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9%로 출발…20%로 종영’, 추적자 명대사로 본 인기비결

입력 2012-07-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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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에서 ‘반전 드라마’를 연출한 SBS ‘추적자’. 권력의 제왕을 연기한 박근형(위 사진)과 정의를 위해 목숨을 건 손현주(아래 사진)는 탄탄한 이야기를 이끈 주역이다. 사진제공|SBS

욕봤데이!

‘땜질용’ 편성 대본 2회분으로 출발
톱스타 제로에 무거운 수사물 불

온갖 악재 다 뚫었다, 욕봤데이!

물길 한번 뚫어보자!

손현주의 절규·김상중의 야심·박근형의 노회함…
중견들의 무서운 내공연기
★ 없이 흥행 물길 뚫었다


박경수 작가의 혼 실린 대본에
출연진 내공 연기 완벽한 호흡
진혁 등 스타PD도 시청률 견인

제대로 ‘사고’를 쳤다.

SBS 월화드라마 ‘추적자’가 숱한 화제 속에 17일 막을 내렸다. 5월28일 한 자리수 시청률(9.3%)로 시작한 드라마는 매회 TV 앞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당겼고, 마지막 4회를 남겨 두고 20%의 시청률을 돌파하는 성공을 거뒀다. 큰 기대 없이 시작한 드라마가 경쟁작 가운데 1위로 종영할 수 있었던 요인을 ‘추적자’의 대사(어록)로 정리했다.

● “욕 봤데이!”

극중 재벌 총수인 서 회장(박근형)의 대사처럼 정말 끝까지 ‘욕봤다’. ‘추적자’는 당초 계획 중이었던 한 드라마의 제작이 어렵게 되자 ‘땜질용’으로 긴급 편성된 드라마다. 2회분의 대본으로 급히 촬영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힘겹게 이야기를 끌고 왔다.

또 경쟁작이었던 KBS 2TV ‘사랑비’·‘빅’과 MBC ‘빛과 그림자’·‘골든타임’에 비해 젊은 톱스타 한 명 없고,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하지도 않았다. 장르 드라마로서 내용도 무거웠다. 이런 드라마의 광고가 ‘완판’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 7월이 비수기라는 점과 올림픽 특수를 누리기 위해 광고주들이 광고를 절감하기도 하지만, ‘추적자’는 이를 피할 수 있었다.

화제성으로나 시청률, 광고 판매 실적 등을 감안하면 방송사에서도 기대 없이 시작한 드라마가 결국 ‘효자’가 된 셈이다.

● “친구 좋다는 게 뭐이가. 그래 물길 한 번 뚫어보자.”

앞서 설명했듯 ‘추적자’는 방송 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무언가’는 없었다. 인기 아이돌 스타도, 젊은 톱스타도 내세우지 않았다. 손현주 김상중 박근형 등 중견 연기자들만 있을 뿐이었다. 동갑내기인 손현주와 김상중이 스토리를 이끌고 가면 박근형이 뒤에서 든든하게 받쳤다.

딸을 잃고 절규하는 백홍석(손현주)과 이중적인 성격으로 사람을 철저히 이용하는 정치인 강동윤(김상중), 자리에 앉아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무서운 서 회장까지 어느 누구 부족함이 없었다. 그 튼튼하고 뛰어난 연기 내공은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힘이었다.

● “똑바로 흐르는 강물이 어디 있겠노? 바다만 가면 될 꺼 아이가.”

우여곡절이 많았다. 쪽대본은 기본이고, 그러다보니 방송 당일까지 촬영하는 ‘생방송 드라마’라는 오명이 붙기도 했다. 박근형이 한 프로그램에 나와 “종방연 때 작가의 뺨을 때리겠다”는 웃지 못 할 말을 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드라마는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박경수 작가의 필력이 큰 힘을 발휘했다. 혼자서 대본을 쓴 것이 이번이 처음인 그는 드라마를 쓰면서 응급실 신세를 3∼4번이나 졌다. 대본 스트레스에 하루에 5갑이 넘는 담배를 피우면서도 밀도 높은 대본을 썼다.

연출진도 빼놓을 수 없다. ‘홍콩 익스프레스’ ‘이웃집 웬수’등의 조남국 PD와 ‘찬란한 유산’ ‘시티헌터’의 진혁 PD, ‘49일’의 조영광 PD까지 총 3명의 ‘스타 PD’가 투입됐다.

SBS 김영섭 총괄CP는 “작가, 연출자, 연기자의 삼박자가 완벽하게 잘 맞아떨어졌다”면서 “40대 남자의 진솔한 이야기가 시청자에게 공감을 준 덕분이다”고 말했다.

‘추적자’에서 서로 대립하며 명대사를 만든 박근형(왼쪽)과 김상중. 사진제공|SBS


“내 약속은 남이 믿꼬로 하고,
남의 약속은 내가 안 믿었기 때문이다.” <서회장>

■ 명대사 중 명대사

● “난, 수정이 아버지니까!” (백홍석이 잃어버린 딸을 위해 복수에 나서자 자신의 실체가 탄로날까 포기를 강요하는 강동윤에게)

●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은 다르다. 법을 지키기 위해 가족의 손에 수갑을 채우는 검사. 진실을 알리기 위해 형부와 맞서는 기자. 사고를 당하고 자기 목숨이 위험한데도 날 걱정해주는 형사. 이게 사람이다.” (백홍석이 강동윤의 실체를 드러내며 힘없는 자의 억울한 설움을 토해내며)

● “난 사람을 믿지 않아. 믿지 않으면 서운할 일도 업지. 기대도 하지 않아. 기대가 없으면 배신당할 일도 업지.”
(강동윤이 자신을 배신하고 돌아온 보좌관 신혜라(장신영)에게)

● “자존심은 미친 년 머리에 꽂아놓은 꽃과 같은 기다.” (서 회장이 아들에게. 자존심은 쓸모없는 것이라며)

● “내 약속은 남이 믿꼬로 하고, 남의 약속은 내가 안 믿었기 때문이다.” (서 회장이 사위이자 유력 대선 후보인 강동윤에게. 최대의 재벌이 되기까지 자신의 처세술을 말하며)

● “몇 년이 지나가믄 소작농이 지주는 안 무서워하고 마름을 무서워한다 아이가. 그때부터 마름은 지가 지주가 된 걸로 생각하는 기라.”
(사위 강동윤에게 대선 불출마를 강요하며. 이발소집 아들 강동윤이 결코 돈과 권력을 지닌 자신들의 것을 이길 수 없다는 의미로)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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