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좀비드라마\'로 인기를 휩쓸고 있는 ‘워킹데드\'의 글렌역을 맡고 있는 스티븐 연이 내한해 20일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사진제공ㅣ티캐스트
● 하늘이 도운 캐스팅…오디션 떨어지길 잘했네!
● 역할 속으로 빠져드는 배우가 되고 싶다
● 내 목표는 프로덕션을 운영…감독도 하고파
미국 드라마 ‘로스트’의 김윤진, ‘그레이 아나토미’의 산드라 오 등 한인배우들이 할리우드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 때 또 한 명의 한인배우가 미국인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그는 바로 스티븐 연(한국명 연상엽·28)이다. ● 역할 속으로 빠져드는 배우가 되고 싶다
● 내 목표는 프로덕션을 운영…감독도 하고파
스티븐 연은 현재 2010년 10월부터 미국 케이블 채널 AMC에서 방송하고 있는 ‘워킹데드(Walking Dead)’에 글렌 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워킹데드’는 그 해 방영된 케이블 드라마 사상 최다 시청자를 끌었고 시즌2까지 제작됐고 첫 회에 730만 명이라는 시청자를 동원했다. 폭스채널을 통해 전 세계 122개국에 동시 방영돼 세계적으로 ‘좀비신드롬’을 일으키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한국에서도 열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워킹데드’는 역시 ‘스티븐 연’의 팬들이 많이 보고 있다. 스티븐 연은 미국에 있을 때 한국의 팬 카페에서 직접 보낸 선물을 받고 깜짝 놀랐다. 그는 그 때를 기억하며 “한국에도 날 아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고 했다.
그래서 그는 ‘워킹데드’ 휴방기를 맞아 한국을 방문해 팬들을 만났다. 17일 광화문에 위치한 흥국생명빌딩에서 스티븐 연은 공식 팬 미팅을 가지며 팬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20일에 서울 광화문 티캐스트 사무실에서 만난 스티븐 연은 밝은 미소로 기자를 맞았다. 실제로 본 스티븐 연은 유쾌하고 훈훈한 인상으로, 인터뷰에 진지하게 응했다. 8년 만에 한국땅을 밟았다는 그는 “안 온 사이 건물들이 많이 생기고 공기가 더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 배우가 된 길은 지금 생각해도 ‘기적 같은 일’
“한국에 친척이 많아요. 어제는 친척 보러 청주에 다녀왔고요. 돌아다니면서 한국 거리 사진 찍고 다녔어요.”
서울에서 태어난 스티븐 연은 5살 때 가족들과 캐나다에 1년 정도 살다 미국 미시건주로 건너갔다. 그가 배우가 되겠다고 생각했던 때는 대학교 1학년 때이다. 학교에서 예술대학 학생들이 보여준 즉석 연기 공연을 접한 후 연기 오디션을 봤고 그 다음부터 연기수업을 들으며 배우의 꿈을 키웠다.
“연기 지도 교수님들이 저를 적극 지지해주셨어요. 그래서 연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부모님께서는 제가 의대나 로스쿨로 가길 바라셨지만 제가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더니 2년이라는 시간을 주셨어요.”
스티븐 연은 대학을 졸업 후 미시건 주를 떠나 시카고로 옮겨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이때부터 마치 기적 같은 연기자의 길이 펼쳐졌다고 했다. 에이전트를 구하려고 할 때 주위에서는 “적어도 2년은 걸린다. 지금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6개월 만에 에이전트를 구했고 단 한 번에 붙기에 힘들다는 세컨드 시티 극단(The Second City)을 한 번의 오디션으로 합격했다.
그렇게 2년 동안 극단에서 활동한 그는 본능적으로 LA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2009년 10월 LA로 떠난 그는 생계가 걱정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광고를 찍는 기회 등 먹고 살 길이 계속 마련됐다.
그러던 그는 파일럿 시즌에 드라마 오디션을 봤고 최종후보에 들었지만 떨어져 낙담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전화위복이 되어 ‘워킹데드’의 글렌 역에 캐스팅이 됐다. 그 때가 2010년 4월, LA에 온 지 6개월 만이었다.
그는 “Crazy Part(정말 신기한 일)”이라고 했다.
