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기-최지만 “인종차별 모욕, 빅리그 진출로 갚겠다”

입력 2012-10-24 11:4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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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기(왼쪽)와 최지만. 동아닷컴DB

[동아닷컴]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의 한국인 유망주 김선기(21), 최지만(21)이 올 겨울 호주프로야구 겨울리그에 참가한다.

둘은 정규시즌을 마치고 9월 중순 귀국해 약 2주간의 짧은 휴식을 취한 뒤 팀 내 유망주들만 뛸 수 있는 ‘교육리그’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고, 그 곳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아 올 겨울 호주프로야구에서 뛸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두 선수는 스물 한 살 동갑내기이자 2010년 미국에 진출한 입단 동기로 올 시즌 마이너리그 싱글 A(클린턴 럼버킹스) 팀에서 함께 뛰었다. 선발투수(김선기)와 1루수(최지만)로 투타에서 맹활약한 두 선수 덕에 팀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쾌거를 올리기도.

김선기는 올 시즌 16경기에 등판해 6승 4패 평균자책점 4.02, 최지만은 타율 0.298 8홈런 43타점의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최지만은 6월 25일부터 7월 1일까지 한 주간 타율 0.538에 홈런 4개를 몰아치며 주간 MVP(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이로써 최지만은 미국 진출 첫 해에 수상한 마이너리그 전체 월간 MVP와 시즌 MVP에 이어 올해 주간 MVP까지 거머쥐는 영예를 안았다.

김선기 또한 지난 6월 24일 선발등판한 경기에서 6이닝 동안 삼진을 무려 13개나 잡아내는 무실점 호투를 선보여 구단으로부터 실력과 가능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당시 리치 도만 투수 코치는 “마운드에서 공격적이면서도 타자의 수를 읽는 지능적인 투구를 했다”며 김선기를 호평했다.

동아닷컴 취재진은 매년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며 메이저리그를 향해 순항 중인 김선기, 최지만 두 선수를 미국 현지에서 만나 인터뷰 했다.

김선기. 동아닷컴DB


-오랜만이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김선기(이하 김): 지난 주에 미국 교육리그가 끝났다. 호주 출국을 앞두고 현재 짧은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이다.

최지만(이하 최): 나 역시 선기와 마찬가지다.

-언제 호주로 출국하나?

최: 현재 비자를 기다리는 중이다. 비자만 나오면 바로 출국한다.

-정규시즌 후 교육리그 참가 그리고 또 호주로 간다. 일정이 빡빡한데 힘들지 않나?

김: 선발투수이다 보니 체력적으로 크게 힘든 건 없다. 팀 내 유망주들 중에서 뽑혀 기쁘게 생각하고 오히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최: 나이가 젊어 체력적으로 힘든 건 없다. 다만 매년 겨울은 일년 중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인데 그 시간이 줄어들어 조금 아쉽긴 하다.

-향후 일정은 어떻게 되나?

김: 1월 말까지 3개월 간 호주프로야구에서 뛰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2월 중순쯤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갈 예정이다.

-호주리그는 어떻게 진행되나?

최: 호주리그는 11월 초에 개막해 주말에만 경기를 한다. 리그가 열리는 호주의 애들레이드(Adelaide) 지역에도 교민이 많다고 들었다. 호주는 야구 경기가 많이 열리지 않는 곳이라 야구를 좋아하는 교민 분들에게 좋은 경기를 선보일 수 있도록 선기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

-올 시즌을 돌아보며 아쉬운 점을 꼽자면?

김: 선발투수로 두 자리수 승수를 올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내년에는 반드시 이루고 말겠다.

최: 3할 타율과 홈런 25개가 목표였는데 이루지 못했다. 특히 안타 한 개 차이로 3할을 놓쳤다. 그 점이 매우 아쉽다. 마이너리그 통산타율(0.324)로 그나마 위안을 삼고 있다. 하하.

