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Interview]“첫 올림픽 금 오발탄…‘진 종오 오기’가 롱런비법”

입력 2012-08-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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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3연속 대회 메달리스트들이 모이니 최근 24년간의 한국 올림픽 메달 역사가 그대로 드러났다. 이들이 목에 건 메달은 1988서울올림픽을 시작으로 2012런던올림픽까지(2000시드니올림픽 제외)의 ‘메달 집대성’이었다. 왼쪽부터 레슬링 박장순, 태권도 황경선, 사격 진종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올림픽 금6 은4 동1…메달 따는 도사
3회연속 메달리스트 레전드 3인 수다


대한민국의 올림픽 출전 역사상 3회 연속 메달리스트는 단 3명뿐이다. 레슬링 자유형의 박장순(44·삼성생명 감독)은 1988서울올림픽 은메달·1992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1996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2012런던올림픽에서 박 감독의 뒤를 잇는 2명의 전설이 탄생했다. 남자사격의 진종오(33·KT)와 여자태권도의 황경선(26·고양시청)이 그 주인공이다. 진종오는 2004아테네올림픽 은메달·2008베이징올림픽 금·은메달·2012런던올림픽 2관왕으로, 3번의 올림픽에서 총 5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황경선 역시 아테네올림픽 동메달·베이징올림픽 금메달·런던올림픽 금메달로 여성최초의 3회 연속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한국 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을 3명의 ‘레전드’가 21일 서울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진종오 아테네 마지막발 어이없는 실수
“스트레스는 심했지만 금메달 꿈 더 절실
훌쩍 큰 후배들 자극…4연속 메달 조준”

박장순, 은퇴 후 애틀랜타 직전 복귀 은
“올림픽의 묘한 힘…아픈데도 뛸 수 있지”


황경선 첫 올림픽 동 눈물…독 품고 훈련
“부상도 있고…4년 후 도전 힘들것 같아”



○세대를 뛰어넘은 만남


-사회자 “세 분이 한 자리에서 보시는 것은 처음이죠?”


-황경선(이하 황) “박 감독님은 한체대와 태릉선수촌에서도 뵈었어요. (진)종오 오빠와는 아테네부터 같이 나갔고요. 함께 보는 것은 처음인 것 같아요.”


-사회자 “진종오 선수의 호칭은 오빠인가요?”

-진종오(이하 진) “아저씨라고 하면 서운하죠. 하하. 사실 사격대표팀은 태릉에서 잘 머물지 않아서 경선이와도 자주는 못 봤어요.”


-박장순(이하 박) “황 선수랑 내가 체대에서 봤구나. 체대 나왔어? 난 87학번인데…. 후배인 것도 몰랐네.”


-황 “아 네. 전 86년생입니다.”(참석자 모두 웃음)


○첫 올림픽에서 금 못 딴 것이 롱런의 계기


-사회자 “세 분 모두 첫 올림픽에서는 금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진 “아테네 이후 ‘한발 실수로 은메달’이라는 꼬리표를 4년간 달고 있었어요. 스트레스도 심했죠. 그래서 금메달을 꼭 따고 싶다는 꿈이 생긴 것 같아요. 만약 첫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면, 자만했을 것 같아요.”


-박 “저 역시 첫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게 롱런의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금과 은의 차이는 시상대에 서 본 선수만이 느낄 수 있거든요.”


-황 “고3 때 아테네에서 동메달 따고 다들 그러셨어요. ‘넌 아직 어리니까 괜찮다’고. 그 말이 너무 싫었어요. 어리다고 기회가 또 오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많이 울기도 했죠. 만약 고등학교 때 금메달을 땄다면 정신이 달라졌을 거예요. 그 이후에는 아무 것도 안했을 것 같아요.”


-사회자 “세 분 모두 2번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습니다. 3번째 올림픽을 준비하는 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진 “은퇴할 마음은 없었지만, 큰 긴장감 없이 사격을 했어요. 그런데 (이)대명(24)이나, (최)영래(30·이상 경기도청) 같은 후배들의 기록이 너무 좋은 거예요. 저도 운동선수인데 승부근성이 있잖아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데 후배들에게 터무니없이 질 수는 없으니까, 같이 열심히 한 것 같아요.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였죠. 하하.”


-박 “저는 1994히로시마아시안게임 마치고 은퇴를 했습니다. 그 때 금메달을 못 따고 선수생활을 마친 것이 많이 아쉬웠거든요. 1년 넘게 운동을 쉬다가 애틀랜타올림픽을 앞두고 복귀했기 때문에 간절함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황 “저는 베이징 이후 무릎 수술과 재활 때문에 2년간 슬럼프를 겪었거든요. 그 시기를 견디면서 런던올림픽까지 온 것 같아요. 베이징 때 무릎 연골과 전방·내측 인대가 한꺼번에 끊어졌어요. 주사 맞고 깁스까지 하고 경기를 뛰었거든요.”


