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쇼스키 감독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로 성공적인 데뷔를 한 배우 배두나.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배두나는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 1인 3역으로 비중 있게 등장한다. 2144년 서울의 복제인간 손미451을 비롯해 1849년의 영국 여성과 1973년의 멕시칸 여성까지 연기한다. 영화에서 상당한 분량을 차지한다.
또, 할리우드 데뷔 작품이었음에도 휴 그랜트, 할리 베리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과 함께 뚜렷한 존재감을 보인 배두나는 어깨가 올라가지 않았다. 오히려 겸손함으로 허리를 숙였다.
배두나는 “나는 연기를 하는 배우일 뿐이다”라며 “할리우드 영화를 찍었다고 해서 내 인생이 달라지진 않을 것 같다. 난 여전히 배우 배두나다”고 당차게 말했다.
▶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내가?…아직도 실감 안 나”
- 할리우드 데뷔를 성공적으로 치렀는데 실감이 나는지.
“대본이 내게 들어온 일이 아직도 신기하다. 다른 사람들도 신기해하고 나도 믿기지 않는다.”
-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만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내게 갑자기 들어온 대본이다. 아는 감독님이 ‘미국의 유명한 감독들이 널 찾는다’고 했고 알고보니 워쇼스키 감독이었다. 작품에 출연할 배우를 찾던 중 나를 떠올렸다고 했다. 당시 매니저가 없을 때라 라나 워쇼스키에게 직접 연락을 받았다. 화상으로 미팅을 했고 오디션 테이프를 보냈다. 그 이후 시카고에서 스크린 테스트를 받았고 한 달 후에 캐스팅 확정을 받았다.”
- 오디션을 보면서 신인 시절이 생각나지 않았나.
“난 지금까지 운이 굉장히 좋았던 것 같다. ‘플란다스의 개’ 이후로 오디션을 본 적이 없다. 시카고에서 봤던 스크린 테스트는 처음 해 본 것이었다. 의자에 앉아서 연기를 하는 모습을 찍었는데 신선했다. 신인 시절에 몰랐던 것들도 배울 수 있는 점에 있어서 나는 참 운이 좋은 배우다.”
- 그래도 연기력이 좋으니 운도 따라주는 게 아닐까.
“그러게 말이다. 나는 내 자신에게 엄격하고 다그치는 편이다. 그래서 내 기사를 보면 내가 마치 못난 사람처럼 보이더라. 지나친 겸손도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제는 내 자신을 예쁘게 포장할 줄 아는 사람도 돼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티를 안 내지만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운도 따라주는 것 같다.”
- 영화 촬영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영어’였을 것 같은데.
“원래 영어를 좋아했다. 촬영을 하며 영어를 배울 수 있었다는 점이 큰 재미였다. 영어 대사보다 촬영을 할 때 스태프하고 원활히 소통을 하는 게 더 힘들었다. 그래서 영어를 더 열심히 배워야했다.”
- 잠깐이지만 스페인어도 하더라.
“대사가 A4를 꽉 채운 방대한 분량이다. 게다가 화가 난 멕시칸 여성이라 말을 빨리 해야 했다. 따발총처럼 빨리 말하느라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
- 흥미를 갖게 된 언어가 있나.
“스페인어가 재밌는 것 같아 계속 배우고 싶다. 영어보다 쉬운 것 같다.(웃음)”
배우 배두나.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 “‘월드스타’ 수식어, 적응 안돼!”
- 배두나는 늘 도전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작품에 흥미를 느끼나.
“배우들은 모두 그렇지 않나. 나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연기하면서 하나 더 얻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평범한 여자보다는 탁구채를 들고 있다던가, 활을 들고 있는 편이 훨씬 연기하기 쉽다. 평범한 역할을 하는 게 가장 힘든 것 같다.”
- 이번 영화에는 할리우드 톱 배우들이 참여했다. 설레지 않았나.
“처음에는 설렜다. 수잔 서랜든, 톰 행크스같은 사람들과 한 작품에 나오는 걸 생각이나 해봤겠나. 하지만 ‘코리아’ 촬영이 끝나고 이틀 후에 곧장 촬영에 임하느라 설렐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손미’는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캐릭터라 비참함에 길들어져 있었고 냉정해야했다. 오히려 촬영 후에 더 설렜다. 한 앵글 안에 그들과 함께 있는 나를 보는 게 신기했다.
- 데뷔작이지만 비중이 상당해 놀랐다.
“처음에는 ‘손미’역을 할 줄 몰랐다. 처음에 대본을 봤을 때 손미 이야기가 굉장히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비중이 상당해 현지 배우에게 역할이 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손미’역을 나에게 준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할리우드 데뷔보다 ‘손미’역을 맡은 게 더 충격적이었다.”
- 촬영 중 감독이나 상대 배우들에게 예쁨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촬영하면서 정말 예쁨을 많이 받았다. 스태프들이 진심으로 나를 칭찬했다. 보통 서양인들은 예의상 좋은 말을 많이 하는 편인데, 우리 스태프들은 가식적인 사람이 없었던 것 같다. 하루 이틀 본 게 아니니까 말이다.”
- 이제 ‘월드스타’라는 수식어가 붙을 것 같은데 적응할 준비는 됐는지.
“적응을 못할 것 같다. 한국에서도 스타 되기를 포기했는데 ‘월드스타’는….(웃음) 어떤 수식어가 붙어도 상관없다.”
- 국내관객들은 굉장히 자랑스럽게 영화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배두나가 해외 가서 잘했구나’라는 말 들으면 자랑스러울 것 같다. 사실 나는 한국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싶다. 기왕이면 남의 집보다는 우리 집에서 사랑받고 싶다. ‘우리 두나’라는 말을 듣고 싶다.”
▶ “마음을 사용하는 배우라는 직업, 사진으로 감성 채워”
- ‘토론토 영화제’때 레드카펫 패션이 화제였다. 패셔니스타 중 한 명인데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나.
“스타일링을 정해놓고 옷을 입는 건 아니다. 그날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는 편이다. 또는 참석하는 장소의 분위기를 고려해 거기에 맞춰 입으려고 한다.”
- ‘스타일’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
“글쎄…. 어떤 스타일이든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자신이 선택한 옷이라면 자신 있게 입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배두나는 사진까지 잘 찍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도대체 못 하는 게 뭔가.
“(웃음) 잘 찍는 건 아니다. 외국에 갈 때는 필름카메라를 꼭 챙긴다. 보통은 외로울 때 사진을 찍으러 다닌다. 배우가 마음을 쓰는 직업이라 마음을 채울 필요가 있다. 사진을 찍는 게 감성을 채우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 괜찮은 출사 장소를 추천해달라.
“나는 풍경을 담는 것보다 일상을 많이 찍는 편이다. 그래도 추천을 한다면 남산타워가 좋지 않을까.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서울 시내를 보면 정말 아름답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서울을 바라봤는데 정말 아름다운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보려고 하는 관객들에게 한마디를 남겨달라.
“‘클라우드 아틀라스’라는 큰 롤러코스터에 탑승해 몸을 맡겼으면 좋겠다. 그래서 온갖 짜릿함과 흥분됨을 온 몸으로 즐겼으면 좋겠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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