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만화는 내 연기의 스승 ‘자뻑’훤도 만화서 영감”

입력 2012-03-26 08: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해품달’은 갔어도, 김수현은 남았다. 로맨스 판타지 사극 ‘해를 품은 달’에서 가상의 왕 이훤 역을 연기하며 시청률과 큰 인기로 안방극장을 품은 연기자 김수현.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해품달’은 끝났어도…해는 지지 않는다 김수현

성격은 소심한데
별명은 까불이
현장선 ‘막내’뻘
제가 분위기 띄워야죠

양명 정일우와
이젠 절친이에요
터놓고 연애 이야기도?
하하∼ 그건 비밀이에요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의 훤은 기존 사극에서는 보기 힘든 캐릭터였다. 순정만화에서 나온 것 같은 곱상한 외모, 평생 한사람만 사랑한 순정파, “나는 잘생긴 왕”이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밉지 않은 자부심, 여기에 내시와 티격태격 말다툼을 하는 권위를 털어낸 모습이 있는가 하면 권모술수에 능한 대신들을 상대로 기죽지 않는 강인함까지. 인간적인 면과 강인한 군주의 면모를 함께 갖춘 완벽한 모습이었다. 이렇게 완벽한 인물, 훤을 연기한 김수현(24)은 사실 만화책과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고, 무엇보다 집에 있을 때가 제일 편하다는 소박한 품성의 청년이다. 하지만 김수현은 스포츠동아 창간 4주년 기념 설문조사에서 엔터테인먼트 각 분야 전문가50인이 ‘지금 가장 핫한 스타’로 꼽을 정도로 연예계의 ‘대세’다. 드라마가 종영한 뒤에도 여전히 바쁜 그를 스포츠동아가 만났다.


● “전쟁터같은 촬영 현장, 내가 까불어야 분위기가 산다”


- 드라마가 끝났지만 오히려 더 바빠졌다고 들었다.

“그래도 잠은 꼬박꼬박 잔다. 드라마와 달리 밤새며 광고 찍고 행사하는 건 아니니까. 어제도 조금 잤다.”


- 실제로 보니 체격이 크지 않다. 소년 같다. 그런데 TV에서는 굉장히 크게 느껴진다.

“왕역을 해서 그럴 거다. 왕이 날 살렸다. 곤룡포도 있고 무게도 잡고 폼도 잡으니까....”


- 혹시 시청률 40%를 넘은 것에 대해 인센티브나 휴가 같은 것은 없나.

(옆에 있는 매니저를 보고 웃으며)좀 줬으면 좋겠는데…. 아직 그런 이야기는 못 들었다.


- ‘훤앓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실감하나.

“진짜 모르겠다. 매일 매니저와 다니고 일만 하니 어떻게 알겠나. 이렇게 인터뷰하거나, 가끔 밖에 나갔을 때 사람들이 몰리는 걸 보고 ‘조금 인기를 얻었고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 훤은 겉은 부드럽지만 속은 강한 외유내강인데 정작 본인은 다른 것 같다.

“전혀 반대다. 외강내유다. 겉으로는 아닌 척 하지만 속으로 걱정을 많이 한다. 최근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니 더 그렇다. 관심에는 감사하지만 더 조심스러워 지는 게 사실이다.”


- 그렇게 소심한데, 어째서 현장에서는 선배나 스태프들이 ‘까불이’라고 부를까.

“하하, 그건 다른 문제다. 촬영 현장은 전쟁터다. 그런 곳에서는 나이 어린 내가 한 번씩 까불어 줘야 분위기가 산다. 나 때문에 사람들이 웃으면 괜히 기분이 좋다. 힘도 많이 얻고.”


- 김수현이 생각하는 자신의 매력은 무엇인가.

“솔직히 왜 날 좋아해 주는지…, 어떤 때는 정말 신기하다. 기사로 좀 써주면 안될까요. 나도 그것이 알고 싶다. 아직은 정말 부족한 연기자일 뿐이다.”


● “고민스러웠던 캐릭터 훤, 만화에서 길을 찾았다”


- 훤은 기존 사극에서는 볼 수 없던 새로운 캐릭터의 군주다. 혹시 롤모델이 있었나.

“원작 소설도 보고 먼저 방송한 ‘뿌리 깊은 나무’, ‘성균관 스캔들’ 같은 드라마도 봤지만 딱 맞는 캐릭터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다른 곳’을 활용했다.”


