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수, 니 초짜작가라캤나? 하이고 욕 봤데이∼”

입력 2012-07-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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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연기력으로 ‘추적자’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는 손현주. 작은 사진은 박경수 작가. 사진제공|SBS

■ 4회 연속 최고 시청률 ‘추적자’ 쓰는 작가 박경수는 누구?

무명급 작가 첫 단독집필 불구 ‘명품 대사’ 돌풍
“링거 신세도 여러번…밤마다 대본 끙끙댑니다”

● ‘추적자’ 어록
“자존심은 미친년 머리에 꽂은 꽃과 같은 기라”
“세상에서 제일 약한 게 뭔지 알아? 유혹받아 본 적 없는 우정이야”

드디어 터졌다.

SBS 월화드라마 ‘추적자’가 23일 마지막 방송까지 3회만 남겨둔 상태에서 4회 연속 자체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 돌풍의 핵심에 박경수 작가가 있다.

‘추적자’의 인기 요인은 손현주 김상중 박근형 등 출연진의 신들린 듯한 연기와 짜임새 탄탄한 구성 등이 꼽힌다. 특히 인물들의 대사는 마치 폭탄을 주고받는 ‘핑퐁 게임’처럼 소름이 끼칠 정도다. 이 때문에 시청자들은 “도대체 대본을 쓰는 작가가 누구냐”고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추적자’의 대본을 쓰고 있는 박경수 작가는 대형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들도 잘 알지 못할 정도로 무명급 작가였다. 40대 후반의 박 작가는 ‘추적자’ 제작사인 김종학 프로덕션 소속으로, 1998년 MBC 베스트극장 ‘설사약 권하는 사회’로 데뷔했다. 박 작가가 혼자 오롯이 대본을 쓴 작품은 이번이 처음. 특히 매회 ‘쪽대본’을 쓰며 배우들에게 전달해 ‘욕 아닌 욕’을 먹고 있지만, 절대 허술하지 않은 내용으로 연기자들도 놀라고 있다는 후문이다.

사실 ‘추적자’의 ‘쪽대본’은 충분한 준비 시간 없이 제작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당초 편성된 두 편의 드라마 제작 상황이 여의치 않자 ‘추적자’가 그 자리를 급히 메웠다. 보통 5∼6회분 대본이 나온 상황에서 첫 촬영을 시작해도 중반부로 넘어가면 시간이 부족하기 마련. ‘추적자’는 2회분 대본으로만 촬영을 시작해 초반부터 어려움이 많았다. 그럼에도 ‘시청률 대박’을 터트려 관심은 더욱 증폭됐다.

무엇보다 박 작가의 뛰어난 필력은 매회 등장하는 주옥같은 대사로 입증된다.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추적자 어록’의 제목 아래 극중 대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시청자는 특히 은유법과 의인법으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인물 대사에 열광하고 하고 있다.

극중 재벌 서 회장(박근형)의 “내가 우째 이 자리까지 왔는지 알겄나. 내 약속은 남이 믿꼬로 하고, 남의 약속은 내가 안 믿었기 때문이다” “자존심은 미친년 머리에 꽂은 꽃과 같은 기라” “욕봤다” 등과 서 회장의 사위이자 유력 대선 후보인 강동윤(김상중)의 “세상에서 제일 약한 게 뭔지 알아? 유혹받아 본 적 없는 우정이야” 등의 대사가 크게 유행하고 있다.

박 작가의 이 같은 재능과 인기로 SBS는 이미 30부작 새 드라마 계약을 마친 상태다. 김종학 프로덕션 측은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혼자 쓰다 보니 병원 링거 신세도 여러 번이었다”면서 “시청자가 공감하는 ‘쫄깃한 대사’들은 박 작가의 오랜 경험과 생각에서 나온다. 매일 밤새 대본을 쓰고 있으니 마지막 회까지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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