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철수 감독, 열정으로 지나온 영화 인생…그는 누구인가

입력 2013-02-19 10: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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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수 감독. 동아일보DB.

인간, 특히 여성의 문제에 대한 깊은 성찰과 영상미. 그리고 열정.

19일 세상을 떠난 고 박철수 감독에 관해 설명할 수 있다면 이쯤이면 적당할까.

박철수 감독이 이날 오전 0시께 영화 ‘러브 컨셉츄얼리’를 준비하다 교통사고로 별세했다.

고인은 세상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 영화만을 생각해온 그야말로 ‘장인’이다.

박철수 감독은 1948년 대구 태생으로 성균관대를 장학생으로 다닌 모범생이었다.

한때 대구에서 교사로 일하기도 했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신상옥 감독을 만나 충무로에 발을 디뎠다.

그는 “영화가 있는 곳에 내가 있으면 자유가 있을까? 또, 먹고 살 수 있는 방법도 있겠지? 또, 즐거움도 있겠지?‘ 생각했다고 훗날 밝혔다.(한국영상자료원 자료)
1975년 신필름 연출부로부터 시작, 1979년 ‘골목대장’으로 연출 데뷔한 그는 1982년 MBC ‘베스트셀러극장’과 ‘암행어사’ 시리즈 등을 연출하기도 했다.

TV드라마로서는 보기 드문 영상미로 호평받은 그는 1985년 영화 ‘어미’로 대종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이후 ‘어미’로부터 시작, ‘안개기둥’과 함께 여성 문제에 천착해왔다. 여성의 사랑은 물론 자아찾기와 결혼과 가족의 이야기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아직 가부장적 분위기에 억눌린 여성들은 박철수 감독의 영상미 가득한 이야기 속에서 자신들의 문제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오늘 여자’, ‘물위를 걷는 여자’, ‘테레사의 연인’, ‘301·302’가 그 대표적인 무대다.

그는 1990년대에 다양한 제작 환경이 변화하면서 스스로 적응하고 또 다른 감각을 찾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영화를 다시 공부하기도 했다.

그리도 돌아와 제작사 박철수필름을 차려 대자본에 억눌리지 않으려 몸부림쳤다.

‘301·302’의 감독은 물론 제작까지 맡아 음식과 여성의 성을 이야기하면서 박철수는 또 다른 작품세계를 드러내며 호평받았다.

자신의 영화사를 차려 제작에 나선 그는 한국의 독특한 장의 절차와 그 속에서 펼쳐지는 인간군상의 이야기를 그린 ‘학생부군신위’를 비롯해 ‘산부인과’, ‘가족시네마’ 등을 연출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젊고 새로운 감독들의 등장 속에서도 그는 영화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최근 성과 사랑에 얽힌 진한 감성의 이야기를 그려왔다.

2011년 영화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 지난해 ‘B.E.D’ 등이 대표적이다.

두 작품 모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초청됐고 박철수 감독은 여전히 뜨거운 자신의 열정으로 관객을 만났다.

고인의 빈소는 경기도 분당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21일.

스포츠동아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tadada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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