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치퍼 존스는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올 시즌 후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스위치히터 중 한명으로 꼽히는 그도 지난해까지 은퇴시기와 관련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어쨌든 올 시즌을 앞두고 스스로 퇴장시기를 결정하는 용단을 내림으로써 본인은 물론 구단이나 감독이나 홀가분한 마음으로 시즌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팬들도 이별 준비를 하며 올 시즌 존스의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SK 김재현은 2009년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 때 “내년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공표했다. 아직 충분히 더 뛸 수 있는 나이임에도 미련 없이 은퇴를 선언해 충격을 줬지만 한국프로야구에서 잡음 없이 은퇴한 대표적 스타플레이어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항상 이처럼 깔끔한 은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KIA 이종범의 사례처럼 한국프로야구는 스타플레이어들이 대부분 은퇴과정에서 좋은 모양새를 갖추지 못했다. 내부적으로 봉합돼 그 갈등양상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기도 하지만, 때로는 바깥으로 폭발되기도 했다. 초창기 스타부터 보면 LG 김재박이 그랬고, 삼성 이만수도 그랬다. 2000년대 들어서도 롯데 박정태, LG 유지현 등 많은 스타들이 은퇴시기를 놓고 구단 혹은 감독과 서운한 대립과정을 겪기도 했다.
이번 이종범의 갑작스러운 은퇴 역시 팬들이 이상적으로 그리던 아름다운 마무리는 아니다. 시기적으로나 방법적으로 깔끔하지 못했다. 치퍼 존스나 김재현처럼 팬들이 미리 슈퍼스타와의 이별을 준비하도록 할 수는 없었을까. 그 누구도 아닌 ‘슈퍼스타’ 이종범이었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프로야구의 전설들은 은퇴 앞에서 왜 작아져야만 하는 것일까.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