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10년이 흘렀다, 이젠 ‘히딩크 우려먹기’ 버려라!

입력 2012-03-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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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는 창간 4주년을 맞아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주역에게 ‘한국 축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이들은 K리그 활성화와 유소년 육성 등을 통해 축구 선진화를 꾀해야한다고 조언했다. 2002월드컵 당시 스페인을 꺾고 4강에 진출하자 태극전사들이 손을 맞잡고 그라운드를 뛰고 있다. 가운데는 히딩크 감독. 스포츠동아DB

2002년 월드컵 스타들의 한국축구 향후 10년을 위한 조언

한국축구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세계 4강이라는 위업을 이뤄냈다. 대표팀의 경기력 뿐 아니라 한국축구 전반에 걸쳐 선진화에 성공했고,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축구는 이후 10년간 2002년 한일월드컵 효과를 누려왔다.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10년을 준비해야 할 때가 됐다. 스포츠동아는 창간 4주년을 맞아 10년 전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전 국민을 열광시켰던 태극전사들에게 한국축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어떤 부분에 힘을 써야 하는지 들어봤다. 홍명보 올림픽대표 감독, 황선홍 포항 스틸러스 감독, 김태영 올림픽대표 코치, 안정환, 설기현(인천), 차두리(셀틱) 등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의 주역들이 도움을 줬다.


홍명보·황선홍 “K리그 활성화 돼야”

스타플레이어 없는 K리그, 팬들 외면 당연
유능한 선수들 스스로 뛰고 싶은 환경 절실



설기현·안정환 “훈련프로그램 강화”

WC 개최로 경기장 등 인프라 개선됐지만
세계적 흐름에 맞는 훈련 시스템 도입 미흡



김태영·차두리 “체계적인 유망주 육성”

국내 유소년 육성 시스템 선진축구와 격차
연령별 유망주 꾸준히 키워야 경쟁력 생겨



○K리그 활성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대표팀 주장을 맡았던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K리그 활성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홍 감독은 “현재 재능 있는 어린 선수들이 대부분 일본 J리그로 나가는 상황이다. 그런 선수들이 K리그에서 뛴다면 K리그나 대표팀에 모두 도움이 될 것이다. K리그 자체적인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더 많은 관중들이 K리그에 와 줘야 하고 그래야 한국축구가 전체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의 첫 골을 기록했던 당시 최전방 공격수 황선홍 포항 스틸러스 감독도 K리그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황 감독은 “유능한 선수들이 K리그에서 활동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좋은 선수들이 일본이나 해외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 K리그에서는 스타가 탄생하지 않는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K리그는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팀이 늘어나면서 외형적으로는 성장했지만 내실을 다지는데 실패했다. 대표팀 경기에는 관중이 넘쳐나지만 K리그는 빅 매치를 제외하면 팬들의 관심을 끌어내지 못했다. 해외파 선수들이 늘고, 유망주들이 일본 J리그 진출을 선호하면서 스타 기근현상에도 시달려왔다. K리그 발전은 대표팀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홍 감독의 말처럼 앞으로 10년간은 K리그를 지금보다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하드웨어에 비해 떨어지는 소프트웨어의 강화

한일월드컵 스타들 대부분이 지적한 부분이 소프트웨어 강화의 필요성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를 통해서 월드컵경기장 등 각종 인프라는 선진화됐지만 여전히 소프트웨어(훈련 프로그램과 유소년 발굴 프로그램) 등은 부족하다는 게 4강 주역들의 지적이다.

한일월드컵 16강전 이탈리아전에서 종료 직전 귀중한 동점골을 뽑았던 설기현(인천)은 “한국적인 스타일의 축구도 중요하지만 세계적인 축구 스타일에 따라가야 한다. 선수들 뿐 아니라 지도자도 세계적인 흐름을 이해하고 선진축구를 경험해야 전체적인 발전이 가능하다”고 의견을 냈다. 그는 “2002년 한일월드컵을 준비하며 선진축구 시스템이 도입됐는데 초반에는 선수들이 열심히는 뛰었지만 포지션, 조직, 전술적인 측면에서 이해가 부족했다. 하지만 당시 도입됐던 다양한 시스템은 한국축구가 발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연장 골든골을 넣었던 안정환은 “소프트웨어 기능을 할 수 있는 좋은 인재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우수 지도자들을 선발해 해외 연수를 보내고, 이를 통해서 좋은 소프트웨어들을 도입하면 축구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안정환과 설기현의 지적처럼 한국축구는 지난 10년 동안 한일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이 도입했던 각종 훈련 방법들을 활용하는데 그쳤다. 지난 10년간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많은 투자를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유럽과 남미 등 축구선진국에서 활용하고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소프트웨어 강화를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한국은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박지성(21번)을 비롯한 많은 선수들이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스포츠동아DB



○유망주 육성을 통한 저변확대

유망주 육성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2002년 4강 주역들은 그 중요성 뿐 아니라 육성과정에서 좀 더 선진화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히딩크 사단에서 수비의 한 축을 담당했던 김태영 올림픽대표팀 코치는 “유소년 체육의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었으면 한다. 현재 프로 구단 산하에 많은 유소년 팀들이 있지만 좀 더 체계화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연령별로 좋은 선수들이 2∼3명씩 꾸준하게 나올 수 있다. 결과적으로 선수층이 두꺼워지고 전체적인 수준 향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일월드컵 샛별 중 한 명인 차두리(셀틱)도 “꾸준하게 좋은 선수들을 발굴하고 성인선수로 키워내야 한다. 좋은 선수가 세계무대에서 한국축구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련의 과정들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야 한다”며 유망주 육성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한일월드컵 효과로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 10년간 많은 유망주들이 탄생했다. 이청용 기성용 구자철 등이다. 당시 월드컵을 보면서 꿈을 키웠던 이들은 어느덧 성인이 되어 태극마크를 달고 선배들의 대를 이어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유소년시스템은 유럽 등 축구선진국과 비교하면 부족한 부분이 많다. 이러한 부분을 개선하고 꾸준하게 발전시켜야만 한국축구의 국제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게 태극전사 선배들의 조언이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gtyong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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