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NC 외국인투수 해커 “내 야구 인생은 롤러코스터”

입력 2013-02-07 06: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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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의 외국인 투수 에릭 해커(30). 동아닷컴

[동아닷컴]

시련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래서 더 아프다.

운동 선수에게 가장 큰 시련은 ‘부상’이며 특히 투수에게 팔꿈치와 어깨 부상은 치명적이다. 올 시즌 한국프로야구에 첫 발을 내딛는 NC의 외국인 투수 에릭 해커(30)는 남보다 더 많은 아픔과 시련을 겪었다.

우완인 해커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2002년 뉴욕 양키스에 지명돼 프로에 진출했다. 하지만 2009년까지 마이너리그에 머물며 빛을 보지 못했다. 게다가 2004년과 2006년에는 팔꿈치와 어깨 수술을 받으며 자칫 선수생명을 위협받기도 했다.

수술과 2년 여에 걸친 긴 재활을 이겨낸 해커는 2009년 피츠버그 파이리츠로 트레이드 된 후 같은 해 9월 22일 프로 진출 7년 만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달콤했다. 하지만 그의 시련은 끝이 아니었다.

해커는 2009년 시즌이 끝난 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트레이드 됐다. 2011년에는 미네소타 트윈스로 그리고 2012년에는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트레이드 되며 해마다 유니폼을 갈아입는 저니맨의 설움도 겪어야 했다.

해커는 마이너리그 통산 71승 50패 평균자책점 3.94, 메이저리그 통산 1패 평균자책점 4.00의 성적을 기록했다. 결코 화려하진 않지만 부상과 시련을 이겨내고 거둔 성적이기에 그 의미가 남달라 보인다.

동아닷컴은 NC의 외국인 투수 트리오인 ‘ACE’를 미국 현지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ACE’는 애덤 윌크(25), 찰리 쉬렉(28)과 에릭 해커의 이름 첫 글자를 조합해 만든 이들의 애칭. 무엇이 그들의 발걸음을 한국으로 향하게 했는지, 올 시즌 목표는 무엇인지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오늘은 그 마지막으로 ‘ACE’중 유일한 기혼자 에릭 해커 편을 소개한다.

NC 다이노스의 외국인 투수 에릭 해커(30). 동아닷컴


다음은 해커와의 일문일답.

-야구는 언제 그리고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

“아주 어렸을 때 부터 공을 가지고 놀았다. 내 주위에는 야구공 뿐만 아니라 미식축구공 등 다양한 종류의 공이 있었고 그 것들을 던지며 노는 것을 좋아했다. 4살 때였나, 부모님의 권유로 리틀리그에 가입해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팀은?

“고향이 텍사스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텍사스 레인저스를 제일 좋아했고 그들의 경기를 보러 야구장에도 자주 갔었다.”

-본인의 롤모델은 누구였나?

“어렸을 땐 전설적인 투수 놀란 라이언을 가장 좋아했고 유격수로 뛰게 되면서부터는 칼 립켄 주니어도 무척 좋아했다. 야구 외적으로도 배울 점이 참 많은 훌륭한 선수들이다.”

-고등학교 때 야구뿐만 아니라 미식축구 선수로도 뛰었고 여러 대학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만큼 재능이 뛰어났다고 들었다.

“그랬다. 당시 학교 미식축구 팀의 주전 쿼터백이었는데 발목 부상으로 인해 야구에만 전념하게 되었다.”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미식축구 선수가 되었을 가능성은?

“그렇진 않다. 지금도 취미 삼아 미식축구를 계속할 만큼 좋아하지만 내 체격(185cm 100kg)이 쿼터백 자리를 소화하기엔 작은 편이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진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던 차에 뉴욕 양키스로부터 지명을 받았고 명문구단에 입단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입단했다. 물론 내 체격조건 상 미식축구보다 야구가 더 잘 맞을 것 같다는 이유도 작용했다.”

-야구를 시작하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자면?

“이거다 하고 딱 하나만 꼽기 어려울 정도로 행복했던 순간이 너무 많다. 팔꿈치와 어깨 수술로 인한 긴 재활을 이겨내고 마운드에 복귀했을 때 다시 야구를 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가슴 벅차고 행복했다. 2009년도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을 때도 감격스러웠고 방출과 트레이드 등을 통해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메이저리그 첫 선발 등판했을 때도 무척 행복했다. 나는 부상과 재활 그리고 잦은 트레이드 등을 통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평탄치 않은 선수생활을 이어왔다. 그래서 지금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축복이라 생각하고 늘 감사한 마음으로 운동한다. (웃으며) 부상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덕아웃에 홀로 앉아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을 보고 있으면 그들이 얼마나 부러운 지 말이다.”

