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희 기자의 런던 리포트] 배드민턴 실격 4명, 귀국후 추가징계 결정…

입력 2012-08-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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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져주기는 조별리그 제도의 허점…선수는 피해자”
배드민턴 고의패배 선수 실격 그후

외신들 “제도 만든 연맹도 책임” 동정론
올림픽 끝난후 각국서 추가징계 불가피
일부 “2020올림픽 종목서 퇴출 가능성”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은 1일(현지시간) 런던올림픽 여자복식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무성의한 경기를 펼친 중국(2명), 한국(4명), 인도네시아(2명) 선수들을 모두 실격 처리했다. 2일 이기흥 한국 선수단장은 “정경은(KGC), 김하나(삼성전기), 하정은(대교눈높이), 김민정(전북은행) 등 실격 선수 4명과 지휘 책임이 있는 김문수 코치 등 5명의 AD카드를 회수한다. 선수촌에서도 퇴촌시킨다”고 밝혔다.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은 “실격 선수들을 귀국조치 시킬 것이다. 추가 징계는 한국에 돌아간 이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격 배경

1일 BWF 기자회견 당시 외신들은 BWF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선수들이 페어플레이 정신을 뭉갠 것은 잘못이지만, BWF가 제도적으로 허점을 만들어놓았다는 것이 요지였다. 선수들을 “피해자”로 지칭하기도 했다. 한 외신기자는 토마스 룬드 BWF 사무총장에게 “선수들은 이곳에 메달을 따기 위해 왔다. 올림픽은 그렇게 이상적인 곳이 아니다. 이미 2010년 우버컵에서도 부작용이 나타났던 조별리그 제도를 왜 이번 올림픽에 도입했는가”라며 공격적 질문을 던졌다. 이번 대회는 올림픽 사상 최초로 조별리그로 치러졌다. 그간 조별리그 방식의 국제대회에선 불리한 대진을 피하기 위한 고의패배가 암암리에 이뤄져왔다.


○실격 과정

고의패배는 대부분 중국이 주도해왔다. 대표팀 관계자는 “중국이 올림픽에서도 그럴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대표팀의 대응방식도 문제였다. 중국이 패배를 위한 경기를 펼치자, 대표팀도 무성의로 맞섰다. 성한국 대표팀 감독은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라며 말을 아꼈다. BWF는 1일 오전 청문회를 열고, 오후 실격을 발표했다. 중국은 아예 항소하지 않았고, 인도네시아는 제소위원회 직전 항소를 취하했다. 결국 한국만 항소를 한 셈이다. BWF 항소위원장은 “징계위원회의 결정이 전적으로 옳다”며 한국의 이의 제기를 안건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청문회에서 대표팀은 “세계랭킹 1위(중국)가 너무 어이없는 경기를 펼쳐 우리도 당황했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승리했고, 고의패배의 의도는 없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실격 파장

BWF는 “징계는 이 대회로 한정하며, 더 이상의 징계는 각국 올림픽위원회(NOC)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못 박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자크 로게 위원장은 1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의 당사자인 각국 NOC가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 보겠다. 그에 따라 (IOC차원의 별도 조치를 취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격을 당한 2008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위양(중국)은 1일 트위터를 통해 은퇴의사를 밝혔다. 고의패배 스캔들로 BWF의 위상은 바닥까지 추락했다. 1일 기자회견장에선 “2020하계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에 걸림돌이 되지 않겠나. 당일 관중의 표는 환불하지 않을 것인가”라는 질문까지 나왔다.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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