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2012] 배드민턴 ‘져주기 파문’과 빛바랜 올림픽 정신

입력 2012-08-01 19: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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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과 연대, 페어플레이 정신에 따라 어떤 차별도 없는 스포츠로 세계 젊은이들을 가르쳐 더 나은 세계를 만든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쿠베르탱 남작이 주창한 올림픽 운동의 정신이었다. 한 세기가 넘는 세월이 흐르면서 이젠 먼지 낀 역사책에서나 확인할 공허한 얘기가 된 건 아닐까.

30회 째를 맞은 2012 런던 올림픽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지나친 상업주의가 여전한 가운데 연이은 오심 파문으로 감동은커녕 원성까지 샀다. 게다가 이번에는 스포츠맨십과 동떨어진 '져주기 파문'까지 벌어졌다.

1일 영국 런던 웸블리 아레나에서 열린 배드민턴 여자 복식 조별리그 A조 3차전. 세계 8위 정경은-김하나 조는 세계 1위인 중국의 왕샤올리-위양 조에 2-0(21-14, 21-11)으로 완승했다. 이날 중국 선수들은 고의로 서브 실수를 해 포인트를 잃는가 하면 한국 서브를 제대로 받지도 않았다. 어이없는 플레이에 관중석에선 야유가 쏟아졌다. 심판위원장이 코트에 들어와 중국 선수들을 훈계하는 진풍경까지 연출됐다. 중국의 고의 패배는 유리한 대진을 만들기 위한 꼼수였다. 중국 선수끼리의 4강 대결을 피한 뒤 결승에서나 만나게 할 의도였다.

중국의 무리수에 다음 경기였던 한국의 하정은-김민정 조와 멜리아나 자우하리-그레시아 폴리 조(인도네시아)도 전력투구를 하지 않았다. 이 경기를 져야 8강에서 일부러 진 세계 1위의 중국 조를 피할 수 있었다. 결국 한국이 이기긴 했어도 세계배드민턴연맹은 원인 제공자인 중국 뿐 아니라 최선을 다하지 않은 한국, 인도네시아의 징계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승부 조작을 조장한 대진 방식과 경기 일정 등도 도마에 올랐다.

배드민턴 세계 최강 중국은 지나친 성적지상주의로 번번이 원성을 샀다. 중국은 4년전 베이징 올림픽 여자 복식에서는 껄끄러운 한국의 이경원-이효정 조를 4강에서 떨어뜨리려고 의도적인 오심을 쏟아냈다. 영국 BBC와 로이터통신 등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이번 사태를 "스포츠에 대한 모욕이자 해악"으로 지적했다. 한 불가리아 선수는 "중국이 지난해 20여 차례나 자국 선수끼리의 경기를 피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쿠베르탱 남작이 어디선가 통탄하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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