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배 대표 “‘괴물’만 제작하고 말았다면 지금쯤 강남 건물주 됐겠지”

입력 2012-07-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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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무산됐던 영화 ‘26년’이 제작된다. 영화사 청어람의 최용배 대표는 6년 전 판권을 구입하고 단 한시도 ‘26년’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 ‘26년’ 촬영 재개…포기를 모르는 남자, 영화사 청어람 최용배 대표

돈줄 막혀 무산…‘잃어버린 4년’ 속앓이
예산 줄이고 이승환 정지영 등 투자 받아

진구 한혜진 임슬옹 대본 닳도록 연습중
괴물2? 만든다면 1편 못잖다 평 듣고파


영화사 청어람의 최용배 대표는 4년 전 겪은 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영화 ‘26년’의 촬영을 열흘 앞두고 투자사들이 등을 돌렸다. 돈줄이 막혔다. 속이 탔다. ‘외압에 의한 투자 무산’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하지만 당시 최 대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아이가 죽었다면 멱살을 잡았을 텐데, 아직 아이가 살아 있으니 입을 열 수가 없었다”고 돌이켰다.

‘26년’이 4년 만에 다시 제작된다. 이달 중순 서울의 한 상가에서 촬영을 시작한다. 원작자인 강풀 작가로부터 판권을 구입했던 게 6년 전. 최 대표는 “재미있는 영화이면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한국인이라면 공유해야 할 가치”라는 말로 6년 동안 ‘26년’을 손에서 놓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26년’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남긴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26년이 흐른 뒤 사건을 만든 장본인 ‘그 사람’을 없애기 위해 벌이는 작전을 그린다. 막바지 촬영 준비로 분주한 최용배 대표를 서울 상암동 청어람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의 손에서 나온 한국영화 흥행 1위작 ‘괴물’(1300만 명)의 포스터가 사무실 입구에 붙어 있었다.


- 4년 동안 ‘26년’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음…. 시작한 거니까 끝내는 게 맞다. 훌륭한 원작을 받았는데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지 않겠나. 강풀 작가가 웹툰을 연재할 때마다 독자들은 ‘영화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26년’은 더 했다. 제작비를 모으려고 ‘굿 펀딩’을 진행하며 사람들이 강하게 영화화를 원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5·18을 다룬 이야기들은 대개 1980년 당시가 배경이지만 ‘26년’은 인물이 성장해 겪는 상황이다. 독특하다.”


- 제작비 상황이 궁금하다. 일반 투자자를 상대로 제작두레를 진행 중인데.

“기관, 기업 투자는 여전히 어렵다. 개인 투자자 위주다. 촬영 내내 제작비를 알아봐야 할 것 같다. 기획 때 예상 제작비는 65억 원이었는데 도저히 불가능했다. 작년 가을부터 조근현 감독과 예산을 줄이는 작업을 시작했다. 당시 조 감독은 미술감독이었는데 경험을 살려 설정이나 공간의 특성을 만들고 시나리오를 바꿨다. 10억 원가량 줄였다. 촬영에 들어가느냐 못하냐를 놓고 시장의 의심을 받아왔다. 하지만 촬영과 개봉이 가시화했으니 앞으론 유리해질 것이다. 주로 개인 투자자들이 참여했는데 가수 이승환, 정지영 감독 등이다.”


- 20여 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이번이 가장 어려웠던 배우 캐스팅이었나?

“그렇다.”


- 구체적으로 공개한다면.

“예를 들면…. 원작을 보고 주인공 진배 역할에 꽂힌 배우가 있다. 서로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소속사에서 여러 조건을 내세우며 한 달 반을 끌더라. 배우는 의지가 강했는데. 하고 싶다고 해도 출연하기까지 어려운 과정은 많다. 한 남자배우는 ‘솔직히 겁난다’고 거절했고, 한 대형 기획사는 상장사라서 어렵다고 하더라. 한 여배우는 오기로 작품을 만들자고 해놓고는 결국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혔다. 주인공인 진구, 한혜진, 임슬옹은 지금 책이 닳도록 연습하고 있다. 하하!”


- 혹시 ‘화병’이 나지는 않았나.

“왜 없었겠나.(웃음) 그때(2008년) 촬영이 중단된 건 지금 생각하면 아주 작은 ‘점’이다. 당시 촬영은 중단됐어도 다른 투자사를 찾아다녔다. 아이가 죽었으면 누군가의 멱살을 잡았을 텐데 아이가 살아 있으니. 울고, 짖으라고, 도와주겠다는 이들도 있었지만 할 수 없었다.”


- 4년 전과 비교해 가장 달라진 것은 뭔가.

“투자 환경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불편해 한다. 4년 전에는 스스로 위축되고 자기 검열도 했는데 지금은 다르다. 열렸다.”
최용배 대표는 2006년 봉준호 감독의 ‘괴물’로 한국영화 흥행 기록도 새로 썼다. ‘26년’은 최 대표가 4년 만에 제작자로 돌아와 내놓는 작품. 4년 동안 제작을 멈추게 했던 영화 역시 ‘26년’이다. 그는 “원작의 아우라와 좋은 시나리오의 힘을 믿는다”고 말했다.


- ‘26년’ 외에 ‘괴물2’ 등 다른 영화 제작 계획은?

“‘괴물’ 속편이 나온다면 1편보다 나을까, 지켜보는 시선이 많다. 어지간하게 만들면 안 되잖아. 스스로 건방지게 세운 기준이 있다. 만든다면 ‘1편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그래서 오래 걸린다. 물론 ‘괴물’만 제작하고 말았다면 지금 강남의 건물주가 됐겠지. 하하! 하지만 ‘용서받지 못한 자’ ‘해부학교실’ 같은 작품도 했다. 그렇기에 ‘괴물’도 만들 수 있었다. 지금은 ‘흡혈형사 나도열2’와 강풀 작가의 ‘당신의 모든 순간’을 준비하고 있다.”

‘26년’은 11월 말 개봉한다. 대통령 선거 직전이다. 한때 권력을 누린 ‘그 사람’을 겨냥한 이야기 탓에 ‘26년’은 어떻게든 대선 정국과 엮일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배급사가 결정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tadada11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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