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회원 인터넷 카페에 버젓이 '분실폰 매입합니다'

입력 2013-01-21 17: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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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다 득템한 폰 좋은 가격에 매입하겠습니다 빨리 연락주세요'

비밀스런 폐쇄 게시판이나 개인 블로그에 올라온 글도 아니다. 바로 한 대형 포탈사이트의 중고품 거래 인터넷 카페의 공개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이 카페의 회원은 1천만 명을 넘는다.
이런 글을 올리면서 주변의 눈치를 본 흔적도 그다지 없다. 이 카페에서 '주은폰', '분실폰' 등으로 검색하면 수백, 수천 건의 유사한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는 '부품폰', '사용불가폰' 등의 간접적인 표현을 쓰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분실폰'이라고 거침 없이 언급하며, 심지어는 '도난폰'이라는 표현도 종종 등장한다.



주인의 손을 벗어난 휴대폰을 거래하는 것은 당연히 장물거래에 해당한다. 적발되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처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인터넷 카페에는 지금도 하루에 수십 건 이상 분실폰의 거래를 종용하는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해당 카페의 이용규칙에는 이런 물품의 거래를 금지한다고 나와있으며 관리자도 나름 감시를 하고 있지만, 1분마다 100건 가까운 게시물이 등록되는 이런 대형 카페에서 효과적인 관리를 하는 것이 쉬울 리가 없다.
그리고 굳이 이런 카페의 게시판이 아니더라도 '네이버 지식인' 같은 게시판에서 '제가 폰을 주었는데 어떻게 할까요?' 라는 질문 글만 올려도 불과 수분 만에 '분실폰 고가 매입합니다 연락주세요' 식의 답변이 달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취지 좋은 블랙리스트 제도, 문제는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


휴대폰을 잃어버린 원래 주인이 이동통신사에 이 사실을 신고 하면 해당 단말기와 유심(USIM)은 국내 이용이 차단된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조치가 될 수 없다. 작년 5월에 단말기 자급제(일명 블랙리스트)가 실시됨에 따라 2013년 현재 판매되는 휴대폰은 특정국가의 유심만 받아들이는 '컨트리락'이 해제된 상대로 유통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이용이 차단된 휴대폰도 외국으로 가져가 현지의 유심을 꽂으면 다시 이용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해 상당수 업자들은 수집한 분실폰이나 도난폰을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지에 팔아 이득을 챙기고 있다. 단말기와 통신사를 자유로운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좋은 취지로 시작된 실시된 단말기 자급제가 악용되고 있는 셈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따라주지 못하고 적절한 관리감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렇게 좋지 못한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
더욱이 최근 들어 고가의 스마트폰을 쓰는 사용자들이 늘면서 이들 업자들이 챙기는 차익도 커졌다. 이들이 특히 선호하는 스마트폰은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나 삼성전자의 갤럭시S 시리즈와 같이 인지도가 높은 제품, 그리고 해외에서도 사용에 문제가 없는 SK텔레콤이나 KT용 제품들이다. 같은 기종이라도 LG유플러스용 단말기는 주파수 문제로 해외에서 이용이 힘들기 때문에 아예 매입을 거부하거나 헐값으로 매입하곤 한다.


폰파라치 제도 하기 전에 분실폰 매매 대책부터


그렇다면 이렇게 인터넷 상에 분실폰을 사거나 판다는 글을 올리는 사람들을 처벌할 수 있을까? 이것도 쉽지만은 않다. 이런 사람들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범법행위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 즉 물증이나 증인이 필요하며, 이를 찾아냈다 수사 진행에 제법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단순히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하여 당장 처벌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2013년 1월 현재, 한국통신진흥협회와 이동통신 3사는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온라인 휴대폰 판매점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폰파라치(폰+파파라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구매정보 습득에 취약한 일부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바가지'를 써야 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다.
하지만 정작 모든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분실폰, 도난폰 매매 행위에 대한 특별한 제재방안이나 관련 캠페인은 소식이 요원하다. 자신의 소중한 스마트폰을 지키기 위한 거의 유일한 방안이 '알아서 간수 잘하기'라면 'IT선진국', '스마트 강국'이라는 이름도 의미 없는 구호에 그칠 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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