NC 다이노스의 외국인 투수 에릭 해커(30). 동아닷컴


-보유하고 있는 구종은 몇 가지인가?

“직구는 투심과 포심을 던지고 변화구는 커브, 슬라이더, 그리고 체인지업을 던진다.”

-위기 상황에서 결정구로 던질 수 있는 가장 자신있는 구종은 무엇인가?

“그건 상황에 따라 그리고 등판한 날의 컨디션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직구가 잘 들어가는 날이라면 직구로 승부할 것이고 커브가 좋으면 당연히 커브를 던지는 등 그때그때 상황과 몸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야구 선수는 징크스가 많다. 본인도 그런 편인가?

“나는 그다지 특별한 징크스는 없다. 굳이 있다면 등판하는 날 긴장을 풀기 위해 음악을 들으며 최대한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하는 정도다.”

-메이저리그 데뷔도 했고 지난해에는 메이저리그 첫 선발 등판도 경험했다. 향후 전망이 밝은 상황에서 갑자기 NC에 입단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메이저리그 주전이 되고 싶은 내 꿈은 단 한번도 변한 적이 없다. NC에 입단하기 전에도 지난 몇 년간 다른 한국 팀들로부터 꾸준히 입단 제의를 받았다. 그래서 아내와 한국프로야구에서 뛰는 문제를 놓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와이프가 어린 시절을 싱가포르에서 보냈다. 그래서 아시아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다. 더불어 미국과 달리 스몰볼을 추구하는 한국야구 스타일이 나와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메이저리그 주전이 되기 위해 한국야구를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은 밑거름이 될 것 같다는 판단 하에 NC 입단을 결정했다.”

-NC에 입단하기 전 한국 문화나 음식 등을 경험해 본적이 있나?

“(웃으며) 전혀 없었다. 태국이나 중국 음식 등은 먹어봤지만 한국 음식은 NC에 입단한 후 스프링캠프에서 처음 먹어봤을 정도다. 하지만 한국 문화를 접하고 받아들이는데 문제될 것은 전혀 없다. 오히려 하루빨리 한국에 가서 다양한 한국 문화를 체험해 보고 싶다. 아내도 나와 함께 한국에 가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2008년에 결혼했다고 들었다. 아이는?

“아직 없다.”

-언제쯤 가질 계획인가?

“(웃으며) 잘 모르겠다. 혹시 아는가? 한국에서 아이가 생길지. 하하”

NC 다이노스의 외국인 투수 에릭 해커(30). 동아닷컴


-아내는 어떻게 만났나?

“고등학교 때 처음 만났다. 서로 다른 학교를 다녔는데 우연히 길에서 만나 연인 사이가 되었고 결혼까지 하게 됐다. 아내는 대학교 때 배구 선수로 뛰었을 만큼 운동을 좋아한다. 졸업 후에는 MBA(경영학 석사)를 취득해 직장을 다니다 2011년에 일을 그만뒀다. 시즌 중에는 나와 함께 다니며 내조에만 전념한다. 시즌이 끝나면 간간이 전공관련 일을 하지만 일단 시즌이 시작되면 전적으로 내조에만 전념할 만큼 아내는 나에게 최고의 후원자다.”

-NC 입단 후 가장 먼저 배운 한국말은?

“(한국말로) ‘안녕하세요’이다.”

-한국에 가서 야구 외에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에 나가 걸어 다니면서 미국과 다른 한국의 풍경이나 문화 등을 직접 체험해 보고 싶다. 한국은 내가 처음 가보는 아시아 국가여서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무엇이 있을지 기대가 크다.”

-올 시즌 목표가 있다면?

“일단은 이기는 것이 목표다. 비록 우리 팀이 신생 구단이긴 하지만 야구는 개인 운동이 아닌 팀 스포츠이기 때문에 팀원 모두가 스스로 관리를 잘해 하나로 뭉치게 되면 분명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특히 나는 한국야구를 처음 접하게 되지만 이미 스프링캠프에서부터 한국야구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고 매일 그 것을 배우며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시즌이 시작되면 한국야구에 적응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 최종 목표는 내가 등판하는 모든 경기에서 승리해 팀 성적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이다.”

-끝으로 한국 팬들을 위해 한 마디 해달라.

“한국프로야구에는 독특하고 열정적인 응원문화가 있다고 들었다. 하루 빨리 시즌이 시작돼 열정적인 한국의 야구팬들을 직접 만나보고 싶다. 특히 팬들이 나를 보면 언제든지 내게 먼저 다가와 줬으면 좋겠다. 비록 내가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이지만 팬들과 자주 얼굴을 접하다 보면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루 빨리 팬들을 야구장에서 만나고 싶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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