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표 마구 ‘업슛’…슬라이더 그립으로 던진 삼진 필살기

입력 2012-03-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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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현.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타자 눈앞서 멈췄다 떠오르던 결정구
애리조나 마무리 시절 이닝당 1.25K
포인트는 회전력…허리 힘 동반돼야
“직구 부활이 우선…2년후쯤 던질 것”


‘붕 떠오르는’ 마구가 만화책 밖으로 나왔다. 내로라하는 빅리거의 투구에 익숙한 해설자들도 감탄사를 연발했다. 김병현(33·넥센)의 ‘업슛’은 프리즈비 슬라이더와 함께, 그를 대표하는 무기였다. BK표 ‘업슛’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처음 던진 때는 성균관대 재학시절

김병현이 메이저리그에서 업슛을 처음 던진 것은 아니다. 그는 “고등학교 때는 던지지 않았지만, 성대 재학시절부터 간간이 던졌다”고 기억했다. 일반적으로 업슛은 언더핸드투수들의 ‘떠오르는 커브’를 뜻한다. 김병현은 “이강철(KIA) 코치님도 현역시절 업슛을 잘 던지셨고, 정대현(롯데)도 잘 구사한다”고 했다. BK표 업슛은 구속도 빨랐고, 상승각도 컸다.


○선동열 감독의 슬라이더와 같은 그립

언더핸드 투수들은 “컨디션이 좋은 날 공을 때리는 스피드가 좋으면, 자연스럽게 업슛을 경험한다”고 말한다. 관건은 그 구종을 ‘가끔씩’이 아니라, ‘일정하게’ 던질 수 있느냐다. 업슛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진다. 유동훈(KIA)은 “언더투수들은 주로 커브 그립으로 업슛을 던진다”고 했다. 하지만 김병현은 슬라이더 그립을 사용한다. 이 때 중지만 실밥에 걸치고, 검지는 중지 옆에 살짝 붙인다. 선동열(KIA) 감독이 던지던 슬라이더와 같은 그립이다. 김병현은 “나도 (선 감독님처럼) 손가락이 짧은 편이다. 이렇게 저렇게 해봤는데, 잘 안됐다. 나는 이 그립이 제일 편했다”고 설명했다.


○삼진형 언더핸드 투수의 주무기

이강철 코치는 “언더핸드 투수에는 2가지 유형이 있다. 삼진을 잡는 투수와 맞혀 잡는 투수다. 전자는 떠오르는 볼(업슛)을 갖춘 선수들이 많고, 후자는 싱커를 잘 던진다”고 했다. 싱커보다 떠오르는 커브를 주무기로 삼았던 이 코치는 통산탈삼진 2위(1749개)에 올라있다. 김병현 역시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싱커를 익혔지만, 애리조나에서 마무리로 활약하던 시절 업슛을 결정구로 쓰는 경우가 많았다. 애리조나에서 뛰던 2000∼2002년 그는 252.이닝동안 316개의 삼진(이닝당 1.25개)을 잡았다. 이 코치는 “공이 확 떠오르면, 커브를 기다리던 타자들이 쉽게 헛스윙을 한다”고 업슛의 위력을 설명했다.

이것이 메이저리그 타자들도 떨게 만들었던 김병현의 업슛. 넥센 김병현이 13일 직접 공개한 떠오르는 커브 ‘업슛’은 선동열 KIA 감독의 전설적인 무기 슬라이더와 똑같은 그립이었다. 문학|전영희 기자




○포인트는 회전력

김병현은 “회전력”을 업슛의 포인트로 꼽았다. “공을 떠오르게 하려면 회전을 위로(백스핀·공의 진행방향과 반대방향) 많이 줘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이어 “회전력을 높이려면, 공을 앞으로 쭉 끌고 나와서 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대현을 상대한 타자들은 “중간에 공이 한번 멈추는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김병현의 공 역시 마찬가지다. 김병현은 “정대현의 업슛이 ‘떠오르다가 정지한 느낌에서 뚝 떨어진다’면 나의 업슛은 ‘떠오르다가 정지한 느낌에서 다시 솟아오른다’”고 말한다. 중간에 멈추는 것과 같은 착시효과가 나타나는 이유 역시, 그는 “회전이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언제쯤 다시 던질 수 있을 지는 미지수

김병현은 “업슛을 던지려면 힘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정말 힘들다”며 웃었다. 이강철 코치 역시 “회전이 안 풀리려면 허리가 동반돼야 한다”고 말한다. 김병현의 근력이 회복됐고 투구 밸런스 역시 최상이라고 하지만, 언제쯤 이 공을 다시 볼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위로 떠오르는 공이기 때문에 낮은 타점 역시 중요하지만, 김병현의 릴리스포인트가 예전보다 다소 올라간 것도 사실이다. 그는 “이제 팔각도도 올라갔다. 더 낮추려고 하면 허리에 무리가 갈 수도 있다. 일단은 기본이 먼저다. 직구부터 돼야 한다. 2∼3년 쯤 뒤에는 (업슛을) 다시 던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문학|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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