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폰소 소리아노. 동아닷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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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월드시리즈 2회 우승, 올스타 7회 선정, 실버슬러거상 4회 수상, 40(홈런)-40(도루) 달성, 아메리칸리그 안타·득점·도루 타이틀….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의 외야수 알폰소 소리아노(36)의 수상 기록이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소리아노는 메이저리그에서 파워와 스피드를 겸비한 몇 안 되는 스타플레이어 중 한 명.

남미 선수들 대부분이 미국에서 프로에 입문하는 것과 달리 소리아노는 1996년 일본 프로야구에서 데뷔한 독특한 이력도 갖고 있다.

98년 미국으로 건너와 뉴욕 양키스에 입단한 그는 99년 9월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뒤 지난 2002년 아메리칸 리그 최다안타, 최다득점, 최다도루 타이틀을 차지하며 팬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그 후 텍사스 레인저스를 거쳐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뛰었던 지난 2006년, 소리아노는 당시 소속팀 감독의 권유에 따라 2루수에서 외야수로 변신했다. 포지션 변경이라는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 해 소리아노는 자신의 최다홈런(46개) 기록과 함께 41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40-40’ 클럽에 가입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40-40’ 클럽 달성 선수는 소리아노를 포함해 단 4명 뿐. 그는 또 같은 해 40개의 2루타도 때려내며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40(홈런)-40(도루)-40(2루타)’ 기록도 달성했다.

2007년 8년 장기계약으로 시카고 컵스에 새 둥지를 튼 소리아노는 더 이상 예전의 빠른 발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매년 2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내며 팀의 중심타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올 시즌 전반기를 마친 10일 현재 소리아노는 벌써 홈런 15개를 기록, 여전한 방망이 솜씨를 뽐냈다.

소리아노는 또 모국인 도미니카의 유소년 야구환경 발전을 위해 거액(약 30억 원)을 기부하는 등 사회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하며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고 있다.
알폰소 소리아노. 동아닷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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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은 메이저리그 데뷔 13년 차인 소리아노를 국내 언론 최초로 미국 현지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다른 선수들이 클럽하우스 내에서 영화를 보는 등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도 상대팀 선발 투수의 투구 모습이 담긴 영상을 반복해 보는 그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다음은 소리아노와의 일문일답.

-야구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5세 때인가 6세 때 친구가 나에게 같이 야구를 하자고 말했다. 그때 처음 야구를 접했다. 도미니카에서는 야구 인기가 매우 높다. 나는 당시 농구도 좋아했지만 이상하게 야구에 더 끌렸다.”

-다른 도미니카 출신 선수들과 달리 일본에서 먼저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내가 소속돼 있던 도미니카 야구 단체에서 히로시마 카프와 계약하면서 일본에 진출하게 됐다. 하지만 일본의 단체훈련 스타일도 나와 잘 맞지 않았고 차후 미국으로 갈 계획이 있었다.”

-벌써 15개의 홈런을 기록할 만큼 페이스가 좋다. 올 시즌 목표가 있다면?

“특별히 정해놓은 목표는 없다. 팀의 고참이자 중심타자로 팀 승리를 위해 맡은바 내 몫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올 시즌 시카고 컵스의 성적이 좋지 않다.

“이 점은 나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하지만 팀 재건을 위해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선수와 구단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곧 좋아질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수많은 투수를 상대해 봤을텐데 가장 까다로운 투수를 꼽으라면?

“은퇴한 선수 중에는 페드로 마르티네스 그리고 현역 선수 중에는 로이 할러데이다. 두 선수 모두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한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변화구 각도도 좋다.”

-2009년 이후 계속 도루수가 감소하며 더 이상 두자리 수 도루를 하지 못하고 있다.

“햄스트링 부상 때문이다. 햄스트링을 다치고 난 후부터 부상 방지 차원에서 도루는 자제하는 편이다. 대신 장타를 많이 생산하기 위해 타격에 더 집중하고 있다.”
알폰소 소리아노. 동아닷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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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당신의 한 시즌 ‘40(홈런)-40(도루)’은 앞으로는 볼 수 없다는 말인가?

“그렇다. (웃으며) 아쉽지만 그 기록은 두 번 다시 달성하지 못할 것 같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가장 기뻤던 순간은 언제였나?

“지난 2001년 뉴욕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시애틀 매리너스와 맞붙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4차전에서 상대 마무리 투수 사사키 가즈히로를 상대로 끝내기 투런 홈런을 쳤을 때가 가장 기뻤다.”

-메이저리그 13년 선수 생활 동안 수많은 상을 받았다. 가장 마음에 드는 상은 무엇인가?

“내게 있어 모든 상은 다 소중하다. 하지만 그 중 한 가지를 고르라면 역시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다시 한 번 월드시리즈 우승의 감격과 희열을 맛보고 싶다.”

-슬하에 3남 3녀가 있다고 들었다. 그들도 야구를 좋아하고 야구 선수가 되려고 하나?

“아들 셋 중 둘은 축구를 좋아하고 겨우 한 녀석만 야구를 좋아한다. 장차 아빠처럼 야구 선수가 되고 싶다고 하는데..(웃으며) 이제 겨우 다섯살이라 잘 모르겠다.”

-야구 외에는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가?

“앞서 말했듯이 아이가 6명이나 되다 보니 연습이나 경기가 없는 날이면 주로 아이들과 놀아주는데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야구보다 더 많은 체력이 소비된다, 하하!”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친하게 지내는 선수는 누구인가?

“같은 도미니카 출신의 투수로 현재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뛰고 있는 프란시스코 콜데로 선수와 가장 친하다.”
알폰소 소리아노. 동아닷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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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아노 당신에게 ‘야구’란 어떤 의미인가?

“(단호하게) 내게 있어 야구는 나의 모든 것이다. 어려서부터 야구를 했고 야구를 통해 내 삶이 풍요로워진 만큼 야구는 이 세상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이자 나의 모든 것이다.”

-만약 야구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 어떤 모습일까?

“나 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가 스포츠를 좋아해 야구 선수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아마 농구 선수로 뛰고 있었을 것 같다.”

-투수 제이미 모이어(50)가 여전히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당신은 언제까지 야구를 할 생각인가?

“몸 상태가 허락하는 한 나 또한 오랫동안 야구를 하고 싶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웃으며) 모이어 보다 오래 할 생각은 없다.”

-한국에도 당신 팬들이 많다. 끝으로 그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우선 멀리 한국에 있는 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한국 프로야구 인기도 매우 높다고 들었다. 언제라고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한국 프로야구를 보기 위해 반드시 한국에 가 볼 생각이다. 그때 한국 팬들도 직접 만나봤으면 좋겠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