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경기 23이닝을 던져 4실점. 방어율 1.17의 호투를 하고도 승을 못 챙기는 한화 류현진(왼쪽)이 있는가 하면, 방출과 수술의 시련을 딛고 다승공동 1위를 달리고 있는 ‘인간승리’의 아이콘 LG 류택현(오른쪽)이 있다. 그래서 야구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스포츠동아DB
류현진, 23이닝 27K 불구 무승1패
“타선 지원 2점뿐…운 지지리도 없지”
류택현, 불혹의 방출 아픔 딛고 3승
오기로 쓴 인간드라마 다승공동1위
김태균, 5할 타율 불구 3득점 뿐
윤성환·김선우도 호투 불구 불운
나이트 3승 “실력 좋고 운도 좋고”
정성훈 4번 달자 4방 쾅! 홈런1위
출발부터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유난히 운이 따르지 않아 눈물을 머금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기쁨조가 되는 선수도 있다. 개그콘서트의 ‘용감한 녀석들’은 용감한 발언과 행동으로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이에 빗대 시즌 초반을 들썩이게 만드는 프로야구 버전 ‘불쌍한 녀석들’과 ‘기특한 녀석들’의 대표선수들을 모아봤다.
○ 불쌍한 녀석들
가장 ‘불쌍한 녀석’은 한화 에이스 류현진이다. 3경기에 등판해 단 1승도 챙기지 못했다. 대신 1패만 떠안았다. 투구 내용은 매 경기 압도적이었다. 총 23이닝을 던져 4실점, 방어율 1.17이다. 탈삼진은 무려 27개로 1위. 특히 최근 2경기(13일 SK전·19일 LG전)에서 각각 8이닝 무실점, 9이닝 1실점으로 역투했지만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3경기동안 팀 타선은 고작 2점만 지원했다.
한화 4번타자 김태균 역시 ‘불쌍한 녀석들’로 분류된다. 개인성적은 톱클래스다. 12경기나 치른 시점인데 타율이 무려 0.500(46타수 23안타)으로 당당 1위다. 출루율 또한 0.520으로 1위다. 그러나 그렇게 많이 출루하고도 3득점에 불과하다는 게 아이러니다. 그것도 22일 자신의 홈런으로 득점한 것까지 포함해서다.
이밖에도 삼성 윤성환, 두산 김선우, 넥센 강윤구 등도 승리를 챙기지 못하는 불운에 울고 있다. 윤성환은 2경기에서 17이닝 4실점의 준수한 투구를 하고도 1패만 기록 중이다. 김선우는 첫 등판에서는 강한 바람 속에 4.1이닝 9실점의 난조를 보였지만 이후 2경기에선 호투하고도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강윤구는 11일 SK전에서 6.2이닝 동안 삼진 13개를 잡고도 패전투수가 되는 등 잘 던지다 고비를 넘지 못하고 2경기 등판에서 2패로 주저앉았다.
○ 기특한 녀석들
실력도 갖췄고, 운도 따른다. 기대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올리는 기특한 선수들. 우선 넥센 외국인 투수 브랜든 나이트를 꼽을 수 있다. 3차례 등판에서 3승을 거뒀다. 개인 승수가 한화 팀 승수보다 많다. 지난해 최다패(7승15패) 투수였지만 올 시즌에는 다승왕 싸움에 뛰어들 기세다.
LG 류택현은 불혹의 나이에 방출의 아픔을 딛고 자비로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은 뒤 재기해 인간승리 드라마를 써가고 있다. 중간계투로 3승을 챙겨 나이트와 함께 다승 공동 1위다. 무엇보다 팀 내에서 가장 믿을 만한 불펜요원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다 LG 4번타자를 맡은 뒤 홈런 4방을 터뜨려 1위로 나선 정성훈도 눈에 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격언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류택현과 정성훈이 LG의 선전을 주도하고 있다면, 롯데에선 최대성과 박종윤이 기대 이상의 호성적으로 선두 질주의 공신으로 각광받고 있다.
강속구로 무장해 불펜의 핵으로 등장한 최대성의 맹활약은 FA로 영입한 정대현과 이승호의 공백마저 느껴지지 않게 만들고 있다. 5홀드로 이 부문 1위다. 박종윤은 타율 0.429로 2위에 오르면서 이대호가 떠난 거인군단의 1루를 완벽히 책임지고 있다. 3할대(0.307) 팀 타율을 기록 중인 롯데 타선의 핵심인물이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