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 감독. 스포츠동아DB
활동량·속도 등 몸상태 데이터로 점검
침대만 과학이 아니다. 축구도 과학이다. K리그에서 선전을 이어가는 제주 유나이티드가 시도 중인 과학화 훈련이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교수 출신 감독(박경훈 감독·사진)이 지도하는 구단답게 제주는 ‘폴라(POLAR)’라는 심박수 측정 장비를 활용해 선수단의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돕고 있다. 장비도 생각보다 많다. GPS시스템이 장착된 손목시계, 팔에 착용하는 거리 측정용 밴드, 가슴 부착 심박측정기 등이다. 당연히 가격도 만만치 않아 세트당 90만원에 이른다. 이처럼 비싼 장비를 제주는 30개나 갖고 있다.
모든 게 수치로 나타난다. 자체 미니게임이나 연습경기 때 선수들이 착용하면 활동거리(폭), 활동시간, 속도(시속), 심박수 및 회복 속도 등이 모두 손목시계에 저장된다. 훈련 후 한꺼번에 수거해 컴퓨터 프로그램에 연결하면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예전에도 비슷한 장비를 사용했으나 사실상 가슴 밴드가 전부였다. 전 장비를 구비한 건 2010년부터. 올해만 해도 시즌 전 일본 오키나와 동계 전지훈련부터 10회 이상 사용해 선수들의 몸 상태를 체크했다. 결과도 뚜렷했다. 엄청난 활동량으로 정평이 난 브라질 용병 산토스가 단연 우수했다는 후문. 그러나 제주 박경훈 감독은 체크 결과를 코칭스태프만 공유하는데 그치지 않고, 클럽하우스 1층 게시판에 내걸어 모두가 확인할 수 있게끔 했다.
자연히 선수단 내부에서는 긍정적인 경쟁의식이 싹텄다. 정확한 계량화 수치가 공개되면서 기존 주전들에게는 언제든 자리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비주전 멤버들에게는 자신에 필요한 보완점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박경훈 감독은 “선수들은 분명 스트레스가 되겠지만 장비 착용 훈련 효과는 상당하다. 단순한 쿠퍼 테스트보다 훨씬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