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에 홀린 순간 악몽이 시작됐다… 승부조작으로 징계 받은 선수들 그 이후

입력 2012-03-07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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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LG 박현준과 김성현은 경기 조작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5일 일시 자격정지 징계를, 구단으로부터는 6일 퇴단 징계를 받았다. 사법기관의 형사 처벌이 확정되면 영구 제명이 불가피하다. 한국배구연맹(KOVO) 역시 지난달 같은 혐의가 드러난 선수 4명을 영구 제명했다.

당장 이들 모두 국내에서는 해당 종목과 관련된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프로뿐 아니라 아마추어 팀 지도자의 길도 막혀 있다.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 아마추어 팀을 맡기 위해서는 대한야구협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하는데 야구와 관련해 제재를 받은 자는 자격을 잃는다. 배구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될까.

운동을 계속할 길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지난해 프로축구 승부 조작과 관련해 영구 제명된 국가대표 출신 최성국은 올해 초부터 마케도니아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대한축구협회로부터 국제 이적동의서 발급을 거부당했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임시 이적동의서를 받아 해외로 나갈 수 있었다. FIFA가 선수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자국 협회의 징계보다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상급 선수인 야구 박현준이나 배구 박준범도 해외 진출이 가능할까.

프로야구의 경우 KBO와 협정을 맺은 미국 일본 대만에서는 뛸 수 없다. 국내 선수가 미국 일본 대만에 진출하려면 이 국가들이 KBO에 신분조회를 요청하는데 아예 선수 명단에 없기 때문이다. 프로야구는 각국 기구가 독립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돼 FIFA가 주도하는 축구와는 다르다. 하지만 중국이나 중남미 등 협정을 맺지 않은 국가나 해외 독립리그에서 뛰는 건 막을 방법이 없다. 배구의 경우 해외진출이 가능할지 아직 알 수 없다. 해외 이적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대한배구협회가 국제 이적동의서 발급을 거부한다 해도 국제배구연맹(FIVB)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4대 프로스포츠 종목은 아니지만 젊은층에 큰 영향을 끼치는 e스포츠의 경우 징계를 받은 선수가 관련 분야에서 버젓이 활동하기도 한다. 스타크래프트 정상급 프로게이머였던 마재윤은 2010년 승부 조작이 적발돼 한국e스포츠협회로부터 영구 제명됐고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그는 최근 인터넷 개인방송을 통해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온라인게임은 혼자라도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경기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했다. 그의 개인방송국은 컴퓨터업체의 후원까지 받을 정도로 번창하고 있다. 유료 회원만 5000명이 넘는다. 승부 조작에 연루된 또 다른 게이머 박찬수도 최근 인터넷 개인방송을 시작했다.

한순간의 실수로 화려한 스타에서 인생의 내리막길을 걷게 된 선수들도 있다. 프로농구 양경민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승부 조작은 아니었지만 법으로 금지된 스포츠토토를 대리 구매한 사실이 드러나 2006년 한국농구연맹(KBL)으로부터 36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 300만 원, 그리고 법원에서 1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고, 얼마 뒤 코트를 떠나 현재는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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