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 이적료 44억·연봉 21억에 카디프 시티 이적

입력 2012-07-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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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의 카디프시티 이적이 확정됐다. 김보경은 카디프시티가 최종목표가 아닌 더 큰 무대를 위한 발판이라고 당찬 소감을 밝혔다. 13일 파주 NFC에서 훈련 중인 모습. 파주|김민성 기자 marine@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박지성 후계자, 英 2부리그 선택 왜?

1. 박지성 선배도 PSV 거쳐 맨유 성공신화
2. 獨·스페인 명문팀 보다 출전기회가 중요
3. 최종목표는 톱 클럽 …“스텝 바이 스텝”


“카디프 시티는 최종 목표가 아니다. 더 큰 무대를 위한 발판이다.”

‘포스트 박지성’ 김보경(23)이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 카디프 시티로 이적한다.

김보경 에이전시 이반스포츠 이영중 대표는 13일 “현 소속 구단인 세레소 오사카(일본)와 카디프 시티의 이적 협상이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이적료는 250만 파운드(44억원), 연봉은 120만 파운드(21억원) 수준이다. 계약기간은 3+1년이 유력하다. 이 대표는 “카디프 시티는 4년을 원하지만 우리는 4년이 길다는 입장이다. 좀 더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보경은 올림픽대표팀 소속으로 15일 영국 런던으로 출국한다. 이 대표는 “김보경이 영국에서 바로 메디컬테스트를 받을 수 있도록 대한축구협회에 요청을 해 놨다. 올림픽 팀에 지장을 주지 않게 빨리 이적 절차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1899년 창단한 카디프 시티는 영국 웨일스 수도 카디프를 연고로 한 명문 구단으로, 2011∼2012시즌에는 챔피언십 6위에 올랐다. 사령탑은 스코틀랜드 국가대표 출신인 말키 맥케이 감독(40)이다. 맥케이는 이번 영입과정에서 김보경을 강력하게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텝 바이 스텝

올 여름 김보경의 유럽행은 일찌감치 예상됐었다. 김보경은 올 시즌 세레소 오사카에서 7골을 터뜨리며 주축 공격수로 입지를 굳혔다. 그가 유럽 팀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음을 알려주는 일화가 있다. 김보경 지인은 몇 달 전 세레소 오사카 경기를 보러 일본에 갔다가 흐뭇한 경험을 했다. 당시 세레소 오사카에는 일본 국가대표 미드필더 기요타케 히로시가 김보경과 함께 뛰고 있었다. 기요타케는 5월 독일 분데스리가 뉘른베르크 입단이 확정됐는데, 그 당시는 이적 전이었다. 그 지인은 “유럽 스카우트들이 기요타케를 보러 총출동했었다. 그런데 경기 끝나고 그들의 수첩을 보니 온통 김보경 이름만 적혀 있더라”며 웃음을 지었다. 실제 김보경은 직간접적으로 독일과 스페인 등 유럽 빅 리그 팀들의 러브 콜을 받았다. 그런데 모두가 선망하는 빅 리그를 뒤로한 채 2부 리그 카디프 시티를 선택했다.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그의 지론은 ‘스텝 바이 스텝’이다.

일본 진출 초기에도 그랬다. 2010년 세레소 오사카 입단 직후 1년 간 J2(2부 리그) 오이타 트리니티에 임대 돼 1년을 뛰었다. 주변에서 왜 2부 리그에서 뛰느냐며 만류했지만 김보경은 꿋꿋했다. 잘 적응한 뒤 다시 세레소 오사카로 돌아와 중심선수가 됐다.

김보경은 13일 파주 NFC에서 훈련을 마친 뒤 “유럽 몇몇 팀이 관심을 보였다는 말을 들었지만 유럽에서 내가 보여준 게 없어 우선은 벤치에 앉아있게 될 수도 있다. 경험을 쌓기 위해서는 경기에 출전해야 한다. 1부 리그에 갔다가 다른 곳에 임대되는 것보다 착실히 단계를 밟는 게 좋다. 최종 목표는 카디프가 아니다. 더욱 큰 무대를 위한 발판이 되도록 하겠다”고 당찬 소감을 밝혔다.

학습효과 영향도 있다.

사실 지금까지 빅 리그에 직행해 잘 정착한 선수는 이청용(볼턴) 정도 밖에 없다. 유럽에서 성공시대를 연 박지성(QPR)과 이영표(밴쿠버), 설기현(인천) 등은 모두 네덜란드나 벨기에, 챔피언십 등을 거쳤다. 최근 빅 리그 이적이 유력한 기성용(셀틱)도 거친 스코틀랜드 리그에서 검증을 받았다. 반면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과 지동원(선덜랜드)은 각각 분데스리가와 프리미어리그로 바로 갔지만 게임에 나서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경기감각을 잃고 자신감도 떨어지는 이중고에 시달렸다. 김보경은 선배들의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이처럼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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