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정우의 뜨거운 열정 누가 말릴까…먹방부터 연출까지 ‘하정우 원맨쇼’

입력 2013-02-22 12: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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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하정우는 “다른 작품 감독들이 나에게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이래요”라고 말했다.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배우 하정우(35)가 인터뷰를 대하는 자세는 어떨까. 2005년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으로 주목을 받은 하정우에게 수십 개의 매체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 당시 신인이나 다름없던 하정우는 인터뷰를 요청한 모든 매체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 이후 ‘추격자’(2008)부터 쉬지 않고 거침없는 행보를 해온 하정우는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배우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인터뷰 만큼은 빼놓지 않은 일정이다. “배우는 다 이렇게 해야 하는 줄 알았다”는 하정우는 점점 인터뷰를 즐기기 시작했다. 함께 작품 이야기를 하고 연기에 대한 평을 듣고 가끔은 개구진 장난도 치는 인터뷰가 부담이 없었던 것.

그래서일까. 이날도 감기 때문에 코를 훌쩍이고 링거를 맞아야 될 정도로 힘들었지만 영화 ‘베를린’에 대해 신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먹방에서 액션까지 찰지네~ ‘하정우 원맨쇼’

하정우의 먹방(먹는 방송)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황해’ (컵라면 핫바), ‘범죄와의 전쟁’ (크림빵 탕수육), ‘베를린’(바게트 크림치즈 잼)까지 하정우가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은 보는 이의 침샘을 자극하게 만들었다. 그 모습이 강렬해 ‘먹방’, ‘먹신’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최화정 누나가 저보고 머리가 커서 먹는 연기가 돋보인다고 그랬어요. 들어보니까 일리가 있더라고요.(웃음)”

‘베를린’에서도 바게트빵을 우적우적 씹어대던 하정우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밥 먹는 장면은 깨작거리는 설정이었지만 바게트빵은 특별한 설정이 없었던 것.

“바게트빵을 먹는데 아무 것도 안 바르고 먹자니 내가 괜히 관객들을 의식해 작위적인 연기를 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빵에는 잼을 발라먹는 게 맞잖아요. 그래서 애드리브로 잼을 발라서 먹었죠.(웃음)”

하정우는 ‘베를린’에서 먹는 연기만 찰진 게 아니다. 죽지 않은 게 다행일만큼 강도 높은 액션 연기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표종성은 요원이니까 훈련받은 사람이잖아요. 그럴싸하게 표현해야했죠. 육체적인 공을 가장 많이 들였어요. 무술팀이 우리 집에 와서 함께 연습을 했어요. 사실 우리 영화의 숨은 일등 공신은 ‘서울 액션 스쿨’ 식구들이에요. 어마어마하게 고생을 하고 준비했거든요. 그들이 있기에 제가 신뢰하고 액션을 할 수 있었어요.”

이어 “이번 작품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하정우가 액션을 잘 하는구나’ ‘액션 스타’ ‘액션 정우’ 라는 말을 듣는 게 가장 기분 좋아요. 액션을 소화했다는 것에 자신감도 생겼고요.” 라고 덧붙였다.

배우 하정우.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 4개월간 휴식 버리고 ‘롤러코스터’ 연출가로…

하정우는 2005년 ‘프라하의 연인’을 시작으로 단 한번도 쉬지 않고 작품에만 열중했다. 그런 그에게 4개월의 휴식이 주어졌다. ‘베를린’의 촬영이 끝나는 대로 4개월 동안 무조건 쉬기로 한 것. ‘4개월의 방학’을 약속받은 하정우는 즐거운 마음으로 '베를린’을 촬영했다.

“휴식 기간에 어학연수를 갈까, 북경에 가서 그림을 그릴까 아니면 다시 국토대장정을 갈까 고민했어요. 처음엔 계획을 짜는 것만으로도 신났는데 막상 휴식기간이 되니 확 당기는 게 없더라고요. 그러다가 저를 뒤돌아보기 시작했죠. 7년 동안 연기를 해온 어떤 자세로 배우의 삶을 살아야 하는지 고민했어요.”

고민을 하던 하정우는 영화를 촬영하며 겪은 가장 힘든 일은 간혹 발생하는 소통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서로 다른 입장으로 한 작품을 만들다보니 각자의 의견이 다를 때가 있었던 것. 하정우는 자신이 느꼈던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직접 연출자로 나섰다. 시나리오가 없었던 하정우는 불현듯 ‘베를린’에서 함께 했던 배우 류승범의 경험담이 생각났다고. 비행기에서 태풍 볼라벤을 만나며 죽다 살아날 뻔 했던 류승범의 이야기를 듣고 ‘이거다!’라고 생각했고, 그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열정이 넘친 하정우와 달리 많은 사람들이 그의 연출을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어린 허영심으로 영화를 만든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혼란스러웠죠. 저주부터 악담까지 다 들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길을 걷는데 ‘불가능은 없다. 가능케 하는 것은 도전하는 사람만이 성취할 수 있다’는 고 정주영 회장의 명언이 담긴 간판이 보이더라고요. 그걸 보고 마음을 다잡았어요. 배우를 시작할 때처럼 모든 걸 버리고 도전하자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만든 하정우의 첫 연출작 ‘롤러코스터’는 영화 ‘더 테러 라이브’ (가제·김병우 감독), ‘군도’ (윤종빈 감독)의 촬영이 끝난 뒤 후반작업에 들어간다. 올 하반기에는 감독 하정우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 LG트윈스의 열성팬 하정우…“엠엘비파크 유저님들, 질문 받을게요!”

하정우는 영화와 그림을 좋아하지만 야구를 누구보다 좋아하는 배우 중 하나이다. 그는 LG트윈스의 팬으로 시간이 날 때 야구를 시청한다. 또 국내 최고의 야구 커뮤니티 사이트인 ‘엠엘비파크(mlbpark)’와 LG트윈스의 공식홈페이지에 있는 쌍둥이 게시판’을 찾는다.

이번 ‘베를린’ 먹방의 반응도 ‘엠엘비파크 불펜(bullpen)’에 들어가 확인했다고. 하정우는 “야구 사이트 누리꾼들이 정말 재밌다”며 “야구선수도 아닌 나를 무척 좋아해준다. 또 다른 지지자들이 있어 굉장히 든든하다”고 말했다.

야구 커뮤니티에 인증할 생각이 없는지 물어보니 그의 반응은 의외로 긍정적이었다. 이어 그는 이 말을 꼭 기사에 넣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인증은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엠엘비파크 회원님들의 질문을 받아 함께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다. 아! 불페너님들, 질문 받습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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