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KBS 예능PD들 “시청자에게 가장 죄송…”

입력 2012-04-05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개그콘서트’ 서수민PD(가운데)가 파업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개그콘서트’ 서수민PD(가운데)가 파업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권재준 기자 stella@donga.com 트위터 @stella_kwon

‘개콘’ ‘불후의…’ ‘승승장구’ ‘1박2일’PD
“빨리 돌아가 좋은 프로로 보답할 것”


“시청자 분들께 죄송하다. 제대로 얼굴을 들 수가 없다.”

현재 파업에 참여 중인 KBS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 PD들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4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KBS 새노조 사무실에는 평소 안방극장 시청자들에게 출연진 못지않게 친숙한 이름의 PD들이 모였다.

‘해피선데이-1박2일’(이하 1박2일) 최재형 PD, ‘개그 콘서트’(이하 개콘) 서수민 PD, ‘불후의 명곡’의 고민구 PD, ‘승승장구’의 박지영 PD는 이날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 연출자로서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복잡한 심경을 기자들에게 토로했다.

네 사람은 먼저 “파업으로 프로그램을 사랑해 주시는 시청자들에게 피해를 줘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다. 기자회견 내내 고개를 숙이며 말한 최재형 PD는 “1일 방송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시청자분들께 가장 죄송하다. 얼굴을 들 수가 없다”고 말했다.

평소 쾌활한 성격으로 유명한 서수민 PD도 이 날은 목소리에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서 PD는 “‘개콘’은 시청자들에게 보여 줘야 하는 일종의 서비스다. 서비스를 못 한다는 부분에서 불편을 끼치고 있다. 정말 죄송하다”라고 착잡한 심경을 밝혔다.

노조의 일원으로 파업에 참여해야 하는 입장과 예능 PD로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대치되는 순간이었다.

최재형 PD는 6일 예정된 ‘1박2일’의 녹화 연기와 그에 따른 결방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그는 “정상 방송이냐 파행이냐 하는 문제는 우리 입장에서 언급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사측에서 알아서 결정, 판단하고 진행할 일이다. 다만 빨리 돌아가서 좋은 프로그램으로 보답하고 싶은 생각뿐이다”고 말했다.

서수민 PD 역시 “앞으로 프로그램을 보실 때, 혹 못 보시더라도 조금만 참아주시고 이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귀 기울여 주신다면 감사하겠다”며 파업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한편 KBS 사측은 현재 대체 인력을 적극적으로 투입해서라도 예능 인기 프로그램의 결방 사태는 막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1일 방송된 ‘해피선데이’는 ‘1박2일’과 ‘남자의 자격’이 기존 방송 분량을 재편집해 방송하면서 파업 여파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스튜디오 녹화인 ‘승승장구’와 ‘개그콘서트’는 간부 PD들이 촬영과 편집에 참여해 결방은 간신히 피하고 있다. 하지만 메인 PD들이 파업에 계속 참여할 경우 야외 촬영 중심인 ‘1박2일’과 ‘남자의 자격’은 1∼2주 이후 결방 직격탄을 피할 수 없다.

권재준 기자 stell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tella_kwon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