“남들은 10~15년을 있어도 따기 힘든 배역을 6개월 만에 구했어요. 게다가 제가 최종후보에 든 드라마는 방송 편성을 받지 못했어요. 제가 만약 그 드라마에 캐스팅이 되었다면 ‘워킹데드’ 오디션을 보지도 않았겠죠. 그 때 떨어졌던 것을 경험삼아 ‘워킹데드’ 오디션을 더 잘 볼 수 있었어요!”
“저도 한국인의 한(恨) 있어요.” 이민 1.5세대인 스티븐 연은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아 연기를 할 때 한국인 감성이 묻어나올 때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ㅣ티캐스트
▶ ‘글렌’역 분량 늘어나…기존 동양인 배우의 틀 깨고 싶다
‘워킹데드’에서 스티븐 연이 맡은 글렌은 애틀랜타의 19살 평범한 피자배달원이었다. 하지만 좀비가 세상을 지배한 후 그는 배달원으로 일했던 덕에 도시의 지름길을 꿰고 있는 일명 ‘능력자’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엉뚱한 19살이지만 용감무쌍하여 위험한 곳에 거침없이 들어가 생존자들을 구하기도 한다.
미국인들도 그 만의 매력을 느꼈던 걸까. 최근 그의 방송 분량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으며 엉뚱한 19세 소년이 아닌 남자로서 변해가는 캐릭터를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제 분량이 늘어나니 기분 좋죠. 그리고 기존 드라마에서 희화화되는 동양인이 아닌 다른 동양인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아요. 저도 처음엔 ‘워킹데드’ 상당부분에서 위트 넘치고 코믹한 역을 했어요. 하지만 지금부터 캐릭터가 좀 변하고 진화될 것 같아요. 기존 글렌은 단지 ‘영웅’이 되고 싶어 했던 아이라면 지금은 여성 파트너인 매기(로런 코핸)를 만나고 남성으로서 그 여자를 위해 삶의 우선순위가 바뀔 것 같아요.”
스티븐 연은 ‘글렌’역을 하며 자신의 19살 때를 회상했다. 그는 “글렌과 제 19살 시절은 무척 비슷해요. 승부욕이 엄청 강했거든요. 그래서 대학시절 농구선수인 친구들과 경기로 승부욕을 펼치기도 했고 연기면 연기, 공부면 공부 등 경쟁심리가 늘 작용했던 것 같아요. 글렌은 자기 의사를 확실히 표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항상 승부욕이 강하고 이기고 싶어 하거든요. 그래서 위험한 상황도 자처해 들어가 영웅이 되고 싶어 하는 거죠.”
그는 앞으로의 시즌과 차후 작품을 어떻게 준비할까.
“저는 축복받았죠. 처음부터 이렇게 큰 작품에 캐스팅 됐으니까요. 이제 ‘워킹데드’나 다른 작품을 할 때 물론 키나 외모 외형적인 조건도 중요하겠지만 그런 것이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연기하며 일을 하고 싶어요.”
▶ “송강호-박찬욱 감독과 함께 작품 해보고 싶어”
한국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그는 한국 작품에 출연하고픈 생각은 없을까. 그는 “지금 당장은 없다.”라고 말했다.
“지금은 한국에서 활동하기에 한국말 등 준비가 덜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유명세를 이용해서 작품에 참여하고 싶지 않을뿐더러 한국의 제작방식을 따르고 싶어요. 언젠간 제가 준비가 된다면 언제든 참여하고 싶어요. 지금은 맡을 수 있는 역이 교포 역 정도 밖에 없지 않을까요? (웃음)”
평소 한국 영화를 많이 보는 스티븐 연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와 감독은 송강호와 박찬욱 감독이다. 그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감각은 어느 나라에도 통용될 스타일인 것 같아요. 언젠간 송강호와 박찬욱 감독과 함께 작품 할 날이 오면 좋겠어요.”
배우 스티븐 연의 최종 꿈을 물어보니 “프로덕션을 차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저의 궁극적인 목표는 프로덕션을 차려 작품제작이나 감독을 해보는 거예요. 그 목표까지 가려면 아직 제가 밟아야 할 단계가 너무나도 많아요. 한 분야씩 마스터하며 숙련과정을 거쳐야겠죠. 다행히 제가 지식을 갈구하는 편이라 배우는 걸 좋아하고 작품에 대한 전체적인 숲을 잘 보는 것 같아요. 그리고 늘 관객들에게 어떻게 보여야 하는 지 생각해요. 하지만 아직은 배우로서 더 충실히 배우며 살아가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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