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교민 1000명은 발길 돌려 아쉬움
유례없는 무관중 경기를 앞둔 성남일화 코칭스태프와 프런트들의 심정은 다소 복잡하다. 성남은 15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테다 스타디움에서 톈진 테다(중국)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G조 최종전을 치른다. 현재 조 1위인 성남은 3골 차 이상으로 대패하지만 않으면 최소 조 2위로 16강에 오른다. 반면, 꼴찌 톈진은 탈락이 확정됐다. 더구나 톈진은 지난 달 3일 나고야(일본)와 4차전에서 0-3으로 패하자 홈 팬들이 물병을 투척하는 등 난동을 부려 벌금과 함께 최종전 무관중 경기 징계를 받았다. 한 마디로 톈진은 전의를 상실했다. 이번 성남과 경기에 최선을 다할 이유가 없다. 조 1위를 해야 16강을 홈에서 치를 수 있는 성남 입장에서는 호재다. 그러나 분명 아쉬운 점도 있다.
○발걸음 돌린 교민들
톈진은 중국의 대표적인 상공업 도시다. 한국 기업들도 많이 진출해 있어 한국교민이 10만 명 정도 된다. 톈진에 한국 클럽이 방문하는 건 오랜만이라 교민들은 이번 경기에 기대가 컸다. 한국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1000명 이상이 관람 신청을 했다. 그러나 AFC의 무관중 징계가 확정되면서 모든 게 무산됐다. 성남 김원식 과장은 “교민들이 상당히 허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은 또한 톈진 관중들이 스타디움 밖에 진을 치고 있다가 위협하는 상황이 연출될까봐 걱정하고 있다. 관중들이 경기장 안에 들어오는 건 막을 수 있지만 밖에 모이는 것까지 통제할 수는 없다. 톈진 관중들은 거친 편이다. 테다 스타디움만 봐도 알 수 있다. 2만6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잘 지어진 축구전용구장이지만 관중석에서 수시로 날아오는 물병과 오물 등을 막기 위해 높은 그물 담이 관중석을 빙 둘러 쳐 있다. 시야를 가릴 뿐 더러 외관상 흉하지만 선수보호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한다. 평소 경기장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김 과장은 “현지 경찰에 경기 후에도 선수단 버스를 보호해달라고 요청 해 놨다”고 말했다.
톈진(중국)|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