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전자랜드 블랙슬래머가 모기업의 매각설로 존폐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시즌 KT와의 6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는 전자랜드 선수단의 모습. 스포츠동아DB
프로농구팀 1년예산 50억∼100억원
끌어안고 갈지는 의문…인수전 촉각
프로농구 전자랜드 블랙슬래머가 모기업의 경영난으로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전자유통업체 전자랜드를 둘러싸고 최근 업계에는 매각설이 나돌고 있다. 게다가 롯데, 이마트(신세계) 등 유통업계 유력기업들이 전자랜드 인수를 검토 중이다. 롯데와 이마트는 이미 언론을 통해 전자랜드 인수에 관심을 표명했다.
인수전 결과에 따라 전자랜드 블랙슬래머의 운명도 정해질 전망이다.
프로농구계 한 관계자는 11일 “이번 주말로 예정됐던 전자랜드 주최 농구단 단장 모임이 갑자기 취소됐다. 모기업 매각 추진의 여파로 전자랜드 농구단에도 비상이 걸린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어 “신세계의 인수가 유력하다는 말이 있다. 그럴 경우 여자프로농구단 운영을 포기한 신세계가 남자프로농구단을 운영할 리 없다. 농구단이 매물로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프로농구 A구단 관계자도 “얼마 전부터 전자랜드의 농구단 운영이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전자랜드의 지주회사격인 부산의 한 건설사로 농구단 운영권을 넘긴다는 소문도 있다”고 전했다.
아직 어떤 기업이 전자랜드를 인수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인수기업이 확정되더라도 농구단까지 떠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신세계가 전자랜드를 인수하면 농구단은 다른 기업을 알아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이미 지난달 여자프로농구단 해체를 선언하면서 프로농구단 운영 의사가 없음을 드러냈다.
신세계 이외의 다른 기업이 전자랜드를 인수해도 농구단까지 흡수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남자농구단 운영에는 연간 50억∼100억원이 필요하다. 이는 대기업에도 부담스러운 액수다.
또 한때 국내 최고의 실내스포츠로 각광받던 농구의 인기가 하락하고 있는 추세여서 농구단 운영에 큰 메리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전자랜드 블랙슬래머의 위기설로 한국농구연맹(KBL)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1997∼1998시즌부터 10개 구단으로 운영된 KBL은 1개 구단이 줄어들 경우 각종 스폰서와 TV 중계권 계약 등에서 손해를 입게 된다. 지난해 한선교 총재 취임으로 재도약을 노렸던 KBL은 한 시즌 만에 새로운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KBL은 14일 정기 이사회를 예정하고 있다. 전자랜드 농구단과 관련된 논의가 자연스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gtyong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