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2012]고의 패배 女배드민턴 ‘선수촌 퇴출’

입력 2012-08-03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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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식 2개팀-담당 코치에 선수단, AD카드 반납 통보
경기장 출입안돼 귀국할 듯… 中대표 위양은 은퇴 선언
‘이유를 막론하고 이런 일이 벌어져 죄송하다.’ 고의 패배로 실격한 한국 여자 복식 대표 선수들은 뒤늦게 후회의 글까지 남겼지만 한번 어긴 스포츠 정신을 되살릴 수는 없었다.

코트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그들이 4년을 준비한 올림픽 무대를 떠나게 됐다. 정경은-김하나, 하정은-김민정과 여자 복식 담당 김문수 코치는 2일 한국 선수단으로부터 “AD카드를 반납하고 선수촌을 떠나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기흥 한국 선수단장은 “지나치게 승부에 집착한 나머지 과욕을 부려 이런 우를 범했다. 한국 선수단 본부임원 회의를 열어 선수 4명과 지휘 책임을 물어 김 코치에 대한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AD카드 없이는 경기장, 훈련장 출입이 불가능해 귀국길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성한국 대표팀 감독은 다른 종목 경기가 진행 중이며 직접 연관이 없다고 판단해 징계 대상에서 제외했다. 김문수 코치는 배드민턴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박주봉과 짝을 이뤄 남자 복식 금메달을 딴 선수라 올림픽에서 영욕이 교차했다.

런던 올림픽에서 최악의 승부 조작 스캔들로 떠오른 이번 사건은 자국 선수끼리의 4강 대결을 피하기 위한 중국의 ‘져주기 꼼수’에 한국과 인도네시아까지 합세해 무성의한 플레이를 펼쳐 비난을 샀다.

국제배드민턴연맹(BWF)의 실격 처분에 이은 한국 선수단의 징계로 이번 사태는 일단 수습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BWF는 조별리그 모든 경기를 분석해 고의 패배 여부를 가리겠다고 공언했지만 사후약방문이라는 따가운 시선도 있다. 몇 년째 관행처럼 국제대회에서 져주기 사태가 빈번했는데도 이렇다할 조치가 없던 BWF의 수수방관이 화를 불렀다는 얘기다. 최근 배드민턴의 올림픽 제외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악재가 될 수도 있다.

한편 이번 파문의 원인 제공자인 중국의 여자 복식 대표 위양은 은퇴를 선언했다. 왕샤올리와 짝을 이뤄 세계 1위에 올라 있는 위양은 “사랑하는 배드민턴에 작별을 고한다. 세계배드민턴연맹이 매정하게 우리의 꿈을 깨버렸다”고 한탄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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