-박 “그렇게 아픈데도 뛸 수 있는 게…. 올림픽이니까 가능한거야. 정말 올림픽은 묘한 게 있어서, 뭐에 꼭 홀린 것처럼 된다니까.”

태권도 황경선(가운데)이 박장순(왼쪽)과 진종오 뒤에 서서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다른 분들 종목이 더 어려워…


-사회자 “혹시 서로의 종목을 해 보신 적은?”


-진 “어렸을 때 태권도를 3년 했어요. 겨루기를 하는데, 상대선수와 정강이뼈를 정통으로 부딪친 거예요. 너무 아파서 몸 좀 사려야겠다 싶었는데 며칠 뒤에 또 맞았어요. 그 날로 관뒀죠.”


-황 “저희는 하도 부딪쳐서 아예 정강이에 감각이 없어요. 보호대를 차도 소용없더라고요.”


-박 “저도 어렸을 때 태권도를 했는데…. 그 때부터 맞으면 상대를 안고 뒹굴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 생각해보니 역시 태권도보다는 레슬링을 할 운명이었나 봐요. 하하.”


-황 “서울체고 시절에 사격선수 친구들이 있었어요. 총 대신 아령을 들고 자세를 잡는 훈련을 하기에 따라해 봤는데 정말 힘들던데요. 실제로 총도 쏴봤는데 잘 안 맞더라고요.”


-진 “사격장에 한번 놀러와. 내가 총 원 없이 쏘게 해줄게.”


○진종오 “4회 연속 메달 걸고, 꼭 박 감독님, 경선이 얘기 할게요.”


-사회자 “4회 연속 메달 도전에 대한 생각은?”


-황 “솔직히 하고 싶죠. 왜 욕심이 안 나겠어요. 하지만 제가 몸이 안 된다는 것을 느껴요. 투기에서 여자가 27살이면 적은 나이가 아니에요. 부상에 신경이 곤두서고…. 이제 젊은 선수들보다 운동을 2배로 해야 되고…. 준비과정이 문제에요. 힘들 것 같아요. 저는 다음 올림픽까지 (진)종오 오빠를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진 “저야 뭐 한 팔만 움직이지만, 태권도는 온 몸을 쓰잖아요. 경선이에게 ‘금메달 땄으니 또 나가라’고 하면 배려가 없는 것 같아요.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아요. 제가 아직 브라질을 한번도 못 가봤어요. 그래서 4년 뒤에 꼭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4회 연속 메달을 따서 인터뷰를 한다면, 여기 계신 박 감독님과 경선이 얘길 꼭 하겠습니다.”


-박 “진종오 선수가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도 금메달 따면 더 좋겠지만, 색깔은 중요하지 않다고 봐요. 지금 시점에서 4년 뒤를 바라 볼 수 있다는 것이 부럽고, 또 대답합니다.”


○1988·1992·1996·2004·2008·2012 올림픽 메달열전


-사회자 “사진 촬영을 위해 그 간 올림픽에서 딴 메달을 한번 꺼내주세요.”


-황 “이번에 찾아보니 아테네 때 메달은 줄이 끊어졌더라고요.”


-진 “베이징 때 것도 끈이 약해. 삭더라고요. 땀을 흘린 채로 걸어서 그런가? 하하.”


-박 “(후배들의 메달을 보더니)요즘 메달은 정말 화려하네. 런던올림픽메달은 서울올림픽메달 2배 크기네. 정말 이렇게 변했구나.”


-황 “(진종오가 케이스에 메달을 곱게 담아온 모습을 보고)오빠는 되게 꼼꼼 하시죠?”


-진
“사격선수는 그럴 수밖에 없어. 습도, 온도, 풍향들을 매번 기록하거든. 비가 오면 총탄이 표적 아래쪽에 맞기도 해. 풍향 때문에 양궁처럼 오조준을 하는 일도 있으니까…. 더 꼼꼼해지는게 좋지.”


-사회자 “메달을 한번 목에 걸어주세요.”


-박 “은퇴하고 다시는 올림픽 메달 걸 일이 없을 줄 알았어요. 이게 몇 년 만인지…. 후배들이 이번에 좋은 성적을 거둬줘서, 잊혀졌던 제 기록까지 다시 조명을 받는 것 같아 감사할 따름입니다.”

정리|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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