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잘나가는 넥센, 염경엽의 성공한 실험 2가지

입력 2013-05-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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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염경엽 감독은 취임 직후 “김성근(고양원더스)과 로이스터(전 롯데)의 야구를 접목하겠다”고 했다. 그 말대로다. 김성근처럼 경기를 잘 주무르고, 로이스터처럼 한 시즌의 긴 호흡을 고려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넥센의 초반 돌풍이 찻잔 속에서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스포츠동아DB

1. 허 찌른 페이크 전술 2. 기막힌 라인업 마술

견고하다. 그러면서도 세밀하다. 최근의 넥센이 그렇다. 게다가 신기하다. 끊임없이 실험하고, 계획한 대로 나아간다. 점점 더 빈틈없는 팀을 만들어가는 넥센 염경엽 감독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훈련한 대로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선수들. 27승13패로 1위에 올라 있는 넥센의 야구는 갈수록 넓어지고 깊어진다.

롯데전 김민성 페이크번트로 끝내기
두산 연장전선 페이크수비로 허 찔러
김경문감독 “넥센 야구 신선해” 감탄

주전 라인업 확정 속 대안찾기 변화도
3번 김민성·좌익수 김민우 성공 기용


○허를 찌르는 작전, 그리고 무형의 효과

넥센은 최근 두 차례의 ‘준비된 작전’으로 화제가 됐다. 첫 번째는 25일 목동 롯데전. 3-3으로 맞선 9회말 무사 1·2루서 김민성이 페이크번트 앤드 슬래시로 끝내기 좌전안타를 만들어냈다. 런 앤드 히트 작전이 걸렸고, 2루주자 유재신이 완벽한 스타트로 김민성의 타격을 뒷받침했다. 희생번트를 예상했던 롯데 내야진은 옴짝달싹 못했다. 또 하나는 22일 잠실 두산전. 1-1로 맞선 연장 11회말 1사 1·3루서 염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 내야수들을 모았다. 이어 3루주자를 홈에서 막기 위한 전진수비가 시작됐다. 그러나 두산 1루주자 오재원이 초구부터 2루로 스타트를 끊자 포수 박동원이 기다렸다는 듯 피치아웃을 했다. 유격수 김민성도 재빨리 2루 커버에 나섰다. 1루주자를 잡아 상황을 2사 3루로 바꾸기 위한 페이크 작전. 타이밍도 완벽했다. 원바운드 송구가 김민성의 글러브에서 빠지면서 도루를 내준 게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결국 결과는 1승1패. 그러나 넥센은 이 두 번의 플레이를 통해 ‘꼭 필요한 1점을 만들고 꼭 막아야 하는 1점을 방지하는’ 팀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상대의 허를 찔렀고, 언제든 다시 찌를 수 있다는 두려움을 줬다. NC 김경문 감독조차 “넥센이 신선한 야구를 한다”고 감탄했을 정도다.


○3번 김민성-좌익수 김민우, 정중동의 실험 성공

염경엽 감독은 스프링캠프 시작과 동시에 주전 라인업을 확정했다. 포수 허도환을 제외하면, 여전히 베스트 라인업의 타순과 포지션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가끔 ‘일시적’ 변화가 생긴다. 주전들의 한 박자 빠른 체력 안배와 컨디션 조절이 목적이다. 좋은 예가 두 가지 있다. 최근 타격감이 좋은 김민성은 23일 잠실 두산전에서 이택근 대신 3번에 배치됐다. 결과는 2루타 2개에 4사구 3개. 물론 김민성은 다음 경기에서 바로 자신의 자리인 7번으로 돌아갔다. 이어 26일 목동 넥센전에선 가벼운 타박상을 입은 장기영 대신 내야 멀티맨 김민우가 1번 좌익수로 나섰다. 김민우는 3안타 2타점 1득점을 올렸고, 데뷔 후 처음으로 맡은 좌익수 수비를 무리 없이 해냈다.

그렇게 넥센은 또 한 번 성공적 실험을 마쳤다. 무엇보다 큰 틀을 흔들지 않는 선에서 이뤄지는 시도라 더 값지다. 팀이 위기를 맞거나 돌파구가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는 ‘검증된 대안’이 하나씩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안정은 찾되 안주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튼튼해 보이는 넥센이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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