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기획 2부작] 휴대폰 중계 관객…당신이 더 무서워!

입력 2012-12-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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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관객을 말하다|2부 - 이런 관객, 저런 관객

안하무인 실시간 중계…가장 곤란

“아이고 불쌍해라” “저런 죽일 놈…”
큰소리의 ‘혼잣말 관객’ 주위 눈총

‘뽀시락’ 음식물 먹는 소리도 공포

올해 국내 뮤지컬은 처음으로 ‘100만 관객-매출 3000억원’ 시대에 들어섰다. 뮤지컬 시장이 커진 데에는 역시 관객의 힘이 절대적이다. 관객의 수가 급증하면서 공연장에서 만나는 관객의 모습도 다양하다. 아예 작품의 대사와 노래를 몽땅 외우는 열성관객에서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처럼 늘 특정 좌석만 예매하는 관객 등 뮤지컬 공연장의 관객 백태는 어떤 모습일까.


● 전곡을 따라 부르는 열성관객

배우와 공연 관계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관객은 역시 한 공연을 여러 번 보는 ‘충신형’. 특히 이런 열성관객들의 입소문이 티켓판매에는 큰 영향을 미친다. 좋아하는 작품이나 배우를 좋은 자리에서 보기 위해 온라인 티켓 예매가 시작되면 ‘광클’(빛처럼 빠른 마우스클릭)로 예매전쟁을 벌이는 사람들이다.

이중에는 무대 위 배우들도 얼굴이 친숙할 정도로 늘 앞열 같은 자리에서 관람하는 관객도 있다. 그런데 이처럼 여러 번 관람하다 보니 아예 대사와 노래를 외우는 관객도 있다. 이들은 대개 공연 중에 노래를 따라 하는데, 어떤 열성팬은 전곡을 따라 부르는 내공을 발휘하기도 한다.


● “남자배우 지금 막 죽었어”…휴대전화로 공연 실시간 중계

배우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관객은 누구일까. 바로 공연 내내 휴대전화를 끄지 않는 관객이다. 배우, 공연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면 휴대폰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가장 많다.

배우 이정렬은 아예 “극장과 휴대폰의 관계는 전 인류가 풀어야 할 지구적 과제”라고 말할 정도. 그중에서도 최악은 단순히 벨소리가 울리는 정도를 넘어 아예 내놓고 통화를 하는 관객이다. 뮤지컬 ‘시카고’에 출연했던 아이비는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데, ‘지금 주인공 춤 춘다’, ‘남자 총 맞아 죽었다’, ‘이제 곧 끝난다’고 전화로 실시간 중계를 하는 관객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KBS2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였던 ‘어제 온 관객, 오늘 또 왔네’의 뮤지컬 버전도 있다. 뮤지컬 내용과 장면을 서로 대화하며 관람하는 관객들이다. 또 공연 내내 엄마가 아이에게 극의 내용을 자상하게(?) 설명해 주는 건 가족 관람객에게서 자주 찾아볼 수 있다.


● 대사 받아치는 ‘배우형’ 관객

주로 중년층 관객에게 흔한 유형은 ‘혼잣말 관객’이다. 집에서 드라마를 보던 습관이 공연장에서 나타나는 것. 극에 너무 몰입해 “어이구, 불쌍해라”, “저런 죽일 놈을 봤나”하는 식으로 혼잣말을 크게 중얼거려 주변의 눈총을 받는다.

여기서 업그레이드된 상황은 배우 대사를 아예 받아치는 관객이다. ‘김종욱찾기’에 출연한 최수진은 “여자가 ‘영어를 참 잘 하시네요’하면 남자가 시크하게 ‘어학원 한 달만 다니면 돼요’답하는 장면이었는데, 남자가 대사를 하자 한 여성이 큰 소리로 ‘아, 재수없어!’하는 바람에 공연장이 웃음바다가 됐다”고 소개했다.

반대로 관객의 재치있는 리액션이 오히려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배우 최가인은 “‘옥탑방고양이’ 때 애드리브로 관객을 향해 ‘수고양이 뭉치가 나오면 알려달라’고 말했는데, 한 남자 관객이 벌떡 일어나 ‘뭉치 나왔다!’하고 소리를 질렀다. 반응이 너무 좋아 지금은 아예 대본에 정식으로 들어가 있다”고 공개했다.


● 사탕 까먹는 소리…공연장의 공포음향

휴대폰에 맞먹는 공연장 분위기 망치는 주범은 음식물이다. 공연장은 대부분 물 이외의 음식은 가지고 입장할 수 없다. 하지만 가방에 넣어가지고 입장하는 관객 이 적지 않다.

음식물 먹는 소리는 본인 생각 보다 훨씬 크다. 주변은 물론이고 무대 위 배우에까지 들리기도 한다. 이정열은 “콜라 캔 따는 소리가 공연장 전체에 울려 퍼진 적이 있다”고 했다. 사탕 포장지를 ‘뽀시락 뽀시락’ 벗기는 소리는 공연장 직원의 얼굴을 하얗게 만든다.

송년모임이 많은 요즘은 얼큰히 취해 입장하는 관객이 많아진다. 추운 밖에 있다가 훈훈한 공연장에 들어오면 술기운이 올라오기 마련이고, 급기야 코를 골며 숙면에 빠진다. 심한 경우 공연장에서 구토를 한 사례도 있었다. <끝>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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