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영화 ‘댄싱퀸’, 엄정화 언니가 돌아왔다

입력 2012-01-09 12: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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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이 보일 것 같은 짧은 치마, 아찔한 착시를 의도한 시스루. ‘대중가요=아이돌’이 된 요즘, 과도한 노출과 선정적인 퍼포먼스는 예삿일이 됐다. 하지만 파격적인 무대 자체는 예전에도 있었다.

바로 엄정화(43). 당당한 매력과 카리스마가 있어 그는 민망하지 않고, 섹시했다. 그리고 엄정화가 다시 ‘댄싱퀸’으로 돌아왔다.

영화 ‘댄싱퀸’(19일 개봉, 감독 이석훈)은 서울 강북 전셋집에서 아득바득 현실에 매달려 살던 동갑내기 정민(황정민)-정화(엄정화) 부부가 꿈을 만나는 이야기다. 정민은 얼떨결에 서울시장 후보에 나서게 되고, 정화는 갑작스레 오랜 꿈이었던 댄스 가수의 제의를 받게 되면서 시장 후보 아내와 댄스 가수 연습생 사이를 오가는 이중생활을 시작한다.

엄정화는 초반 화려한 과거를 뒤로 한 ‘아줌마’ 에어로빅 강사로 그려진다. 벌이가 변변치 않은 남편을 대신해 친정에 전세금을 부탁하고, 딸에겐 “엄마처럼은 살기 싫다”는 말을 듣기도 하는. 여기서 그쳤다면 진한 모성애를 보여준 전작 ‘마마’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엄정화는 발랄하고 야무지다. 미혼이라 속이고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 이효리에게 ‘불합격’을 받고, 막내 취급 받으며 연습실 청소를 떠안지만 행복하다. “니 꿈만 꿈이냐?”며 일과 가족에 전력 매진하는 엄정화는 90년대를 주름잡던 ‘그 언니’이자 원조 ‘댄싱퀸’이다.

이처럼 엄정화는 전형적인 캐릭터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그는 “가수 엄정화와 영화 속 정화의 무대는 다르다”고 말했지만, 마흔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한 관능적인 눈빛과 유연한 몸짓으로 무대를 꾸민다.

자연스레 ‘배반의 장미’, ‘페스티벌’ 등 그의 히트 곡들이 떠오른다. 또 재도약하는 모습에서 갑상선암 등 어려움을 극복한 엄정화의 개인사가 겹쳐진다.

황정민 역시 실명 그대로의 역에 깊게 물어간다. “후진 옷은 전부 이 감독의 것”이라는 황정민은 극중 어수룩하지만 연신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인다. 아내 정화에게 “이 가시내야~”라며 능청스러운 부산 사투리를 구사하는 그 모습에서는 특유의 ‘사람 냄새’가 난다. 즉 ‘댄싱퀸’은 엄정화와 황정민, 노련한 두 배우의 여러 모습 중 대중에 친근한 이미지를 역할에 녹였다.

여기에 정민을 정계에 입문 시키는 대학 동기 종찬 역의 정성화나 왕년 ‘왕십리 빨간 망사’이자 정화의 든든한 지지자 명애 역의 라미란 역시 웃음과 감동을 오가게 하는 중요 인물들이다. 조금은 신경질적인 동성애자로 분한 마동석이나 같은 ‘라도’ 콜로라도에서 온 오나라, 인간미 넘치는 실장님 이한위, 영화 ‘파수꾼’에 이어 계속 ‘맞고 다니는’ 신예 박정민 등 도처에 ‘깨알웃음’ 포인트가 숨겨져 있다. 고수들이 모였으니 ‘재미없는’ 영화가 나오기 더 어려웠을 것 같은 조합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안전하게 익숙한 공식들을 따라간다. 서툴지만 따뜻한 신인 정치인 정민을 내세운 정치 풍자는 새롭지 않고, 종종 등장하는 정치와 꿈에 대한 주입식 설명이 편하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대미를 장식하는 댄싱 퀸즈의 데뷔 무대는 어쩐지 감동이 덜하다.

하지만 모든 영화가 새로워야 할 필요는 없다. 어깨의 힘을 배고 편안하게 돌아온 엄정화와 황정민이 반갑고, 정겹다. 특히, 줏대 없는 섹시가 판치는 요즘 ‘돌아온 여제’ 엄정화는 더욱 환영이다.

사진제공=JK FILM
동아닷컴 김윤지 기자 jayla30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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