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단독 인터뷰] 이영표가 본 이동국-박지성-박주영

입력 2012-02-03 09: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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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가 애리조나에서 진행되고 있는 소속팀 밴쿠버 화이트캡스의 전지훈련캠프에 합류, 유니폼을 입고 개인훈련을 하고 있다. 애리조나 | 동아닷컴 이상희 객원기자

●은퇴, 1~2년 안에 이뤄질 것●이동국, 월드컵에서도 잘 해낼 것●박주영, 팬들이 더 기다려줘야
‘초롱이’ 이영표(35)의 적응력은 놀라웠다.

최근 미국 메이저리그축구(MLS) 밴쿠버 화이트캡스와 입단 계약을 체결한 이영표는 1일 소속팀 전지훈련 캠프에 합류하기 애리조나를 찾았다. 이영표는 불과 이틀 만에 동료들과 하나가 됐다. 화이트캡스 선수들도 이영표의 빠른 적응력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팀에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는 동료들과 잘 지내며 팀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습니다. 화려한 경력과 뛰어난 기량을 갖고 있어 우리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수비수 조단 하비(Jordan Harvey)가 이영표에 대해 묻자 내놓은 대답이다.

“성격이 좋은 선수 같습니다. 영어도 유창하고 선수들과 대화도 많이 나눕니다. 벌써 친해졌습니다. 또 축구선수로 볼도 잘 다루고 실력이 아주 좋습니다.”

함께 호흡을 맞출 또 다른 수비수 크리스도 이영표의 기량과 적응력에 혀를 내둘렀다.

이영표는 마치 오랜 시간 화이트캡스의 유니폼을 입고 뛴 선수처럼 동료들과 쉽게 어울렸다. 네덜란드, 잉글랜드,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등 여러 나라에서 잘 지내며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었던 이유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오전 훈련을 마치고 잠시 휴식을 가진 이영표를 만났다. 은퇴, 한국대표팀에 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 놨다. 한국축구의 기둥 3인방 ‘이동국-박지성-박주영’에 대한 이영표의 생각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은 이영표와의 일문일답>

-아시아를 대표하는 축구선수 중 한 명으로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부담스럽지 않나?
: (미소와 함께) 전혀 부담 없다.

-미국진출을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 축구는 어디서 하든지 다 똑같다고 본다. 유럽과는 또 다른 미국축구의 시스템과 매니지먼트 등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미국진출을 결정했다.

-월드컵이 다가오면서 많은 축구 팬들이 이영표의 대표팀 복귀를 원하고 있다. 대표팀 유니폼을 다시 입을 일은 없는 거인가?
: 그렇다. 내가 대표팀에 복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축구선수로는 많은 나이다. 하지만 팬들은 오랫동안 그라운드에 남길 원한다. 언제까지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싶은가?
: (크게 웃으며) 그렇다. 축구선수로는 무척 많은 나이다. 하지만, 은퇴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내가 지난 2, 3년간 계속 1년씩 계약하는 이유도 그라운드에서 뛸 상황이 되지 않으면 은퇴하기 위해서다. 뛸 수 없는 상황에서 억지로 뛰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1년 계약을 맺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향후 1~2년 안에는 은퇴한다는 것이다.

-한국대표팀이 월드컵 예선에서 고전하고 있다. 어떤 점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가?
: 나는 고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독일월드컵이나 남아프리카 월드컵 때도 쉽지 않았다. 우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쉽게 올라간 적은 없다. 늘 어렵게 올라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경우다. 우리는 어려운 상황을 늘 이겨냈기에 우리 대표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기량만 보여준다면 앞으로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영표가 애리조나에서 진행되고 있는 소속팀 밴쿠버 화이트캡스의 전지훈련 캠프에 합류, 동료들과 땀을 흘리며 훈련을 하고 있다. 애리조나 | 동아닷컴 이상희 객원기자


-후배인 이동국이 다시 대표팀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영표에게 이동국은 어떤 선수이며, 이동국이 월드컵에 출전한다면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 이동국은 충분히 월드컵에 나가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재목이라고 생각한다. 나이도 충분하다. 지금처럼 계속 부담감만 갖지 않는다면 워낙 실력이 좋은 선수라 소속팀 뿐만 아니라 대표팀에서도 분명 좋은 기량과 실력을 보여줄 것이다.

-박지성의 대표팀 합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전에도 대답한 적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지성이의 마음이다. 본인이 대표팀에 합류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성이가 이제 갓 서른을 넘기 나이이기 때문에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결국 결정은 본인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은 지성이가 어떤 결정을 하든지 그의 결정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대표팀의 주력선수인 박주영이 소속팀 아스날 벤치에 있는 시간이 많다. 팀을 옮기는 것이 낫지 않나?
: 주영이는 대표팀에서도 그렇고 소속팀에서도 중요한 선수다. 소속팀에서 게임을 많이 뛰지 못한다고 그의 실력이 줄진 않는다. 주영이의 실력은 이미 여러 국제대회를 통해 입증되었다. 잠시 주춤 하다고 팀을 옮길 필요까지는 없다고 본다. 주영이가 한국축구를 위해 골도 많이 넣고 활약도 많이 했기 때문에 팬들의 입장에서는 기다려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오랜 시간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 글쎄, 기억에 남는 경기가 많다면 많겠지만 개인적으로 연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재미있게 연습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게 더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 데이빗 베컴과 맞붙을 수 있고 많은 팬들이 기대하고 있다. 자신 있는가?
: 그런 건 생각해 보지 않았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즐기고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리고 이제 내 나이가 어떤 목표를 가지고 누구와 경쟁하고 싸울 나이는 아닌 것 같다. (하하!)

-네덜란드, 잉글랜드,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등 여러 나라에서 뛰었음에도 모두 적응을 잘해냈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 환경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축구는 모두 똑같기 때문에 물론, 때로는 결과가 안 좋을 수도 있지만 어디에서든지 팀원들과 함께 경기장내에서 즐기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즐기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동료들과 함께 축구를 즐기며 재미있게 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 대표팀이 이제 쿠웨이트와 한 경기를 남겨두고 있고 매우 중요한 경기다. 축구팬들이 우리 대표팀 경기를 열심히 응원해 주면 좋겠다. 나도 이곳에서 열심히 응원하겠다.

애리조나 | 동아닷컴 이상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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