- ‘다른 곳’이라면.

“만화책이다. 원래 만화를 좋아하는데, ‘창천항로’라는 작품이 있다. 삼국지의 조조를 주인공으로 한 시대극이다. 조조가 훤과 비슷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전에 맡은 인물들도 만화에서 모티브를 많이 땄다. 만화에는 모든 캐릭터들이 다 있다. 나에겐 연기의 보물창고다.”


- 첫 사극이었다. 만화의 도움을 받았어도 쉽지 않았을 텐데.

“물론이다. 연기자로서 한계를 느꼈다. 특히 왕에 걸맞는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것이 어려웠다. 함께 출연한 선배들을 압도할 에너지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가 선배들 에너지에 눌려 숨을 못 쉰 적도 있었다.”


- 에너지가 센 선배들이라면.

“전미선 선생님, 김응수 선생님. 뭐랄까, 가까이만 가도 포스가 느껴진다. 내가 연기할 때 위축될 정도다. 다행히 시간이 갈수록 익숙해지고 자신감도 생겼다. 무엇보다 선생님들이 부담을 안 주려고 최대한 배려해 주었다.”


- 묘하게도 ‘해품달’의 김도훈 PD를 비롯해 함께 작업한 연출자들이 ‘크리스마스에서 눈이 온다면’ ‘아버지의 집’ 등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은 초기작을 인상깊다고 하는데.

“난 ‘어떻게 연기해야지’라는 생각은 안한다. 머리를 안 쓰려고 한다. 머리가 나쁘다. 딱히 뭘 보여줘야지 이런 생각은 안 한다.”


● “정일우와 절친, 사적 이야기도 털어놓는 사이”


- 연기자는 왜 되고 싶었나.

“고등학교 1학년 때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연극에 입문했다. 공연이 끝나고 무대에서 인사를 하면 조명 때문에 눈부시고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관객의 박수 소리만 들린다. 뭐에 취한 것처럼 몽롱한데 왠지 눈물이 나고 기분도 너무 좋고…. 이게 무대의 희열같은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기분은 계속 느껴 봐도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 평소 집에서는 어떻게 지내나.

“게임을 많이 한다. TV도 많이 보고. 그냥 쉰다. 일반 사람이랑 똑같다. 또한 친구들과 노는 것 좋아한다. 그 때가 가장 마음이 편하다.”


- ‘해품달’에 함께 나온 정일우랑 많이 친해졌다고 들었는데.

“둘이 나이가 비슷해서 그런지 절친이 됐다.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일적인 부분과 사적인 부분 전부다∼.”


- 그럼 은밀한 개인사, 예를 들어 연애 이야기도 하나.

“음…비밀이다. 한다고 해야 할까, 안 한다고 해야 할까. 에이 모르겠다.”


- 이상형은.

“아직 못 만났다. 나이나 외모, 조건은 상관없다. 그냥 나랑 맞으면 된다. 나랑 잘 맞는 여자? 그건 것 같다. 미안하다 이런 쪽으로 말을 잘 못한다.”

■ 연기욕심 만큼 노래 욕심도 많은 김수현


- 전작 ‘드림하이’에 이어 ‘해품달’에서도 OST에 참여했다. 가수에 대한 욕심이 있나.

“사실 노래에 욕심이 많다. 하지만 연기와 노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자신은 없어 OST 등 간접적으로 노래는 계속하지만 당분간 가수 계획은 없다. 경험을 더 쌓고 연기자로서 여유가 생기면 도전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 어떤 노래를 좋아하나.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요즘은 빅뱅의 노래를 많이 듣는다. 다양한 노래를 듣고 내게 어울리는 장르를 찾고 싶다.”


- 노래를 하는데 가수인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나. (김수현의 아버지 김충훈 씨는 1980년대 록밴드 세븐돌핀스에서 리드보컬로 활동했다. 김충훈 씨는 2009년 트로트 음반 ‘오빠가 왔다’를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부산 지역에서 꾸준히 무대에서 노래하고 있다.)

“물론이다. 아버지의 영향이 가장 큰 것 같다. 만약 가수활동도 한다면 아버지의 이름에 먹칠을 하지 않게 최선을 다 할 것이다.”
권재준 기자 stell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tella_kwon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