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 안터지면 정밀폭격”…이승엽의 도전

입력 2012-12-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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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스포츠동아DB

콘택트 타법으로 국내무대 화려한 컴백
“타구에 힘 안 실려 아쉬워…고민 또 고민
내년 캠프서 홈런 위한 타격폼 변화 계획
큰 스윙 실험 실패땐 다시 올해 폼 복귀”


이승엽(36·사진)은 일본프로야구에서 영욕의 8년 세월을 마감한 뒤 올 시즌 삼성에 복귀했다. 일본프로야구 8년을 놓고 보면 전반기 4년(2004∼2007년)은 일본에서도 초특급 홈런타자로 명성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후반기 4년(2008∼2011년)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홈런도 줄었지만, 무엇보다 타격의 정확성이 무너지면서 출장기회마저 확보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올 시즌 삼성에 복귀하는 그에 대해 “이제 한물갔다”며 부활이 쉽지 않을 것이란 혹평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승엽은 이승엽이었다. 스프링캠프부터 과거의 타격폼을 버리고 자신만의 타격폼을 찾아낸 뒤 화려하게 국내 무대에 복귀했다. 올 시즌 타율(0.307) 6위, 최다안타(150개) 4위, 홈런(21개) 5위, 타점(84개) 3위, 장타율(0.502) 6위, 출루율(0.384) 10위 등 공격의 거의 모든 지표에서 10위 안에 드는 호성적을 올렸다. 팀 우승을 이끌었고, 골든글러브 지명타자 부문 수상자로 우뚝 섰다. 누가 봐도 성공적인 국내 복귀였다.

그러나 이승엽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시즌이 끝나자마자 내년 시즌 이후를 머릿속에 그리기 시작했다. 특히 전성기가 지난 시점에서 자신이 추구해야 할 타격폼에 대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그는 “예전과는 다르다. 오버스윙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 시즌 체중을 완전하게 공에 못 실어줬다. 공을 멀리 보내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면서 “파워만 있다고 타구가 멀리 가는 건 아니다. 원심력과 회전력을 이용해 타구를 보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됐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렇다면 다시 홈런을 양산해낼 수 있는 타격폼으로 돌아갈 것인가. 그는 이에 대해 “콘택트로 가야 하나? 하체를 동반해 체중을 싣는 풀스윙으로 타구를 더 멀리 보내야하나? 고민이 많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일단 내년 캠프가 시작되면 (오른쪽) 다리를 들고 과거처럼 하체 체중을 실어서 쳤던 대로 쳐보겠다”며 홈런 생산을 위한 타격폼에 도전해볼 계획임을 밝혔다. 그러나 나이도 생각해야 한다. 자칫 올해 어렵게 만들어낸 타격폼마저 망가뜨릴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일단 스윙을 바꾸려고 해보겠지만, 스윙이 제대로 안 되면 올해처럼 콘택트 위주의 스윙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어떤 스윙이 가장 적합한지 찾아내겠다”고 덧붙였다.

과거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양준혁은 이승엽에 대해 “1999년에 54홈런을 친 뒤 타격폼을 바꾸더라. 당시만 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2003년 기어코 아시아신기록인 56홈런을 때려내더라. 이승엽의 도전정신에 선배인 나도 큰 자극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이승엽으로선 올해와 같은 타격폼으로 내년 시즌을 맞는다면 안정적이다. 그러나 그는 또 다시 진화를 위한 고민을 시작하고 있다. ‘국민타자’의 도전에는 쉼표가 없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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