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류현진 제친 ‘이달의 신인’ 개티스 “야구는 내 운명”

입력 2013-05-22 14: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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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 개티스(27·애틀랜타). 동아닷컴DB

[동아닷컴]

#1. 19일(이하 한국시간) 애틀랜타 터너필드에서 열린 애틀랜타와 LA 다저스의 경기. 애틀랜타가 0-1로 뒤진 8회 1사 1루에서 프레디 곤살레스 애틀랜타 감독은 등번호 24번의 선수를 대타로 내세웠다. 이 선수는 감독의 기대에 화답하듯 상대 투수 켄리 잰슨으로부터 좌중월 역전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애틀랜타는 결국 3-1 역전승을 거뒀다.

#2. 22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애틀랜타와 미네소타의 경기. 애틀랜타가 3-4로 뒤진 9회 2아웃 상황. 경기종료까지 아웃카운트 하나가 남은 상황에서 곤살레스 감독은 3일전 결승포를 터뜨린 이 선수를 다시 대타로 타석에 세웠다. 이 선수는 상대 투수 글렌 퍼킨스의 2구째를 통타해 좌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극적인 동점 솔로홈런. 이 홈런포에 기사회생한 애틀랜타는 결국 연장 10회 접전 끝에 5-4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불과 나흘 사이에 그 것도 두 발이나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홈런포를 터뜨린 이 선수의 이름은 에반 개티스(27·애틀랜타). 지난달 타율 0.250 6홈런 16타점으로 류현진(LA 다저스) 등을 제치고 내셔널리그 ‘이달의 신인’으로 뽑힌 선수다.

이제 갓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새내기 빅리거이지만 그는 최근 두 발의 홈런포 못지않은, 아니 이보다 더 드라마틱한 인생 역전 스토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미국 텍사스 출신인 개티스는 좋은 코치 밑에서 야구를 배우기 위해 고등학교를 세 곳이나 옮겨 다닐 정도로 야구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실력도 좋아 지역 최고 유망주로 손꼽힐 정도였다. 하지만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2006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그 어떤 구단도 개티스를 지명하지 않은 것이다.

에반 개티스(오른쪽). 동아닷컴DB


낙심한 개티스는 야구 장학생으로 선발된 텍사스 A&M 대학 진학도 포기했다. 불안 장애가 생기자 스스로 치료하겠다는 엉뚱한 발상으로 술과 대마초의 힘을 빌렸다. 상태가 좋아질 리 만무했다.

어머니의 권유로 약물치료 보호기관을 거쳐 애리조나로 건너간 개티스는 그 곳에서 3개월간 추가 치료를 받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후 오클라호마에 있는 2년제 대학 야구 코치의 부름을 받은 개티스는 의욕적으로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하지만 시즌 중반 무릎 부상을 당했고 심한 회의감을 느껴 또 다시 유니폼을 벗었다.

이후 개티스는 피자가게, 스키장 등에서 일하며 야구와 전혀 상반된 삶을 살았다. 또 청소부로도 일하며 이곳 저곳을 떠돌았다. 하지만 개티스는 그의 재능을 아까워한 이복동생의 권유로 2009년 텍사스 지역의 한 대학(UTPB)에서 다시 야구를 시작했고 그 해 타율 0.403에 11홈런을 기록했다.

경사가 이어졌다. 개티스는 2010년 신인드래프트 23라운드에서 애틀랜타의 지명을 받아 프로 유니폼을 입게 됐다.

먼 길을 돌아 어렵게 프로에 입문한 개티스는 2011년 싱글 A에서 홈런 22개를 쏘아 올리며 주목받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더블 A로 승격해 홈런 18개를 기록해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그는 지난해 겨울 베네수엘라 윈터리그에 참가해 타율 0.303 16홈런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올 초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초청선수 자격으로 참가한 개티스는 그 곳에서도 타율 0.368, 6홈런으로 실력을 과시했다. 운도 따랐다. 애틀랜타 주전포수 브라이언 맥캔이 어깨 수술로 시즌 초 결장이 불가피해졌고 외야수 프레디 프리맨마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것. 이 때문에 포수와 외야수 겸업이 가능한 개티스는 개막전 25인 로스터에 포함되는 기쁨을 맛봤다.

지난 4월 4일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필라델피아를 상대로 빅리그 첫 홈런을 기록한 개티스는 4월 18일 피츠버그전에서는 4-4 동점에서 대타로 나와 역전 투런 홈런을 쏘아 올렸다. 메이저리그에 또 다른 신데렐라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개티스는 22일 현재 타율 0.254 9홈런 23타점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홈런 부문 8위에 올라있다. 애틀랜타 주전포수 맥캔과 외야수 프리맨의 복귀로 시즌 초에 비해 경기 출장수는 줄어들었지만 그의 알토란 같은 활약에 힘입은 애틀랜타는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1위를 고수 중이다.

