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장조사기관 IDC가 발표한 'Worldwide Quarterly Mobile Phone Tracker'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2년 4분기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 출하량은 2억 760만 대로 전체 스마트폰의 91.1%를 점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2011년 4억 9,450만 대를 출하했던 안드로이드와 iOS는 2012년 7억 2,240만 대를 출하해 87.6%를 점유했다. 각각의 점유율은 안드로이드가 68.8%, iOS가 18.8%이다(아래 표 참고).
이 같은 결과는 각 국의 이동통신사(이하 이통사) 및 스마트폰 제조사 입장에서 결코 달갑지 않다. 결국 스마트폰 제조사는 구글 안드로이드를 사용해야 하는데, 문제는 너무 편중되어 있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3'에서 탈 구글의 움직임이 보인 것도 무관하지 않다. 이들은 모바일 운영체제 다양화를 통해 라인업을 늘리거나, 자체 모바일 운영체제와 앱 마켓을 구축해 나름의 플랫폼을 마련하려고 노력한다.
블랙베리와 심비안, 윈도폰이 현역으로 경쟁하고 있긴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그리고 이 모바일 운영체제들은 주인이 있다. 이통사와 제조사는 자신들이 주축이 되어 이끌 수 있는 것을 원한다. 구글 안드로이드폰을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하고 있는 제조사는 삼성전자이지만,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의 주인은 아니지 않은가. 나름의 입김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삼성전자와 인텔이 주력하고 있는 '타이젠(TIZEN)'
타이젠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운영체제 중 국내에 가장 많이 알려진 모바일 운영체제다. IT업계 중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큰 규모의 삼성전자와 인텔이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많이 알려졌다. 다만, 이 타이젠이 마치 삼성전자나 인텔이 소유한 모바일 운영체제로 인식되곤 하는데, 사실은 이와 많이 다르다. 리눅스 재단(Linux Foundation)에서 개발하고 관리하는 모바일 운영체제로 이해해야 하며, 삼성전자와 인텔이 그 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소 높을 뿐이다.
타이젠은 오픈 소스 리눅스 기반 모바일 운영체제로 안드로이드와 많이 닮아 있다. 지난 2013년 2월 18일, 타이젠 2.0 SDK와 소스 코드가 공개됐으며, 삼성전자는 이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개발자들에게 배포했다. 타이젠 레퍼런스폰으로 알려진 이 제품의 소개 동영상이 유튜브 등에 올라와 있는데, 이전 모델과 비교해 실행 속도나 앱 호환성 등이 몰라보게 향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3월 14일, 삼성전자는 갤럭시S4를 발표한 뒤 올 하반기 타이젠 스마트폰을 일본 NTT도코모를 통해 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를 두고 삼성전자가 구글 안드로이드를 떠날 것이라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아직 타이젠은 검증된 모바일 운영체제도 아니다. 라인업의 다양화나 '만약을 위한 대비' 정도로 해석해야 하지 않을까.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인텔 역시 타이젠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인텔은 스마트폰 시장을 목표로 지금까지 여러 번 도전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기에 조바심을 낼만하다. 인텔의 궁극적인 목표는 타이젠을 자사 프로세서에서 원활하게 실행하는데 있다.
아직 타이젠은 완성되지 않았다. 지금도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다지기 위한 내실을 강화하고, 개발 중인 모바일 운영체제라는 점을 기억하자. 참고로, 타이젠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태블릿PC, 스마트TV, 스마트카 등 다양한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되고 있다.
'우분투(Ubuntu)'도 모바일로
데스크탑PC 운영체제 우분투를 보유하고 있는 캐노니컬(Canonical)도 '우분투 터치'라는 모바일 운영체제를 준비 중이다. 지난 MWC 2013에서 스마트폰 넥서스4와 태블릿PC 넥서스10에 우분투 터치를 올려 공개했으며, 현재 개발자 프리뷰 버전을 확인할 수 있다. 타이젠과 마찬가지로 오픈 소스다. 우분투 터치의 특징은 화면 밖에서 안으로 손가락으로 드래그해서 사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다. 아이콘을 눌러 실행하는 기존 모바일 운영체제와 가장 다른 점이다.
예를 들어, 왼쪽 화면 밖에서 오른쪽으로 손가락을 드래그하면 실행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목록이 표시되며, 원하는 앱을 선택해 바로 실행할 수 있다. 반대로 오른쪽 화면 밖에서 왼쪽으로 손가락을 드래그하면 이전에 실행했던 앱 화면으로 돌아간다. 화면 위에서 아래로 드래그하면 열리는 알림창도 있다(안드로이드, iOS도 같은 인터페이스가 존재한다). 화면 안이 아닌 화면 밖의 영역도 활용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를 확장한 것.
문제는 우분투 터치의 경우 대형 이통사나 스마트폰 제조사의 지원이 미비하다는 것. 우분투 터치를 탑재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을 실제로 보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모질라 재단의 '파이어폭스 OS'
모질라 재단의 파이어폭스 OS는 앞서 언급한 타이젠, 우분투 터치보다 상용화가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모바일 운영체제다. 파이어폭스 OS의 가장 큰 특징은 HTML5로 개발되었으며, 구글의 웹브라우저 기반 크롬 OS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론적으로 앱을 내려받아 설치할 필요가 없다. 웹 표준을 만족하기 때문에 인터넷에 연결만 하면, 모든 것을 웹 브라우저 내에서 작업할 수 있다. 때문에 단말기 성능이 높지 않아도 된다. 저가 스마트폰 시장이 타겟이다.
모질라 재단은 지난 MWC 2013에서 파이어폭스 OS를 탑재한 ZTE의 '오픈', 알카텔의 '원터치 파이어'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다만, (저가 시장을 타겟으로 하기 때문에) 국내나 북미, 유럽 등 이미 고사양 스마트폰이 위주인 곳에서 파이어폭스 OS 스마트폰을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모질라 재단은 개발 도상국을 주요 시장으로 보고 있으며, 남미 지역을 시작으로 동유럽 국가에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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