-반대로 올 시즌 성과를 꼽자면?

김: 그 동안 연마했던 체인지업을 완성해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최: 재활 때문에 작년 한 해 경기를 뛰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 거둔 성적의 높낮이를 떠나 부상에서 회복해 다시 야구를 할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시애틀은 추신수의 전 소속팀이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은데?

김: 그렇다. 팀 내 코칭스태프 중 예전에 추신수 선배와 함께 뛰었던 코치도 있고 아직도 추신수 선배를 기억하는 구단 직원들도 많다. 올 시즌 우리 팀을 맡았던 맨차카(Manchaca) 감독도 과거 마이너리그에서 추신수 선배와 함께 뛰었다고 들었다.

최: 추신수 선배를 기억하는 코치나 직원들이 우리에게 선배가 예전에 시애틀에 있을 때 얼마나 열심히 운동했는지를 이야기 해준다. 선배의 그런 족적이 때론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그가 남긴 명성에 절대 누가 되지 않도록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기도 한다.

최지만. 동아닷컴DB


-둘은 입단동기이자 스물 한 살 동갑내기 룸메이트이다. 미국에서 생활하는데 있어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데?

김: 그렇다. 나는 성격이 조용한 편인데 지만이는 매우 명랑하고 유쾌하다. 늘 나에게 큰 웃음을 준다. 지만이 없이 나 혼자 이곳에 있었다면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최: (김선기를 향해) 정말? (웃으며) 선기가 평소 조용한 성격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도 가끔 큰 웃음을 준다. 하하. 입단 초기에는 서로를 잘 몰라 서먹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한국인 동료와 한 팀에서 뛴다는 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다른 팀에서 뛰는 나경민(샌디에이고), 문찬종(휴스턴), 신진호(캔자스시티) 같은 동기들이 우리를 많이 부러워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도움이 되나?

김: 지만이가 곁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지만이가 요리를 참 잘한다. 덕분에 맛있는 한국 음식을 자주 얻어 먹는다. (웃으며) 나는 늘 설거지 담당이다.

최: 선기가 말한 것처럼 친구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올 초 스프링캠프 때 만난 추신수 선배가 ‘한국인 혼자 메이저리그에 있으니 심심하다. 너희들도 빨리 빅리그에 올라와서 함께 뛰자’며 농담조로 격려해주셨다. 그날 선배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선기와 많은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 그 중 일부는 서로의 공일만큼 심적으로 의지하고 격려해줄 수 있는 점이 큰 도움이 된다.

-미국 진출 3년째이다. 첫 해와 달라진 점을 들자면?

김: 맨 처음 미국에 왔을 때는 단순히 나도 메이저리그에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막연한 생각만했다. 하지만 3년이란 시간이 흐르자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최: 얼마 전에 더블 A 이상의 유망주들만 참가하는 가을리그 경기를 보러 갔다. 그 곳에서 이학주 선배의 모습을 보며 또 다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나 또한 미국 생활이 거듭될수록 메이저리그가 손에 잡히지 않는 무지개가 아니라 충분히 성취 가능한 현실성 있는 목표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끝으로 한국에 있는 팬들을 위해 한 마디 해달라.

김: 올 겨울은 예년과 달리 따뜻한 곳(호주)에서 운동할 수 있게 돼 전보다 더 많은 운동량을 소화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반드시 두 자리수 승수를 달성하겠다. 지켜봐 달라.

최: 최근 주유소에서 만난 백인 청년들에게 “나쵸(nacho)보다 더 노랗고 밥만 먹는 냄새나는 동양X” 이란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 순간 피가 거꾸로 솟았다. 주먹이 나갈 뻔 했다. 하지만 내가 그들에게 대응하는 길은 야구를 더 열심히 해서 장차 빅리그에 진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참았다. 반드시 메이저리그에 올라가 그날의 수모를 갚겠다. 많이 응원해 달라.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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