동아닷컴은 국내 언론 최초로 개티스를 최근 미국 현지에서 만나 단독 인터뷰 했다.

에반 개티스(27·애틀랜타). 동아닷컴DB


다음은 개티스와의 일문일답.

-최근 몸 상태는 어떤가?

“아픈데도 없고 아주 좋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뛰게 됐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

“메이저리그에서 뛰게 돼 정말이지 행복하고 기분이 좋다. 처음 경험해본 메이저리그는 밖에서 볼 때보다 경쟁이 더 심한 곳이지만 그 것마저 즐길 정도로 행복하다.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뒤 아직까지는 아무 문제없이 행복하게 즐기면서 잘 지내고 있다.”

-내셔널리그 ‘4월의 신인선수’로도 뽑혔다.

“(웃으며) 솔직히 그런 상이 있는지도 몰랐다. 상을 타게 돼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

-고교시절 최고 유망주임에도 불구하고 프로팀에 지명되지 못했다.

“나는 충분히 지명될 만한 실력이 됐다고 믿었기에 당시에 받은 충격이 컸다. 어렵게 마음을 잡고 2년제 대학에 진학해 다시 야구를 했지만 그 곳에서 무릎 부상을 당했다. 정말이지 더 이상 야구가 하기 싫었다. 야구에 대한 열정도, 야구를 해야 하는 이유도 잃었다.”

-청소부, 피자가게 직원 등 먼 길을 돌아왔다. 긴 방황을 끝내고 다시 야구를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그랬다. 언론에 알려진 것처럼 방황의 시간이 길었다. 한 동안 정신적으로 심한 충격에 빠지기도 했고, 그로 인해 심한 우울증을 겪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나름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가운데 결국 야구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걸 알았고 그래서 다시 야구를 시작하게 됐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포수와 외야수를 겸업하고 있다. 어느 포지션이 더 편하고 좋은가?

“포수가 훨씬 더 편하고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포지션이라 좋다. 하지만 주전포수 맥캔이 돌아와 앞으로 포수로 경기에 나설 일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그 것에 대해 아쉬운 점은 없나?

“이제 막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신인이기 때문에 포지션에 연연하기 보다는 어느 위치든 경기에 많이 나서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어느 포지션에 나서더라도 항상 최선을 다해 팀 승리에 기여하고 싶다.”

에반 개티스(27·애틀랜타). 동아닷컴DB


-올 시즌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부상 없이 건강하게 시즌을 끝내고 싶다. 그게 제일 중요하며 개인적인 올 시즌 목표이기도 하다.”

-장기적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아직 그 것까진 생각해 보지 못했다. 메이저리그에 잔류하는 게 우선이고 여기에서 내 자리를 확고하게 굳힌다면 그 때 생각해 보겠다.”

-지난 4월 4일 개막전 두 번째 타석에서 로이 할러데이(필라델피아)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첫 홈런을 뽑아냈다. 당시 외야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당신의 부모가 중계진과 인터뷰를 하던 중 홈런이 터져 더 인상적이었다.

“(웃으며) 그랬다. 부모님이 지켜보는 데서 홈런을 쳐 기분이 더 좋았고 감격스러웠다. 그날 경기가 끝난 후에 부모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그날 경기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지난 날 방황했던 시간, 그리고 앞으로의 목표 등 내 인생 전반에 관한 이야기였다. 빅리그 데뷔전에서 홈런을 쳐 그날 부모님께서 나보다 더 많이 기뻐하셨고 감격스러워했다. ”

-할러데이를 상대로 쏘아 올린 빅리그 첫 홈런볼은 손에 넣었나?

“(웃으며) 그랬다. 세상이 좁다는 걸 또 다시 느꼈다.”

-그게 무슨 말인가?

“그날 나의 메이저리그 첫 홈런볼을 잡은 관중이 내가 예전에 진학하려고 했던 텍사스 A&M 대학에 다니는 학생이었다. 우연치고는 참 신기하지 않은가? 세상이 좁기도 하고…. 그 학생이 홈런볼을 나에게 돌려준다고 해서 그에게 감사 표시를 하려고 했지만 그가 정중히 사양하면서 나와 악수만 하면 충분하다고 하더라. 정말 고마웠다. 그런 고마운 팬들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더 열심히 야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여기까지 왔다. 과거 당신처럼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어떤 사람들은 내가 프로에 입문한 지 2년 만에 메이저리그에 쉽게 올라왔다고 말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가 상대한 역경과 흘린 땀들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이다. 과거의 나처럼 현재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어떤 어려움이나 두려움에 직면하더라도 절대 그 것에 굴복하거나 연연해 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 싸워 헤쳐나가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올 시즌 당신의 바람처럼 건강하게 그리고 성공적으로 시즌을 끝내고 한국 팬들을 위해 다시 한 번 더 인터뷰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웃으며) 고맙다. 최선을 다하겠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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