새 시즌을 맞이할 전망이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선발투수 중심이던 외국인 투수에 변화가 시작된 대목이다.

● 단 2시즌 만에 외국인 선발투수 대유행 끝

우즈가 두산에서 큰 성공을 거두자 많은 구단들은 외국인선수로 홈런타자들을 집중적으로 선발했다. 그리고 현대 쿨바와 브룸바, 한화 데이비스와 로마이어, 롯데 호세 등이 성공을 거뒀다. 그 과정에서 많은 구단은 외국인선수를 타자 1명, 투수 1명으로 활용했다. 야수 2명인 구단도 많았다.

큰 변화가 나타난 것은 2009년 KIA의 우승 이후다. KIA는 2008시즌을 마치고 투수 1명, 야수 1명으로 외국인선수를 계획했다. 그러나 장점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외국인선수를 로페즈와 구톰슨, 선발 2명을 뽑았다. 결과는 대성공. 2010시즌 로이스터 감독이 팀을 이끌던 롯데와 타선이 크게 약화된 넥센을 제외한 모든 팀이 투수 2명으로 외국인선수를 채웠다. 이 중 LG 오카모토를 제외하면 모두 선발요원이었다. 그러나 단 2시즌 만에 2009년 우승팀 KIA부터 변화를 택했다. 내년 시즌 외국인선수 마무리를 구상하고 있는 팀은 KIA와 두산, 한화까지 3개 구단이다. 현장에서는 스토브리그에서 불펜을 크게 보강한 롯데, 확실한 마무리가 있는 삼성과 넥센을 제외하면 모두 불펜에 고민이 큰 상태로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 마무리투수의 기근, 그리고 변화의 시작

스포츠동아 이효봉 해설위원은 “국내 투수 중에 마무리로 팀 전체에 확실한 믿음을 줄 수 있는 투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2000년대 초반 이후 불펜이 강한 팀이 모두 우승했다. 2009년 KIA는 선발이 매우 강했지만 역시 확실한 마무리 유동훈에 곽정철, 손영민의 필승조가 있었다”며 “확실한 마무리가 없을 경우 팀이 갑자기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마무리투수는 야수와 선발투수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자리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잠시 마무리를 맡았던 KIA 서재응은 “선발은 그날 경기를 책임지지만 마무리는 팀 분위기 전체를 어깨에 짊어지고 마운드에 올라야 한다”는 말로 그 어려움을 표현했다.

실제로 두산은 올해 우승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시즌 초반 마무리 임태훈이 흔들리며 성적이 가파르게 추락했다. LG는 시즌 중반 뒷문이 불안하자 선발로 돌려막기를 시도하면서 팀 밸런스가 깨져 4강에서 미끄러졌다.

단기전에선 마무리의 필요성이 더 커진다. 팀에 외국인 좌완 불펜투수를 요청한 선동열 KIA 감독은 “단기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불펜이 강해야 한다”고 단언한다. 이효봉 위원은 “불펜의 중요성이 계속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감독이 마무리를 먼저 정하고 투수 보직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보유 전력에서 마무리감이 없다면 외국인투수가 가장 빠른 대안이다. 국내 자원이 부족한 포지션에 외국인선수가 선발되는 경우가 많았다. 외국인 마무리 역시 그 같은 흐름이다”고 설명했다.

● 외국인 마무리의 경쟁력은?

외국인 마무리를 찾고 있는 두산 김진욱 감독은 “역대로 외국인선수가 마무리로 성공한 사례가 드문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팀 투수 구성상 외국인 마무리를 찾고 있지만 그 위험성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성공한 외국인 마무리는 1998년 21세이브를 기록한 LG 앤더슨, 2008년 31세이브를 올린 한화 토마스 등으로 손에 꼽을 정도다. 한 구단 스카우트는 “한국으로 영입 가능한 선수 중에서 메이저리그에서 경험이 풍부한 경우는 대부분 불펜투수 출신이다. 언뜻 선발보다 마무리가 어울릴 것 같지만 불펜요원과 마무리는 다르다. 좋은 선발투수를 찾는 것 이상 수준급 마무리는 외국인선수 중에서도 드물다”고 지적했다. 이효봉 위원은 “마무리는 위력적인 공을 갖고 있어야 하고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 일정 수준 이상의 제구도 갖춰야 한다. 그만한 투수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꼭 필요하다. 한화 바티스타 수준이면 한국에서도 무리가 없다. 그러나 그만한 마무리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마무리투수 장기적 육성 필요하다” 반론

장기적인 팀 전력 육성을 우선시하는 시각에선 외국인 마무리투수에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조범현 전 감독은 KIA 재임시절 외국인선수 1명을 마무리투수로 선발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어려움이 있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마무리투수를 키울 필요가 있다. 외국인선수가 갑자기 팀을 떠나면 다시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소신을 밝혔다. 많은 현장 지도자들의 생각도 같다. 선발보다 마무리의 육성이 더 힘들고 큰 믿음이 필요하다. 마무리투수가 부족한 현실에서 외국인투수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지만 단기적 처방이라는 시각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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