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와신세이키(왼쪽)-인그란디어. 사진제공|한국마사회
다른 종목에서 볼 수 없는 경마만의 고유한 특성 중 하나가 바로 경주마의 혈통을 중시하는 것이다. 좋은 혈통, 즉 좋은 유전자가 있으면 뛰어난 성적을 내는 ‘부전자전’의 법칙이 통하는 분야다. 그러다 보니 씨수말은 경주마로 활동하던 현역 시절 성적보다 오히려 자신의 피를 이어받은 자마들의 성적에 의해 몸값이 좌우되기도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씨수말은 총 113두. 이중 한국마사회가 12두를 보유하고 있고, 민간 목장과 개인은 101두이다. 지금까지는 한국마사회의 씨수말이 가격이나 자마의 경주 성적에서 민간목장보다 월등히 뛰어났다. 따라서 ‘씨수말=한국마사회 도입’이라는 불문율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이순간’이나 ‘당대불패’ 처럼 뛰어난 성적을 내는 민간목장 씨수말의 자마들이 등장하면서 경마계의 고정관념이 바뀌고 있다.
○좋은 성적과 가격 경쟁력, 뛰어난 ‘가성비’의 민간 씨수말
민간목장 씨수말의 선두 주자는 제주 금악목장의 ‘인그란디어(13세)’다. 삼관경주 코리안더비와 농식품부장관배의 우승마 ‘지금이순간’이 그의 자마다.
‘인그란디어’는 원래 현역시절 일본 최고 권위의 천황배 우승을 비롯해 총 34전에서 8승, 2위 3회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한 명마.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에서 경주마 생산을 시작했다. ‘인그란디어’는 올해 자마 ‘지금이순간’의 대활약으로 리딩사이어 7위에 올랐다. 특히 56두의 자마들이 출주당 기록한 평균 상금이 4600만원으로, 현재 이 부문 1위인 ‘메니피’의 5700만원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가격 경쟁력도 장점이다. ‘인그란디어’ 자마들의 평균 가격은 3400만원으로 7000만원대인 ‘메니피’의 절반수준이다.
‘당대불패’의 부마인 일본산 씨수말 ‘비와신세이키’(14세)도 주목받는 민간 씨수말에서 빼놓을 수 없다. ‘당대불패’는 대통령배를 포함해 지금까지 벌어들인 누적상금이 26억4000만원에 달한다. 무엇보다 그동안 마사회 씨수말들의 자마들이 득세했던 한국경마에서 ‘당대불패’가 성공하면서 민간 목장들이 미국·일본에서 씨수말을 도입하는 촉매 역할을 했다.
이밖에 한국 경마 최다 연승(17연승)의 ‘미스터파크’를 배출한 ‘엑톤파크(16세, 이시돌목장), 일본 최고 씨수말 ‘선데이사일런스’의 자마 ‘니혼필로닐(16세, 녹원목장)’도 현재 주목받는 민간 씨수말이다. 이외에 미스터프로스펙터 계보를 잇는 ‘와이와이와이(12세, 챌린저팜)와 ‘스트라이크어게인(6세, 용문목장)’의 자마들도 한국경마에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obauk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