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스포츠동아DB
사실상의 결승 무대에서 맨체스터 시티(맨시티)가 주인공이 됐다. 1일 오전(한국시간)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에서 맨시티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1-0으로 꺾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이번 한 판에 집중됐다. 티켓 가격도 상상을 초월했다. 정가 50파운드(10만원)는 무려 1200파운드(230만원)까지 치솟았고, 곳곳에서 암표상이 돌아다녔다.
무엇보다 국내 팬들에게는 7경기 연속 결장 끝에 선발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박지성의 출격이 관심이었다. 킥오프 휘슬이 울린 순간부터 양 팀의 서포팅은 뜨거웠다. 사령탑들도 짐짓 여유를 부렸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격렬한 항의와 큰 액션으로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벤치 전쟁에서 승리한 쪽은 맨시티의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었다. 사실 그는 크게 잃을 게 없었다. 앞서 “내가 베팅할 수 있다면 맨유의 우승에 걸겠다”던 만치니 감독은 표정부터 밝았지만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유독 격앙된 모습으로 심판에게 쉼 없이 어필하고 안절부절 못했다. 맨시티 팬들이 조롱한 건 당연지사.
승부는 한 순간에 끝났다. 전반 막판 맨시티의 캡틴 빈센트 콤파니가 헤딩 결승골을 뽑아냈다. 기대와는 달리 박지성은 크게 보여준 게 없었다. 후반 13분경 대니 웰백과 교체 아웃되며 벤치로 돌아오는 박지성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취재석에서 박지성이 그라운드를 빠져나오는 모습을 보던 현지 공영채널 BBC스포츠의 해설자는 “박지성은 평소처럼 부지런했지만 만족스럽지는 못했다”고 촌평했다.
벤치의 신경전은 후반 29분 극에 달했다. 웰백이 상대 데용의 태클로 넘어지자 퍼거슨 감독이 벌떡 일어서며 대기심을 향해 격렬히 항의했고, 이를 보던 만치니 감독도 물러서지 않고 언성을 높였다. 평소 신사로 알려진 만치니 감독에게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모습이라 기자들도 모두 일어나 두 감독들을 지켜보기에 여념 없었다.
종료 휘슬. 맨유는 맨시티의 골망을 끝내 흔들지 못했다. 양 팀은 나란히 26승5무5패(승점 83)로 동률을 이룬 가운데 골 득실(맨유 +53, 맨시티 +61)차이로 맨시티가 선두로 올라섰다. 공식 인터뷰는 맨시티를 위한 자리였다. 만치니 감독은 만면 가득 웃음을 보이면서 “축구는 끝까지 가봐야 안다”면서도 여유로웠다.
이제 시즌 종료까지는 딱 두 경기 뿐. 맨시티는 강등권인 QPR과 뉴캐슬전을, 맨유는 스완지시티와 지동원이 속한 선덜랜드와 승부를 펼쳐야 한다. 운명의 여신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맨체스터(영국)|김신애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