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는 왜 과거를 팔까?

입력 2013-01-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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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캠프’에서 과거 여배우와의 사랑을 고백한 김래원. 사진제공|SBS

■ 김래원 “종교같은 첫사랑” 정가은 “5개월전에 결별”

스타들, 상대 배려않는 일도 털어놔
“방송용 사생활은 따로 있는가” 지적

예능 프로들도 홍보 위해 과대포장
토크쇼, 추억 파는 수다쇼 전락 우려


“누구를 위하여 ‘고백’은 존재하는가.”

15일 하루 동안 온라인 검색 사이트에서는 한 여배우의 이름이 검색 순위 1위를 달렸다. 전날 연기자 김래원이 SBS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해 “열여덟 나이에 종교 같은 사랑을 했고, 그 상대는 한 살 많은 여배우다”라고 고백한 뒤 일이다. 김래원은 해당 여배우의 신상을 추측할 만한 ‘단서’를 내놨고 제작진은 이를 거리낌없이 방송에 내보냈다.

이후 누리꾼의 왕성한 호기심이 발동한 것은 당연했다. 김래원이 던진 ‘단서’를 ‘추적’해 결국 몇몇 여배우의 이름을 찾아냈고 그 가운데 한 사람이 검색 순위의 그물에 걸려들었다. 17년 전 사랑을 뒤늦게 고백한 김래원의 용기 아닌 용기와는 상관없이 이 여배우에게 엉뚱한 불똥이 튄 셈이다.

다음날인 15일 방송인 정가은도 SBS ‘강심장’에서 “5개월 전 헤어진 남자친구”에 대해 털어놓았다. 그리고 상대가 연예인이었다고 언급해 화제를 모았다. “오히려 스캔들이 터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는 말까지 하며 시청자와 누리꾼의 관심을 끌었다. 정가은과 연관된 모든 것이 누리꾼의 서핑 필수 목록에 올랐고 그들은 상대찾기에 혈안이 되고 말았다.

앞서 연기자 지창욱과 제국의 아이들의 멤버 광희도 “걸그룹 멤버와 비밀연애를 했다”는 고백을 털어놓는 등 많은 연예인들이 자신들의 과거 사랑을 솔직하게 혹은 과감하게 고백하며 시선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스타들의 신변잡기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쉽게 들을 수 없는 연예계 온갖 잡다한 가십이 각종 토크쇼를 통해 확대재생산된 지도 오래다. 그것도 스타 자신들의 입을 통해서다. 제작진의 좀 더 세심함이 아쉬운 대목이다. KBS 2TV ‘승승장구’와 MBC ‘무릎팍도사’ 등이 왜 시청자에게 사랑받았는지도 곱씹어볼 만하다.

더욱이 많은 연예인들이 그동안 “사생활을 보호해 달라”고 외쳐왔다는 점에서 그들에게 ‘방송용 사생활’은 따로 있느냐는 일반의 비아냥도 마냥 웃어넘길 수 없게 됐다. 악성 혹은 잘못된 루머에 대한 당당한 해명이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일만을 고백함으로써 토크쇼는 이제 ‘수다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가에서는 무엇보다 “아름답게 포장하고 싶고, 아끼는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상대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추억팔이’로 전략하고 말았다”고 지적한다. 16일 한 방송 관계자는 한 방송 관계자는 “스타들이 과거의 일을 고백하면 ‘진정성’으로 느껴지고, 리얼리티가 생명인 예능 프로그램이 홍보나 이슈 형성을 위해 이를 과대포장해 눈길을 끄는 것은 이미 ‘트렌드’가 됐다”면서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하는 모두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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