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1000만 동원…더이상 ‘넘사벽’ 아니다!

입력 2013-02-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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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도둑들’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시작으로 최근 ‘7번방의 선물’과 ‘베를린’이 경쟁하듯 흥행을 이끌며 1000만 관객을 눈앞에 뒀다. 사진제공|CJ E&M·케이퍼필름·화인웍스·CL엔터테인먼트·외유내강

1. 연중 성수기 2. 중장년층 증가 3. 콘텐츠 확대

■ 극장가 ‘상시 1000만 시대’ 열리나

‘7번방의 선물’ ‘베를린’ 동시 1
천만 돌파 눈앞
30∼50대 관객 증가로 비성수기 사라져
판타지·사극·재난 영화 등 다장르 한 몫

대형 배급사 장악·몰아주기 해결책 필요

한국영화, ‘상시 1000만 시대’ 맞을까. 2004년 ‘실미도’가 1000만 관객 시대를 연 지 햇수로 8년째. 그 사이 1000만 한국영화는 7편이 탄생했다. 심지어 지난해 ‘도둑들’과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는 한 달 차이로 1000만명을 돌파했다. 그리고 최근 ‘7번방의 선물’이 700만 관객을 불러 모으며 1000만 관객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배급사 NEW는 이르면 2월 말, 늦어도 3월 초 관객 1000만명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베를린’도 개봉 14일 만에 500만명을 돌파하며 쾌속 질주하고 있다. ‘광해’의 1000만 동원 이후 불과 4개월 만의 현상이다. 1000만 한국영화의 탄생 주기가 급격히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실감난다. 영화계는 “1000만 영화가 수시로 나올 수 있다”고 내다본다.


● 극장가, ‘연중 성수기’

유례없는 호황이다. 시장도 커지고 있다. 1월 한국영화 관객수는 1198만명(영화진흥위·이하 동일기준). 역대 최고 기록이다. 지난해 같은 달(824만명)보다 무려 45%가 늘었다.

겨울방학이 겹친 1, 2월 극장가는 대체로 많은 관객이 몰리는 시기. 하지만 극장가 전통적인 최대 성수기는 명절과 여름방학 시즌이다. 비교적 준성수기라 할 만한 1∼2월 ‘7번방의 선물’과 ‘베를린’이 빠른 흥행세를 그리고 있다는 점, 비수기로 꼽혔던 10월 ‘광해’ 등이 크게 흥행했다는 점 등에서 이미 극장가가 연중 성수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분석의 근거는 지난해 극장 관객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전체 영화 관객수는 1억9400만명으로 역대 최고치였다. 이 중 한국영화 관객은 처음으로 1억명을 넘어섰다. 또 평균 영화 관람횟수도 늘고 있다. 지난해 1인당 평균 영화 관람횟수는 3.83회. 2011년 3.15, 2010년 2.92회로 최근 3년 새 그 횟수가 늘어났다.

이에 힘입어 주요 증권사들은 이달 초 “올해는 지난해보다 12%가 늘어난 2억1800만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만큼 시장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 30∼50대 관객층 확대

관객층의 급격한 확대도 ‘상시 1000만 시대’를 앞당기는 원동력. 영화 흥행은 20대 관객이 좌우한다는 건 옛말이다. 이제 흥행을 결정짓는 세대는 30대 이상 관객층. 특히 40∼50대 중장년 관객이 크게 늘었다. 뮤지컬 영화로 폭발적인 흥행을 거둔 ‘레미제라블’(585만)도 이들 관객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었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요즘 중장년층은 삶의 질에 대한 관심과 문화적 욕구가 큰 세대”라며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도 많아 사회적 담론에 민감한 이들 세대 관객의 욕구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관람 환경 변화도 중장년의 극장행을 부추긴다. 이미 주거지 인근에 멀티플렉스 극장이 자리를 잡아 손쉽게 영화를 볼 수 있게 된 지도 오래다.



● 다양한 콘텐츠↑

경쟁력 강한 이야기와 다양한 콘텐츠로 무장한 한국영화는 2006년 정점을 찍고 이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지난해부터 다시 성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영화 투자수익률은 7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 13%였다.

‘광해’에 이어 ‘베를린’으로 1000만 관객을 노리는 CJ엔터테인먼트의 이창현 부장은 “지난해 400만 영화가 여섯 편 나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잘 되는’ 장르로만 자본이 몰렸지만 지금은 다양한 이야기꾼들이 만드는 영화가 많아지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져 신뢰를 회복했다”며 “허리가 탄탄해지면 스트라이커와 같은 1000만 영화는 더 자주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한국영화는 판타지(늑대소년)부터 사극(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재난(연가시) 등 다양한 장르로 그만큼 다양한 세대를 극장으로 불러 모았다.


● “이면(裏面)도 보자”

이 같은 ‘상시 1000만 시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여러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반짝 호황’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기대작에 상영관 몰아주기, 대형 배급사가 기획에서 상영까지 장악하는 환경 등은 ‘의도된’ 1000만 영화를 만들어낼 위험이 있다”며 “제작·투자·배급 등 투명한 역할 분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열악한 근로 환경에 놓인 현장 스태프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도 한계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최근의 영화 흥행은 경제 불황과 맞물린 결과라는 의견도 있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여가 활동을 줄이고 극장 관객이 늘어난 측면도 있다”며 “경기가 좋아지면 영화 시장이 위축될 위험요소도 있다”고 짚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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