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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아파 보기 힘들 정도의 혈전이었다. 하지만 상대도 필사적이었다. 승부는 투혼만으로 결정되지 않았다.
‘우생순’ 한국 여자핸드볼이 동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강재원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12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바스켓볼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여자 핸드볼 동메달 결정전에서 2차 연장까지 가는 혈전 끝에 스페인에 29-31로 졌다.
4강전에서 ‘세계 최강’ 노르웨이에게 아쉽게 졌던 한국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스페인과 맞대결했다. 체력이 고갈된 한국은 팔팔하고 파워 넘치는 스페인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부상 입은 선수들은 쓰러지면 쉬이 일어나지 못했고, 스페인의 거구들과 부딪치면 어김없이 나뒹구는 것은 한국 선수들이었다.
한국은 경기 초반 우선희와 권한나, 조효비 등이 힘을 내며 11-6으로 앞서나갔다. 한국의 악몽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갑작스레 집중력이 무너지면서 한때 11-12까지 역전당한 것. 수비 코트에서 실수로 공을 빼앗기는 등 믿을 수 없는 실수들이 속출했다.
전반을 13-13으로 마친 한국은 후반 초반에도 다시 14-17로 끌려갔다. 패스미스도 잦았고, 수비조직력도 흔들렸다.
수비를 강화하며 한 점 한 점 따라붙은 한국은 종료 6분전 마침내 23-23 동점을 이뤘다. 상대에게 페널티 드로로 1점을 내줬지만, 종료 1분전 김차연이 얻어낸 페널티드로를 최임정이 꽂아넣어 다시 동점이 됐다,
후반 막판 한국 골키퍼 주희는 3연속 방어를 선보이는 등 눈부신 선방으로 팀을 연장으로 이끌었다. 마지막 순간 조효비가 골을 성공시켰지만, 종료 버저 후로 인정돼 연장으로 돌입했다.
연장은 피를 토하는 듯한 경기였다. 1점을 내주고 다시 따라붙는 숨가쁜 경기가 이어졌다. 1차 연장에서 한국은 종료 29초전 정지해의 장거리슛으로 간신히 28-28 동점을 만들며 2차 연장에 돌입했다.
2차 연장 전반을 29-30으로 뒤진 한국은 1차 연장 즈음부터 시작된 선수들의 탈진 상태가 더욱 격화됐다. 수 차례 얻어낸 페널티 드로를 지속적으로 놓친 것이 치명적이었다.
한국은 남은 시간 골키퍼 주희를 빼고 필드플레이어를 투입하며 동점을 노렸지만, 오히려 쐐기골을 허용하며 29-31로 졌다.
대회 초반 주포 김온아의 부상, 준결승에서 입은 심해인의 오른팔 부상이 아쉬웠던 3-4위전이었다. 경기 후반전, 이미 '우생순'에게는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